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에 '진보' 싹 틔우기..."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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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조명래.이원준 / 고래 싸움에, 박근혜에 '고전'..."조용한 반란 기대"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진보' 간판은 유불리를 따질 필요도 없을만큼 절대적인 '열세'를 인정해야 한다. 특히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진보정당은 대구에서 당 지지율이 한 자리 수를 넘어선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진보정당은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고, 이번 4.11 국회의원 총선에도 3명의 후보를 냈다. '수성구 갑'에 이연재(진보신당), '북구 을'에 조명래(통합진보당), '달서구 을'에 이원준(통합진보당) 후보.

당초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남명선(북구을.통합진보당)씨는 조명래 후보와의 당내 조정으로, 송영우(동구갑.통합진보당).정우달(달성군.통합진보당)씨는 각각 민주통합당 임대윤.김진향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로 출마를 접었다. 반면, 조명래 후보는 이헌태(북구을.민주통합당) 후보와 경선을 통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고, 이원준 후보는 야권에 다른 후보가 없어 역시 '야권단일후보' 명함을 새겼다. 그러나, 이연재 후보는 김부겸(수성구갑.민주통합당) 후보와 야권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면서 '진보신당 유일 후보'로 뛰고 있다.

4.11총선이 일주일 남은 4일 낮, 이들 세 후보 캠프는 여전히 '역전'의 희망을 말하면서도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다.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발표된 곳은 기대에 못미치는 지지율로 답답하고, 여론조사조차 보도되지 않은 곳은 '격전지'로 주목받지 못해 답답하다. 

이연재(수성갑) 후보가 내건 '속 터집니다' 현수막 / 사진 제공. 진보신당 대구시당
이연재(수성갑) 후보가 내건 '속 터집니다' 현수막 / 사진 제공. 진보신당 대구시당

가장 답답한 곳은 역시 '수성구 갑'의 이연재 후보다. 이 후보측은 최근 "속 터집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벌곳간은 사상 최고액의 현금으로 넘쳐나지만 서민들은 사상최악의 가계부채에 허덕이고, 다른 건 다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으면서 장바구니 물가는 껑충 뛴 현실, 등록금에 허덕이고 실업에 내몰리며 취업 후에도 비정규직인 청년들도 속 터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속이 터지는어려운 현실을 반드시 바꾸겠다는 각오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 터지는' 심정은 이 후보측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여년동안 '수성구 갑'에서 3번 출마하며 표밭을 다졌는데, 갑자기 '수도권 3선' 간판을 내세운 김부겸 후보가 나타나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수성구 갑'은 새누리당의 '경제통', '박근혜 가정교사'로 불리는 '3선'의 이한구 후보가 버티고 있어 새누리당-민주통합당의 '3선' 대결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때문에,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이연재 후보는 지지율 5%에도 못미치는 고전을 하고 있다. 지난 18때 총선에서 19.2%로 2위(이한구 당선)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 '속 터지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게다가, 야권단일화 실패로 아직도 이 후보 캠프에는 항의성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연재 후보의 유세 / 사진 출처. 이연재 후보 블로그(http://blog.naver.com/yunjae1962)
이연재 후보의 유세 / 사진 출처. 이연재 후보 블로그(http://blog.naver.com/yunjae1962)

이 후보측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성년(수성구의원)씨는 "아직도 '야권단일화' 얘기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이한구.김부겸) 두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 때문에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좋다"고 한다. "실제로 동네를 다녀보면 지지하고 격려하는 목소리에 힘이 난다"며 "투표 결과는 여론조사와 많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IT선거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고, 팟캐스트 방송 '나는 친박이다'에 출연해 "박정희 정권의 장물인 영남대학교를 정상화하는 방안은 학교구성원과 대구경북시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시도립 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시지의 아파트 일대와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유세를 펴고 있다. 오는 7일에는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가 방문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또, 2030 당원들로 '등둥동 홍들갑 유세단'을 꾸려 아침 통학길과 대학가에서 대학생들과 하이파이브와 프리허그를 하며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팟캐스트 방송 '나는 친박이다'에 출연한 이연재 후보 / 스마트폰을 이용한 'IT선거운동' / 사진 출처. 이연재 후보 블로그(http://blog.naver.com/yunjae1962)
(왼쪽) 팟캐스트 방송 '나는 친박이다'에 출연한 이연재 후보 / 스마트폰을 이용한 'IT선거운동' / 사진 출처. 이연재 후보 블로그(http://blog.naver.com/yunjae1962)

'북구을'과 '달서구'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조명래.이원준 후보는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조금 더"를 외치고 있다. 두 곳 모두 자체 여론조사에서 "해볼만 하다"는 희망 섞인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여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의외로 부진하면서 '새누리당 쏠림'이 커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야 '1 대 1' 구도는 적어도 대구에서는 진보정당에 불리한만큼,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해 여권 표가 분산돼야 조금이라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게 두 캠프의 분석이다. 게다가, '박근혜 바람'도 총선과 대선을 구분 못하게 할 만큼 여당의 무기가 되고 있는 점 역시 부담이다.

'북구 을' 조명래 후보는 4일 '대선인가? 총선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회의원 선거인가? 박근혜 선거운동원 뽑는 선거인가? 너도나도 박근혜! 박근혜가 대구 12개지역 새누리당 후보인가? 정치철학도 배알도 없는 새누리당 총선후보들, 정치철학과 공약 보다 모두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만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지금 대구에 새누리당 후보는 한명도 없다. 오직 박근혜 후보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명래 후보의 유세 / 사진 출처. 조명래 후보 공식사이트(http://whaudfo.moanet.net)
조명래 후보의 유세 / 사진 출처. 조명래 후보 공식사이트(http://whaudfo.moanet.net)

조 후보는 '지역언론'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지난 2일 "최근 지역 일부 언론은 대단히 편파적이고 왜곡된 선거보도를 통해 민심을 한 편향으로 조장해 선거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선거구도에만 집중해 대구지역 선거의 후진성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일부 언론사의 선거방송은 왜곡된 자체 판단에 의해 12개 선거구 중 일부지역만 초청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방송토론의 지역 소외"를 비판했다.

조 후보측 김광미 사무장은 "지역 이슈는 없고 오직 박근혜 소리만 들린다", "언론도 선거구도만 보고 정책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전국적 이슈는 거의 안다룬다"며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나, "조용한 반란을 기대한다"며 "동네 민심은 정말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10%대 차이"라며 "조금만 더 하면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후보 사무실...한 쪽 벽면에는 조 후보의 활동 사진이 영화필름처럼 붙어있고, 사무실 안쪽 작은 공간에는 후보가 쉴 수 있도록 소파 뒤에 작은 침대가 놓여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조명래 후보 사무실...한 쪽 벽면에는 조 후보의 활동 사진이 영화필름처럼 붙어있고, 사무실 안쪽 작은 공간에는 후보가 쉴 수 있도록 소파 뒤에 작은 침대가 놓여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조 후보측은 최근 열세로 꼽히는 북구 검단동과 복현동 일대에 힘을 쏟는 한편, 오는 6일에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와 함께 복현네거리에서 유세를 할 예정이다. 조 후보는 최근 "화석연료의 전 지구적 공해문제와 녹색성장, 국민의 건강 등을 고려할 때 자전거 타기는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며 "전 시민에게 자전거보험을 중앙정부의 지원 하에 각 지방정부가 시민들이 무상으로 가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원준 후보 선거운동 / 사진 출처. 이원준 후보 블로그(http://blog.daum.net/antinet88)
이원준 후보 선거운동 / 사진 출처. 이원준 후보 블로그(http://blog.daum.net/antinet88)

'달서구 을' 이원준 후보도 '박근혜 바람'에 답답한 모습이다. 당초 새누리당 윤재욱 후보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기대가 컸으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내세운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만만찮다는 게 이 후보측 분석이다.

이 후보측 한민정 사무장은 "선거 분위기가 너무 안뜬다"고 애를 태웠다. "특별한 이슈도 없고, 새누리당은 박근혜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야권단일후보' 이미지도 "기대만큼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부터 인근 김준곤(달서갑.민주통합당).김철용(달서병.민주통합당) 후보와 여러 차례 합동유세를 벌이며 '야권단일후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원준 후보의 유세...달서구 갑.을.병 야권단일후보(김준곤.이원준.김철용)와 청년유세단 / 사진 출처. 이원준 후보 블로그(http://blog.daum.net/antinet88)
이원준 후보의 유세...달서구 갑.을.병 야권단일후보(김준곤.이원준.김철용)와 청년유세단 / 사진 출처. 이원준 후보 블로그(http://blog.daum.net/antinet88)

또, 중앙당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 사무장은 "오죽하면 '대구는 버린 자식'이란 말까지 나오겠냐"며 "당 지도부가 초박빙지역을 우선 배려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한 번도 찾지 않는 건 좀...."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공식선거운동 이후 단 한 차례도 '달서구'를 찾지 않았다. 한 사무장은 그러나, "새누리당과의 양강 구도는 분명하고, 그 지지율 차이도 못넘을만큼 크지는 않다"며 희망찬 기대를 내놨다. 이 후보는 월성동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성서홈플러스와 상인네거리 인근을 폭넓게 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청년유세단'을 통해 젊은 층 표심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주말이 고비"라는데는 세 후보 모두 이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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