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재정자립도 낮아 의무급식 힘들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4.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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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청구 의무급식 조례안] 시민단체 "더 낮은 곳도 실시, 의지 부족" / 시의회, 20일 심사


대구시민 3만여명이 청구한 '친환경의무급식조례안'에 대해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대구시의회가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의무급식 시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의회는 4월 16일부터 26일까지, 11일간 열리는 임시회에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했다. 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는 16일부터 조례안에 대해 검토한 뒤 오는 20일 안건심사를 할 예정이며,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대표자 간담회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열어 조례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예산을 검토할 계획이다.

"3만명의 서명인이 분노한다. 대구시는 각성하라"...대구시의회 앞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2012.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만명의 서명인이 분노한다. 대구시는 각성하라"...대구시의회 앞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2012.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은 "시의 재정자립도가 40% 밖에 되지 않아 전면 의무(무상)급식은 시행하기 힘들다"고, 대구시교육청 정승필 학교급식 담당 주문관은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이미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신현자 위원장은 "0-5세 무상보육 등 다른 안건도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해 조례안 원안 통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은재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의무급식도 교육의 일부"라며 "재정자립도는 변명"이라고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을 비판했다. 또, "급식은 선별적인 복지가 아닌 보편적인 복지"라며 "시의회는 이 조례안을 원안 그대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운동본부 소속 20여명은 16일 열린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김범일 대구시장과 우동기 교육감을 상대로 "대구시민도 의무(무상)급식을 체험하자"며 "3만명의 서명인이 분노한다. 대구시는 각성하라"고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옷을 입고 피케팅을 해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의 20여명이 의무급식을 촉구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했다(2012.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의 20여명이 의무급식을 촉구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했다(2012.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해 행정안전부는 '시.도별 소득구분 없는 보편적 무상급식 실시 현황'을 발표했다. 충청북도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제주도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읍면지역 중학생 전체를 포함한 70.7%에게, 전라북도는 농촌지역 유.초.중.고 전체와 도시지역 유.초 전체, 도시지역 중학생 50%를 포함한 68.2%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부산과 경북은 각각 7.2%, 1.4%로 저조했다. 그러나 울산은 의무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2만4300명의 저소득층, 농산어촌 지역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는 달성군을 포함한 농촌지역 초등학생 1.5%에게만 무상급식을 지원해 부산 다음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 대해 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은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수치는 빠진 채 행안부가 무상급식 실시 현황을 발표했다"며 "이 현황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가 2011년 발표한 '시.도별 소득구분 없는 보편적 무상급식 실시 현황'...무상급식 대상에서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 대상은 제외 /출처.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2011년 발표한 '시.도별 소득구분 없는 보편적 무상급식 실시 현황'...무상급식 대상에서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 대상은 제외 /출처.행정안전부
대구시는 앞서 2011년, 초.중.고 저소득층자녀 18.6%에게 예산 274억을 들여 의무급식을 실시했다.  올해는 562억의 예산으로 36%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청은 477억, 대구시는 85억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대구시가 30%, 구.군청이 30%, 교육청이 40%의 예산을 부담해야 해, 각 부처의 예산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대구시가 조례안 소요 예산을 "1천억 정도"로 잡고 있어,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로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은재식 공동집행위원장(오른쪽)과 회원들...의회에 입장하기 전 의무급식을 촉구하는 옷을 입고 있다(2012.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은재식 공동집행위원장(오른쪽)과 회원들...의회에 입장하기 전 의무급식을 촉구하는 옷을 입고 있다(2012.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대구운동본부 은재식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구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서울도 의무급식 비율이 더 높다"며 "대구시가 학생 수를 더 확대해 실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대구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도와 경상남도도 더 많은 학생에게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다"며 "단지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고 대구시를 비판했다.

그러나 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대구시 세수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의무급식은 차츰 늘려갈 수 있지만 조례안대로 의무급식을 실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반박했다. 또, "중앙부처에 도움 없이 오로지 지방세로만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시.도와 비교는 어렵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정승필 주무관 역시 "이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저소득층 기준을 확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시보다 교육청의 예산이 더 많이 들어가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며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대구시와 각 구.군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의회 신현자 행정자치위원장은 "시민단체와 대구시, 교육청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고 토론해야 결론날 것"이라며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 재정이 어렵고, 다른 곳에도 예산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며 "대구시와 교육청의 의견을 무시하고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이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옷과 피켓을 통해 의무급식을 촉구하고 있다(2012.4.16)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이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옷과 피켓을 통해 의무급식을 촉구하고 있다(2012.4.16)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54개 시민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대구시민 3만1269명이 서명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011년 12월 1일 대구시에 제출했다.

조례안의 내용은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대구시장이 매년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급식지원계획 수립하되 ▶총 경비의 3/10이상을 대구시가, 나머지는 대구시교육청과 구.군이 협의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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