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 '전두환' 자료실..."내란수괴 본받으란 말인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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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공고 역사관> 시민단체 "후안무치, 폐쇄" / 학교 "동문이 주도" / 동문 "사상 자유"


대구공업고등학교에 있는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 입구 / 사진 출처. 대구공고총동문회 홈페이지
대구공업고등학교에 있는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 입구 / 사진 출처. 대구공고총동문회 홈페이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모교 대구공고가 두 전 대통령 자료실을 개관하자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공업고등학교는 지난 5월 30일 학교 안 5층짜리 취업지원센터 4-5층에 역사관 개관식을 가졌다. 1-3층은 학교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곳으로 대구시교육청이 14억원을 지원했고, 4-5층 역사관은 학교 동문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대구공고총동문회가 지난 7년간 성금 18억원을 모아 증축했다. 개관식 이후 정식 오픈은 안한 상태로 6월 20일 현재까지 외부인 출입은 제한된다.

자료실 내부에는 '대통령 전두환이 걸어온 길'이라고 새겨진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 사진 출처. 대구공고총동문회 홈페이지
자료실 내부에는 '대통령 전두환이 걸어온 길'이라고 새겨진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 사진 출처. 대구공고총동문회 홈페이지

대구공고총동문회가 지난 5월 30일 동문회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를 보면 대구공고 역사관에는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이 따로 배치돼 있다. 자료실 입구에는 '대한민국 제11대.12대 전두환 대통령' 문구가 새겨진 전 전 대통령 흉상이 들어서 있고, 내부에는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994년 학교를 방문해 연설한 동영상과 육성녹음 자료, 학창시절 성적표, 군모와 군복, 칼, 지휘봉이 전시돼 있다. 또, 자료실 한 구석에는 태극기와 대통령 휘장을 걸어 당시 대통령 집무실을 재현해 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과 서적, 시대별 업적 자료실도 따로 있다.     

이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교조대구지부를 포함한 4개 시민단체는 20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가졌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진보민중공투본은 21일 오전 대구공고 앞에서 '내란수괴 전두환 자료실 폐쇄 기자회견'을 연다.

전교조대구지부를 포함한 4개 시민단체는 20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했다 / 사진 제공. 전교조 대구지부
전교조대구지부를 포함한 4개 시민단체는 20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했다 / 사진 제공. 전교조 대구지부

이들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구속 기소돼 대법원에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 '내물수수죄'로 각각 "사형선고"와 "징역 22년 6개월"을, 1997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15년"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내란수괴 범죄자 자료실은 학교에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공고가 시교육청 소속 공립학교라는 점을 예로 들며 "인가를 내준 시교육청과 대구공고가 책임지고 자료실을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는 공기관의 "교육철학과 역사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시교육감의 교육철학 부재로 대구에는 교육현안이 쌓여가고 있다"며 "이제는 공립학교 내에 범죄자를 기리는 자료실 문제까지 더해졌다"고 비난했다. 조형일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5.18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의 유혈 진압으로 죽어간 사람들이 아직도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 범죄자를 학교가 묵인할 수 있느냐"며 "팔이 안으로 굽고, 철학이 부족해도 이번 일은 후안무치 그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전형권 지부장, 조형일 사무국장(2012.6.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교조 대구지부 전형권 지부장, 조형일 사무국장(2012.6.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두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동문들이 그를 찬양하기 위해 사적 영역에 자료실을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공립학교 내에 자료실을 개관하는 것은 역사의식 부재의 문제"라며 "학생들에게 내란수괴를 본받으란 말인가"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전두환은 '땡전뉴스'와 '언론강제통폐합', '5.16쿠데타지지 시가행진'과 '12.12사태'까지 무수한 역사의 과오를 저지른 범죄자"라며 "자료실을 설립하려면 공과(功過) 중 '공(功)'만 나타낼 것이 아니라 '과(過)'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공고총동문회는 "폐쇄할 수 없다"며 "다른 단체가 상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대구공고와 시교육청은 "절차상 문제없이 진행된 일"이라며 "폐쇄"요구에 대해서는 "제삼자"를 자처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대구공고총동문회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의 공과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며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업적에 대한 사상의 자유까지 막아선 안된다"고 했다. 또, "특별히 자료실을 통해 그를 우상화하거나 찬양한 일도 없다"며 "외부 단체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도 아니고 폐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종섭 대구공고 행정실장은 "동문이 주도적으로 문제없이 진행 시켜온 일을 학교가 왈가왈부 할 수 없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가치 판단은 학교의 몫이 아니다"고 했고, 김경년 대구시교육청 학교시설담당관은 "취업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지만 4-5층 역사관은 엄연히 학교와 동문이 설립했다"며 "시교육청은 제삼자에 불과하고 폐쇄를 논할 입장도 못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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