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잠자기도 빠듯, 항의할 시간도 없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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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 실태 조사 / 하루 평균 10시간 노동...여성.비정규직 '최저임금'도 못받아


대구 성서산업단지 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으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시급은 각각 4,559원, 4,555원으로 2012년 최저임금(4,580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서공단노동자주민기본권보장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2일부터 30일까지 성서공단 노동자 5만6천여명 가운데 231명을 대상으로 '저임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1%에 해당하는 26명이 "최저임금 미달"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전체 평균 시급과 남성 노동자는 각각 4,848원과 5,130원으로 최저임금보다 268원, 550원정도 많았지만, 여성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각각 4,559원, 4,555원으로 최저임금이하의 시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서공단 노동자 임금 실태
대구 '성서공단 저임금 실태조사' 결과 / 출처. 성서공대위
대구 '성서공단 저임금 실태조사' 결과 / 출처. 성서공대위

또, 응답자의 평일 평균 노동시간은 잔업을 포함해 하루 10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넘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기계급속 사업장 노동자 각각 4.3%와 4.8%는 하루 13시간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만족도 / 출처. 성서공대위
임금만족도 / 출처. 성서공대위
'임금만족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0%가 "불만"을 보인 가운데, 25.2%는 "매우 불만", 24.8%는 "어느 정도 불만"이라고 답했다.

반면, "그저 그렇다"는 32.7%, "어느 정도 만족"은 14.9%, "매우 만족"은 1%에 그쳤다. 또, "2012년 최저임금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70.8%가 "알고 있다"고 답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29.2%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서공대위는 이와 관련해, 6월 7일 오전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에서 저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성서공대위는 "응답자들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평균시급은 6,92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보다 66.1%나 높았다"며 "현재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생존 요구와 큰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 실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며 "천막농성을 통해 저임금 실태를 시민들에게 폭로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13년 최저임금을 7천원정도로 인상" ▷"최저임금 홍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처벌"을 촉구했다.

(왼쪽부터)김태업 성서공대위 공동대표,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김용철 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2012.6.7.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김태업 성서공대위 공동대표,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김용철 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2012.6.7.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태업 성서공대위 공동대표는 '성서공단에는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전국에서 알아준다"며 "실태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서공단 노동자들은 눈 뜨면 바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해, 저녁 10시가 되면 퇴근한다"며 "12시간 이상 일한 뒤, 잠자기도 빠듯한데 '힘들다'고 항의할 시간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성서공단은 노동자의 희망을 저버리는 절망의 공단"이라며 "설문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타냈다"고 했다. 또, "노동자들은 20년 넘게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지만, 그 절실한 요구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절망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용철 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경영자총협회는 매년 100원이나 1%정도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 노동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에서 노동자들이 현재 시급보다 66.1%나 높은 최저시급을 요구하는 것은 현재 시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성서공대위'는 저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2012.6.7.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서공대위'는 저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2012.6.7.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막농성은 오는 29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이틀 전인 27일까지 성서공단역 대구은행 앞에서 진행되며, 성서공대위 소속 노동자 2-3명이 돌아가며 숙박투쟁을 한다. 이 가운데, 성서 공대위는 매주 수요일 마다 농성장 앞에서 '퇴근 문화제'를 열 예정이며, 오는 12일에는 '성서공단 출근 선전전', 17일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와룡산 등반대회'를 갖는다. 천막농성이 끝난 뒤인 오는 28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다.

'성서공단노동자주민기본권보장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은 2003년 "성서지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공무원노조 달서구지부, 금속노조 삼우정밀지회, 산업조건연구회를 포함한 9개 단체가 속해 있다. 현재는 김태업 금속노조 삼우정밀지회장, 박영수 전교조대구지부 초등성서지회장, 김철한 공무원노조 달서구지부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성서공대위는 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천막농성에 들어간다(2012.6.7.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서공대위는 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천막농성에 들어간다(2012.6.7.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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