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무급식', 그들은 철학부터 달랐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11 22: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공청회 / 시.교육청 "저소득층 혜택, 예산 부족" vs 시민사회 "보편적 복지, 인식 부족"


친환경 의무급식(무상급식) 조례안 대시민 공청회(2012.6.11.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 의무급식(무상급식) 조례안 대시민 공청회(2012.6.11.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 의무급식(무상급식) 조례안 대시민 공청회가 11일 오후 처음으로 열렸다. 그러나,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는 여전히 "재정도 열악하고 의무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실시 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대구운동본부'는 "기존 예산 내용과 조례안 초안을 수정해서라도 실시해야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대구시의회는 11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광역시친환경의무급식등지원에관한조례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을 비롯해 유금희 대구시교육청 교육복지과장, 김부섭 남구 부구청장,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김병혁 (사)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사무국장, 조명래 교육평등실현을위한대구학부모회 공동대표가 패널로 나서 2시간가량 '의무급식'에 대해 토론했다. 공청회장에는 시의회 김화자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시의회는 '대구광역시친환경의무급식등지원에관한조례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시의회 김화자 의장을 포함한 시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2012.6.11.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는 '대구광역시친환경의무급식등지원에관한조례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시의회 김화자 의장을 포함한 시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2012.6.11.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공청회에서 패널들은 의무급식에 대한 '교육철학' 차이를 확연히 나타냈다. 대구운동본부 측은 의무급식을 "보편적 복지의 하나인 교육"이라고 주장했지만, 지자체는 "의무가 아닌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혜택"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대구운동본부 측은 대구시와 시교육청의 ▷예산부족 핑계, ▷방만한 예산운영, ▷의무급식 실행 의지부족, ▷대안 제시 미흡, ▷낙인방지법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조례안 초안대로 실행할 수 없으면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하는데, 각 지자체는 대안제시도 없이 '할 수 없다'고만 말한다"며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반면,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은 '학교급식법'을 예로 들며, "급식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의무급식은 각 지자체 재량"이라고 주장했고, 유금희 대구시교육청 교육복지과장은 "한쪽 지원을 늘리면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한다"며 "이미 저소득층 자녀 36%를 지원하고 있으므로 저소득층 지원만 늘이면 된다"고 말했다. 김부섭 남구 부구청장도 "현 재정으로는 의무급식을 강제하고, 팔을 비틀어도 할 수 없다"며 "중앙정부의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절대 실시할 수 없다"고 했다. 

(왼쪽부터)은재식(조례 청구인대표)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은재식(조례 청구인대표)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재정자립도 열악?"...9.5% 더 낮은 광주는 '의무급식' 실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초등학생 전체와 중학교 1학년에 대한 친환경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2, 3학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 12만4천여명과 중학교 2,3학년 4만5천6백여명이 의무급식을 받게 된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이 지난 2010년 고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순위를 보면 광주 재정자립도는 43.2%로 52.7%를 차지한 대구보다 9.5%나 낮다.

이에 대해, 은재식(조례 청구인대표)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구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광주도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의무급식을 시행할 수 없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은 사무처장은 "결국 대구와 광주의 시장, 교육감의 철학 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은 "자치단체장의 철학이 다를 수 있다"며 "재량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재정자립도는 47.6%로 떨어졌고, 중앙정부 영.유아, 노인복지 등 복지 정책으로 5년간 복지비가 많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김병혁 (사)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사무국장, 유금희 대구시교육청 교육복지과장(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김병혁 (사)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사무국장, 유금희 대구시교육청 교육복지과장(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저소득지원 36%..."가난 증명 고통" VS "원클릭시스템"

이어, 시교육청이 저소득층 자녀 36%를 대상으로 급식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낙인효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병혁 (사)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급식비를 지원받기 위해 저소득층 자녀는 자기가 얼마나 가난한지, 부모가 이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증명해야 한다"며 "교육청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부모의 소득 차이는 아이들 영양 상태와 체격차이로 이어진다"며 "적어도 학교에서만은 동등하게 먹거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금희 대구시교육청 교육복지과장은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원클릭시스템'을 도입해 아무런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정된 예산을 의무급식에 사용하게 되면, '화장실 현대화와 온수 설비'를 할 수 없게 된다"며 "돈을 낼 수 있는 학생들까지 지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왼쪽부터)김부섭 남구청 부구청장, 조명래 교육평등실현을위한대구학부모회 공동대표(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김부섭 남구청 부구청장, 조명래 교육평등실현을위한대구학부모회 공동대표(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교육청 '기관운영관리비' 83% 증가...'학생복지예산'은 삭감

조명래 교육평등실현을위한대구학부모회 공동대표는 "수백억에 달하는 시교육청의 예산안을 보면 기관운영관리비는 83%나 증가했는데, 학생복지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며 "시교육청은 '돈이 없다'면서 기관운영관리비는 왜 이렇게 증가시켰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의무급식을 할 마음은 있는데 재정이 부족해 못한다면 조례안 초안의 수정을 통해서라도 합의점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매번 '돈이 없다'고만 하면 대구시와 시교육청, 각 구청의 인식 부족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부섭 남구청 부구청장은 "조례안 의도는 좋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한번 시행하면 멈출 수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저소득층 학생 지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부구청장은 "영.유아 보육비와 환경미화원 임금.퇴직금, 신규 복지 사업비 부담으로 1688억 구청 재정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마른 수건을 짜도 이제 나올 것도 없다"고 '의무급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공청회를 지켜보던 객석에서는 대구시와 시교육청, 각 구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형권 의무급식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형권 의무급식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영준(만촌동.학부모)씨는 "지자체가 '안된다'는 결론을 내고 돈 문제를 끼워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아이들 의무급식은 복지 문제가 아닌 권리"라고 했고, 박성애(해직교사) 씨는 "시교육청은 고소득층 자녀들에게 세금 357억원을 들여 기숙사를 지어주면서 의무급식을 시행할 예산은 없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또, 박대현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팀장은 "교육공무원들도 매달 13만원씩 세금으로 급식비를 지원받는데 아이들은 왜 공짜로 밥을 먹으면 안되냐"고, 전형권 의무급식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원클릭시스템 도입 후, 오히려 저소득층 기초수급대상자 아이들은 '원클릭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아무런 서류를 제출하지않아도 된다'는 교육청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대구지역 54개 시민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대구운동본부'는 대구시민 3만1269명이 서명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011년 12월 1일 대구시에 제출했다. 조례안은 ▷초등 2012년, 중등 2013년까지 단계적 의무급식 시행, ▷시장이 매년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급식지원계획 수립, ▷경비 3/10이상 대구시가, 나머지는 시교육청과 구.군이 협의해 부담, ▷식재료의 공급과 수급, 지원예산 투명한 집행, 정책.교육.홍보 '급식지원센터'로 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으며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공청회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으며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2012.6.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