정치와 삶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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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데이브 마고쉬 저 ㅣ 김주연 옮김 ㅣ 낮은산 ㅣ 2012.02)


 또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총선 다음 곧 이어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터라 다른 선거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서 우리 사회가 또한번의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에다 측근들의 비리와 부패까지 겹치면서 여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 정서를 보여준 이곳 대구에서도 "혹시 이러다가..."라는 수군거림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반MB 정서로 말미암아 정권교체가 되거나 또는 정권교체는 되지 않더라도 여소야대로 정치질서가 재편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뚜렷하지 않다. 야권 연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못해 결렬의 위기까지 치닫게 된 것도 문제지만, 야권에선 반 MB정서를 기반으로 한 심판과 응징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심판을 넘어 그 다음의 전망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유권자들의 선거 허무주의나 "투표하면 뭐 하냐?" 식의 선거 무용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는 지난 선거가 있었던 2,007년, 2,008년과는 확연하게 다른 시대상황 속에서 놓여있다. 그 당시에도 양극화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상위 1%가 사회의 모든 것을 독점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소득 양극화는 물론 주택문제, 가계부채, 청년실업, 대학등록금, 학교폭력, 폭증하고 있는 자살률에다 틀어질 대로 틀어진 남북관계까지 모든 분야의 갈등과 모순이 정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여기에 지방은 수도권 독점현상에 따른 또 다른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뚜렷한 대안이나 집권 철학도 없이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만 누리려하고, 여당은 유권자들의 선거허무주의나 지역주의를 부추겨 현 상황을 유지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상황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미국과 캐나다는 같은 북미 대륙에 소속되어 있고, 유럽출신의 이민자들이 개척한 국가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의료제도 하나만 놓고 보면 미국과 캐나다는 완전히 다른 나라다. 캐나다는 북미대륙에 속해 있고, 시장 경제 위주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제도만큼은 무상의료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 중의 하나다. 의료제도조차 완전히 시장에 내맡김으로써 4,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몸이 아파도 병원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회”인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토미 더글라스라는 진정한 박애정신과 자신의 신념을 몸으로 실천한 정치인과 그 정치인을 선택해 준 캐나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데이브 마고쉬 저ㅣ김주연 옮김ㅣ낮은산ㅣ2012.02)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데이브 마고쉬 저ㅣ김주연 옮김ㅣ낮은산ㅣ2012.02)
 최근 토미 더글라스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 김주연 역/ 낮은산)이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인들에게는 우리 사회에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하고, 유권자들에게는 어떤 기준으로 정치인들을 판단해야 하는 지를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라는 책의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캐나다에서 가장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의 일대기를 다른 것인데, 그는 캐나다의 무상의료체제의 아버지라 칭송받고 있다.

  그가 의료제도에 관심을 가진 것은 병약하여 불구가 될 뻔했던 어린 시절, 의사의 자선에 가까운 시술로 건강을 회복하고 권투선수까지 된 자신의 경험이 동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가 목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경제대공황이 발생한 데 이어, 가뭄까지 겹친 서스캐처원 주 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실업자와 노숙자들의 행렬,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공권력의 무지막지한 진압을 목격했고, 숙련공, 은행원, 법률가, 의학전공자들까지 노숙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절망은 “경제체제에 원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치에 투신하게 된다.

 정치인이 된 후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사회안전망으로써 기능을 할 수 있는 의료제도의 개혁이었다. 기득권층과 자본가들은 그를 “빨갱이”라 비난했고, 의사협회는 그의 개혁정책에 대해 파업까지 하면서 저항했지만, 캐나다 유권자들은 그의 진정성을 믿었고,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가 주도한 캐나다의 의료보장 기본 목표는 캐나다 무상의료의 기본철학이 되었고,1972년에 완결된 캐나다의 무상의료 제도는 캐나다 국민들의 자랑이 되어 있다.

 우리는 토미 더글러스의 사례를 통해 <또 다른 사회>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지금과는 다른 우리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정치에 의해, 또 선거와 투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캐나다 국민들이 증명하고 있다. 청년실업에 치솟는 가계부채와 자살률,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부의 양극화...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제일 우선 순위에 둘 것인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답을 찾으리라 믿는다.
 
 
 





[책 속의 길] 58
김진국 / 대경인의협 <생명문화>연구소 소장, 신경과 전문의
 

 


  1959년 4월 캐나다 메디케어 연구를 위한 합동위원회가 제시한 의료보장의 기본목표  
 
1. 선지불: 개인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함
2. 보편성: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할 것. 지역에 따른 의료접근성의 차이가 없도록 함
3. 포괄성: 예방서비스, 진료, 검사, 약사업무, 가정간회 암이나 정신보건같은 특정질환,
          안과, 치과, 재활서비스까지 포함할 것
4. 예방우선: 예방 중시를 기본으로 프로그램을 구성
5. 양질의 서비스: 현대의학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
6. 사회와 정부의 책임: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의료보험 제도의 운영
                       을 정부와 의회가 책임져야 한다
7. 경제여건과 효율성으로 고려해서 각 지역에 맞게 운영함
8. 전문가의 교육과 훈련확대
9. 연구활동을 촉진하는 조치를 포함할 것
10. 주민교육을 통한 건강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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