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자료실...공개도 폐쇄도 안된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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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공고 역사관] 시민사회 항의 / 학교 "전시 내용 몰랐다" / 동문 "평가 다를 수 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와 김진해 대구공고총동문회 회장이 '전두환 자료실 폐쇄'와 '공개'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와 김진해 대구공고총동문회 회장이 '전두환 자료실 폐쇄'와 '공개'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공고 "전두환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던 시민단체가 21일 오전 학교를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자료실 폐쇄와 공개"를 요구한 반면 대구공고총동문회는 "공개도 폐쇄도 안된다"는 입장을 내세워 갈등을 겪었다.

대구시민사회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는 6월 21일 오전 대구공고 앞에서 "내란수괴, 쿠데타 주범 전두환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후, 항의를 하기 위해 교내로 진입했다. 그러나 성효문 대구공고교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학교 직원들은 "자료실은 동문회 주관, 동문회와 얘기하라"고 전했다.   

1-3층은 취업지원센터, 4-5층은 역사관으로 증축...실제로 4층은 대구공고동문회 사무실, 5층은 전두환 자료실로 쓰인다. 자료실로 가려면 동문회 사무실을 거쳐야 한다(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3층은 취업지원센터, 4-5층은 역사관으로 증축...실제로 4층은 대구공고동문회 사무실, 5층은 전두환 자료실로 쓰인다. 자료실로 가려면 동문회 사무실을 거쳐야 한다(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단체는 곧바로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취업지원센터 5층에 있는 자료실로 가는 계단과 승강기는 모두 3층에서 멈췄고 자료실로 가기 위해서는 4층 동문회 사무실을 거쳐야만 했다. 김진해 동문회 회장은 "정식 오픈하지 않았다. 다음에 오라"고, 또 다른 동문회 관계자는 "남의 집에 함부로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공개도 폐쇄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두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김 회장은 20여분동안 언쟁을 벌였다.

곧 김 회장은 "5명에게만 공개 하겠다"며 "다른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백 상임대표를 포함한 5명과 김 회장은 5층 전두환 자료실로 이동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리석과 고급 목재로 꾸며진 로비와 금장으로 새겨진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 문구, 전 전 대통령 흉상이 나타났다. 내부 벽에는 '소년 전두환이 걸어온 길'부터 '군인 전두환이 걸어온 길'까지 프로필이 새겨져 있었고, 유리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받은 트로피, 실제로 입었던 군복과 칼 등이 전시됐다.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에 있는 흉상, 군복, 칼, 지휘봉(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에 있는 흉상, 군복, 칼, 지휘봉(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주도한 '12.12쿠데타', '5.18민주항쟁 유혈진압'과 지난 1995년 구속 기소돼 대법원에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선고", 1997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던 자료는 전시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창욱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는 "내란죄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자료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학생들에게 거짓을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진해 회장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 선배님"이라며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나 평가는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를 포함한 3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성효문 대구공고교장, 대구공고총동문회에 ▷취업지원센터-역사관(자료실)의 시교육청 지원금 현황과 설계도 공개, ▷전두환 자료실 폐쇄를 촉구했고,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5.18민주유공자단체전국협의회에 이 문제를 상정해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대구시민사회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는 "내란수괴, 쿠데타 주범 전두환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2012.6.21.대구공고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민사회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는 "내란수괴, 쿠데타 주범 전두환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2012.6.21.대구공고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두환은 12.12와 5.17 두 번의 쿠데타로 민주화의 봄을 짓밟은 인물"이라며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미화하는 자료실까지 개관한 것은 통탄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공고와 동문회가 쿠데타를 인정하거나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결코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교육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학교 당국과 자료실 증축을 허용한 대구시교육청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백현국(5.18대구경북동지회 상임대표)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전두환은 군부독재 절정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며 "상식을 가진 교육당국이라면 당연히 폐쇄조치 해야한다"고 했고, 김두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독일에 히틀러 자료실이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유, 민주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반국가적 자료실이 공립학교에 들어선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진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도 "학교는 민주주의 가치와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곳으로 야욕을 위해 시민 목숨을 희생시킨 범법자를 자랑스러워해서는 안된다"고 했고,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역시 "12가지 죄목으로 사형구형까지 받은 인물을 기리는 자료실을 설립할 수 없다"며 "자료실 개관식까지 참석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교육 관계자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통합당 대구시당도 성명서를 내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시교육청, 대구공고는 시민에게 사과하고 국가내란죄 수괴인 전두환 자료실을 즉시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왼쪽부터)백현국(5.18대구경북동지회 상임대표)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두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노진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2012.6.21.대구공고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백현국(5.18대구경북동지회 상임대표)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두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노진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2012.6.21.대구공고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학교와 시교육청은 "동문회가 주도한 일로 자료실 내용물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전종섭 대구공고 행정실장은 "애초부터 다목적관으로 지어졌고, 동문회가 '성금으로 짓겠다'는 것을 학교에서 안 받아 줄 수 없었다"며 "교장선생님도 학교 관계자 누구도 전시 내용물은 알지 못했다"고, 김경년 대구시교육청 학교시설담당관은 "동문회가 전시실로 증축을 신청했고 교육청이 허가를 내 준 것은 맞지만 보통 전시내용까지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김 담당관은 시교육청이 자료실에 자금을 지원했느냐는 질문에는 강하게 부정하며 "한 푼도 유입되지 않았다"고 했고, "취업지원센터 건물을 설립하던 처음부터 증축을 할 수 있도록 구조설계가 됐다"며 "건물 확장을 위해 보통 그렇게 설계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다음 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전두환 자료실 증축 허용한 시교육청 규탄" 및 "자료실 폐쇄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대구공고는 지난 5월 30일 학교 안 5층짜리 취업지원센터 4-5층에 역사관 개관식을 가졌다. 1-3층은 학교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곳으로 대구시교육청이 14억원을 지원해 설립했고, 4층은 동문회 사무실, 5층은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로 대구공고총동문회가 지난 7년간 성금 18억원을 모아 명목상 '역사관'으로 증축했다. 개관식 이후 정식 오픈일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6월 21일 현재까지 외부인 출입은 제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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