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영어강사, '해고' 위기 넘겼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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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회 합의, "원어민 강사 100% 계획 철회, 현 강사 33명 고용 유지"


영남대 영문과 비정규직 강사들의 '해고' 위기가 한 고비를 넘겼다. 대학 측이 내년부터 현 강사들을 원어민 강사로 100% 교체하기로 한 정책을 철회하면서 최소한 내년 1학기까지는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영남대 교무처와 영문과 교수들은 6월 26일 비정규직 강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면담을 갖고, 올 2학기부터 '대학영어회화' 강의의 96%, 2013년부터는 100%를 원어민(외국인)강사로 교체하기로 한 교육 정책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남대는 "내년 1학기까지 현 한국인 강사 33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구두 합의를 했다"고 박선주 교무처 팀장이 27일 밝혔다.

이 면담에는 박병진 교무처장과 영문과 이승렬 교수, '영문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 박경서 공동대표를 포함한 9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100%  원어민 강사 대체 확정안 철회 ▷현 33명 고용 유지 ▷학생 수준별 반편성에 따른 한국인.원어민 강사의 '공동강의(Co-Teaching)' 편성에 합의 했다. 특히, 이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기보다 구두 합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18일부터 "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영남대 본관 앞에서 컨테이너 농성을 하던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영어강사들은 모두 농성을 풀고 귀가했다. 박경서 비대위 공동대표는 "문제가 잘 해결돼 다행"이라며 "자기 일처럼 나서 준 영문과 교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승렬 영문과 교수는 "학교와 교수, 비정규직 교수 3자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갈등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힘을 모아 학생들을 창의적으로 가르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주 교무처 팀장은 "순차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아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며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 박경서 공동대표(사진 오른쪽)와 영어강사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 박경서 공동대표(사진 오른쪽)와 영어강사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마다 대학 총장의 '위촉서'를 받아 고용을 갱신하는 강사들의 고용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효수 현 영남대 총장의 임기는 2013년 2월까지로, 이 총장이 '위촉' 권한을 행사하는 2013년 1학기까지만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새로 선출될 총장의 정책에 따라 이들의 고용은 또 다시 불안해 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선주 교무처 팀장은 "시간강사가 사회적 약자인 것은 맞지만 대학 강의 정책은 강사들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원한다면 원어민 확대 정책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의 투쟁선포식(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의 투쟁선포식(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영남대는 지난 2010년부터 1학년 필수교양과목인 '대학영어회화'를 팀티칭(Team-Teaching) 방식으로 한국인과 원어민(외국인) 강사에게 각각 50%씩 배정했다. 이에 따라, 강사들은 영남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매주 75분씩 2회에 걸쳐 영어 읽기, 쓰기, 말하기를 가르쳤다.

그러나, 영남대는 올 초부터 "영어 교육 선진화와 효율성"을 목적으로 '대학영어회화' 수업에 원어민 강사를 확대하기로 기존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대학영어회화' 강의의 원어민 강사 비율을 현재 50%에서 올 2학기에는 96%, 2013년부터는 100%로 늘이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해고' 위기에 몰린 영문과 비정규직 시간강사 33명 전원은 지난 5월말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6월 5일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학교측에 보낸데 이어, 18일부터는 본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며 반발했다.

비대위는 지난 6월 18일부터 영남대 본관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해고 철회" 농성을 벌여왔다. 26일 대학과 합의 후 농성을 풀고 귀가했다(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비대위는 지난 6월 18일부터 영남대 본관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해고 철회" 농성을 벌여왔다. 26일 대학과 합의 후 농성을 풀고 귀가했다(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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