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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자기착취의 사회에서 벗어날 길은?

기사승인 2012.07.13  09: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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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하 /『피로사회』(한병철 저 | 김태환 역 | 문학과지성사 | 2012.3)


‘피로사회’는 한국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독일에 가서 철학, 문학, 신학을 공부하고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한병철 선생의 2010년 글이다. ‘피로사회’가 나오면서 독일에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가장 주목받는 문화비평가로 떠올랐다.

책은 매우 얇다. 시집으로 착각할 정도로 옮긴이 후기까지 합쳐도 128쪽이다. 한국인 독일대학교수의 글을 한국인 독문과 교수인 김태환선생이 번역한 책이다. 그러나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철학자와 철학용어의 인용이 많아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 『피로사회』(한병철 저 |김태환 역 |문학과지성사 | 2012.03)
‘피로사회’는 현대철학 거장들의 패러다임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고 도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병철 선생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은 규율사회와는 다른 성과사회를 제시한다.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피로사회’는 푸코와 프로이드의 그늘에 있는 현대철학에 독창적 진단을 내린다. “피로사회는 자기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피로사회의 고유한 질병으로 우울증, 주의력결핍행동장애나 소진증후군 등을 이야기 하며, 긍정성 과잉이 원인이 된 질병이라 진단을 한다.

생산의 극대화를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후기 자본주의에 이르러 지배와 강제에 의한 타자 착취에서 성공적 인간이 되기 위한 자기 착취로 바뀌었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타자 착취보다 효율적인 자기착취는 생산의 극대화를 이루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 인간이라는 이상에 유혹당한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전환은 한국사회에서도 진행중이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의 자기주도의 학습의 강조나 입학사정관제로 상징되는 새로운 입시 전형의 도입은 입시지옥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불분명하고 복잡한 경쟁과 스스로를 끝없이 넘어야 하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피로사회’의 역자인 김태환선생이 지적한다. 카이스트나 서울대 학생들의 자살을 통해 자기착취가 자기학대로 이어져 죽음으로까지 연결됨을 볼 수 있다. 소위 상위권 청소년들의 자살도 자기착취의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10여년 이상 살아 온 대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의 현대사는 인혁당 재건위의 피의 희생으로 왜곡되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에 8명의 귀한 목숨이 규율사회의 억압과 착취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 이후 대구는 상인동 가스폭발사건과 지하철 참사로 고담대구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고 교육현장은 초등학생 집단성폭행으로 멘탈을 붕괴시키더니 최근에는 6개월에 8명의 청소년들이 목숨을 던지는 피로사회를 넘어선 피로물든 사회로 변하고 있다. 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군사독재정권 암흑하에서의 하룻밤8명의 귀중한 목숨이 6개월에 8명으로 바뀐 것이다.

피로사회의 대표적 질병이 우울증이라면 극단적 우울증이 증가하면 자살증가로 이어진다. 피로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힘의 피로인 탈진의 피로가 필요하다고 한병철선생은 주장한다. ‘막간의 시간’과 ‘깊은 심심함’이 극단적 피로사회로 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쓸모 없는 것의 쓸모’가 자기착취의 성과사회가 피로물든 사회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피로사회의 극단을 해소하는 치유법은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다. 한병철선생은 ‘더욱 생산적이 될 것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욕망에 굴복해 탈진하고 고갈된 영혼 없는 개인으로 살지 않고 각성과 결단으로 자본주의 욕망의 굴레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찰과 반성을 가져온 ‘피로사회’는 얇지만 중요한 핵심 화두를 던진 책이다. 자본주의 극복을 꿈꾸면서도 나를 비롯한 적지 않은 정당,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욕망의 굴레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성과주의의 한계를 알면서도 성과에 집착하는 오류도 범하고 있다. 긍정의 힘이 판을 치는 현상에 무비판적 대응을 한것은 아닌지 반성이 되었다.

‘깊은 심심함’과 ‘쓸모 없는 것의 쓸모’가 관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생동감이 넘칠 때 피로사회의 질병들이 치유가 될 것이다.

   





[책 속의 길] 73
박종하 / 문화운동가. 인권실천시민행동 사무국장

평화뉴스 기자 pnnews@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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