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육사 사열 파문 "쿠데타수괴에 끔찍…"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입력 2012.06.10 17: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배까지 JTBC 촬영 “6·10 25주년 앞두고 살인마에게…장관 사퇴해야”


전두환씨가 육군사관학교의 기금모금 행사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6월항쟁 25주년 기념일 이틀 전에 이뤄진 것으로 참석자조차 쿠데타의 수괴들이 모두 초청돼 육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씨의 행사 참여 소식이 알려진 것은 중앙일보 종편 JTBC의 뉴스에 의해서였다. JTBC는 지난 8일 밤 뉴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5공화국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육사 11기 출신 대통령인 전두환씨가 부인 이순자 여사와 손녀를 대동하고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으며 경례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행사가 끝난 뒤 전씨가 만찬에서 축배제의를 한 장면도 JTBC는 방송했다.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을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엔 전씨 뿐 아니라 장세동 전 안기부장(육사 16기),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육사 18기), 하나회 창립을 주도한 정호용 전 내무부 장관(11기), 12·12사태 때 최규하 대통령의 총리공관을 장악해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고명승 전 3군사령관,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이원홍 전 문공부 장관 등 5공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JTBC는 전했다.

전두환씨가 지난 8일 육사발전기금 행사에서 육사생도들에게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 JTBC 저녁뉴스 화면 캡쳐
전두환씨가 지난 8일 육사발전기금 행사에서 육사생도들에게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 JTBC 저녁뉴스 화면 캡쳐
전두환씨가 지난 8일 육사발전기금 행사에서 육사생도들에게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 JTBC 저녁뉴스 화면 캡쳐
전두환씨가 지난 8일 육사발전기금 행사에서 육사생도들에게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 JTBC 저녁뉴스 화면 캡쳐

10일 육군사관학교의 육사발전기금 홈페이지를 보면, 전두환씨는 1000만 원 이상 발전기금 출연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장 잔고에 29만 원 밖에 없다던 사람이 어떻게 10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출연할 수 있는지 전씨의 해명과 함께 부실한 수사태도를 보여온 검찰의 맹성이 촉구된다.

이를 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는 분노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12·12사태와 광주시민 대학살의 사실상의 주범으로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반란수괴죄’ 등이 유죄로 인정돼 한 때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민주주의의 적’에 대해 어떻게 이런 예우를 할 수 있느냐는 격한 목소리들이다.

트위터에서는 “민간인 전두환이 육사생도들을 사열하도록 방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당장 사임하라”(닉네임 degiltaxi), “전두환이 이 살인마놈이 육사 사열을 받았구나. 정권이 막장이니, 이런 개같은 일이 있었구나”(khanjeong), “전두환을 불러 육사생도 사열 시킨 세력에 대해서는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 특히, 이 일을 꾸민 군 내부 보이지 않는 세력을 발본색원 군사법정에 세워야 한다”(culturePD)는 성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전두환과 5공세력이 육사에서 사열 받았다고. 29만원 밖에 없는 이가 발전기금 냈을 것 같지는 않고, 육사에서는 왜 그 자리에 전두환이 있었는지 해명해야겠죠”라며 “휴, 박정희에 전두환, 다 기어나오는군요”라고 개탄했다.

전두환씨가 지난 8일 육사발전기금 행사를 마친 뒤 만찬에서 축배를 제의하는 모습. JTBC 저녁뉴스 화면 캡쳐
전두환씨가 지난 8일 육사발전기금 행사를 마친 뒤 만찬에서 축배를 제의하는 모습. JTBC 저녁뉴스 화면 캡쳐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정말 욕 한마디 해야겠습니다”라며 “민주당 전당대회 다녀와 뉴스를 여니 전두환이 육사 사열받았다는군요. 내일이 6.10항쟁 기념일인데”라고 비판했다.

고광헌 전 한겨레 전무도 “눈을 의심해야 할 일이 벌어졌다”며 “‘반란수괴’ 전두환이 백주 대낮에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세력이 한 달 여 동안 종북과 국가관 검증이란 매카시적 공격을 벌이자 ‘눈치9단’ 육사교장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교장의 명령에 따라 살인마 전두환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육사생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2012-06-10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