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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따져 보자

기사승인 2012.07.20  08: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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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신 / 『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김용규 저 | 주니어김영사 | 2006)


  몽테스키외는 ‘어떤 슬픔도 한 시간의 독서로 풀리지 않은 적은 내 생애에 한 번도 없었다’고 했으며, ‘단 세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 위해 나의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고 말했다. 심혈을 기울여 쓴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기쁨이며 행복이다. <책 속의 길>에 글을 써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슨 책에 대해 쓸까 고민이 되었다. 대학교수 체면에 아무 책에 대해서나 쓸 수도 없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책에 대해 써야 하는데, 그럴듯한 책은 읽을 때 그렇겠구나 하고 느낄 뿐 그 느낌을 글로 나타낼 재주도 없다. 좋은 시를 읽을 때 시인의 느낌이 어쩌면 나하고 이리도 같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를 지을 재주는 없다. 더욱이 서평을 쓸 주제도 되지 않는다.    

  고민 중에 있는데,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이라는 책 이야기를 한다. 평소 철학이라면 어렵고 무거운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터라 청소년인 아들은 그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자녀들과 대화가 거의 없었던 터라 이것을 기회로 자녀들과 책을 통해 대화를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아들에게 책에 대한 서평을 부탁했다. 고맙게도 아들은 평소 무관심하게 대해줬던 아버지에게 서평을 적어 주었다. 적어준 것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몸은 철장에 갇히지 않았지만 마음의 철창인 ‘편견’에 갇힌 사람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편견’에 갇혀 있지 않으신가요? 그럼 당신에게 있어서 철학은 무엇입니까?
  흔히 ‘철학을 한다’라고 하면 어렵고 무거운 것을 한다고 생각할 뿐, 재미있는 놀이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에서는 철학(哲學)을 꼼꼼히 따져 보는 일, 즉 물음표와 느낌표를 자꾸만 주고받으면서 잘못된 상식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호기심과 꼼꼼함만 있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쓰는 이유는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철학을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승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책들은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책을 쓴 작가도 자기가 쓰고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쉽지 않은 내용을 다뤘음에도 정말 쉽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철학을 ‘어렵게’ 설명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예시와 재미있는 문체,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있음직한 사례와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담 스미스와 니체, 임마누엘 칸트와 제레미 벤담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사람들의 사상을 읽으면서 ‘어, 이게 과연 옳은 사상인가?’ 혹은 ‘이 사상이 그 사상가가 살았던 시대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에도 적용이 되는가?’ 등의 사고를 통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이 책이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바른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을 읽고 맛있는 철학을 맛볼 것을 바랍니다.』

   
▲ 『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김용규 저 | 주니어 김영사 | 2006)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은 저자가 저자의 청소년기 딸과 질문과 응답을 하면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따져 보지 않은 삶은 무가치하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1_매콤한 맛’,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2_달콤한 맛’, ‘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 3_담백한 맛’, ‘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 4_고소한 맛’의 시리즈로 출판되어 있다.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1_매콤한 맛’에서는 ‘1. 약속은 왜 지켜야 하나: 도덕이란 무엇인가’, ‘2. 거짓말은 언제나 나쁜가?: 도덕의무론’, ‘3. 이기주의는 과연 나쁜가: 이기주의’, ‘4.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은 없나: 이타주의’, ‘5. 아홉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어도 좋은가: 공리주의’, ‘6. IQ는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결정론과 자유의지’로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을 주독자로 한 책으로 가급적 쉽고 간편하게 철학통조림을 제공하고자 하여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어른들도 교양을 위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뒷부분 표지에 ‘논술․토론․교양을 위한 철학적 질문과 응답들!’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논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띤다. 현실적이나 왠지 눈에 거슬린다.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예방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질병의 사회적 기원을 따져보는 것에 관심이 있어, 이와 관련이 있는 두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례 1. 미국의 사회의학자 갈드스톤이 그의 저서 ‘사회의학의 의미’(1954)에서 인용했던, 20세기 초반의 어느 의사에 얽힌 일화로 다음과 같다. “… 그 경찰의사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부검하여 심장 속에 탄환이 들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이 사건(살인)의 원인은 탄환이라고 판정했다. 그 뒤 그는 전쟁터에 나가서 많은 전사자에게서 탄환을 발견하고는 그것이 전쟁(살인)의 원인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독가스도 살인의 원인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그는 탄환과 독가스가 전쟁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막연한 인종적․경제적․정치적 조건의 개선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원인 중의 원인인 탄환과 독가스를 어떻게든 처리할 방법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연구에 열중했다…”」

  질병에는 특정한 의학적 원인만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이면에 있는 것을 따져보지 않는 것은 위의 경찰의사와 같이, 전쟁의 원인이 탄환이나 독가스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사례 2. 북부 실레지아 지방의 발진티푸스 유행에 관한 루돌프 비르효의 연구: 1847-48년 겨울에 발진티푸스 유행병(이 당시는 괴질 또는 역병)이 북부 실레지아 지방에서 발생하였다. 이 지방은 소수 민족인 폴란드인이 많이 모여 사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프러시아 지방이다. 이 유행병은 기근과 때를 같이하여 나타났는데, 상황이 너무나 악화되어 사회적 혼란을 두려워한 독일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전의 관례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조사하는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여, 개선 대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였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베를린의 병원에 병리학 강사로 있던 촉망받는 26세의 비르효가 임명되었다. 그는 북부 실레지아 지방에 1848년 2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겨우 3주간 머물렀지만, 3주간의 관찰에 기초한 그의 보고서는 그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비르효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동기획위원회와 의사, 자원봉사자, 지방과 중앙 정부의 관료들로 구성된 심의 위원회, 새로운 질병사례의 보고체계, 식량 공급체계의 재편 등을 제안하였고, 장기적으로는 무제한적 민주주의, 의사결정 권한의 이전, 보통교육의 확대,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폐지, 세제 개혁, 농업 개선, 산업 발전 등을 제시하였다.」

  이 당시는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장기설(나쁜 공기가 병을 일으킨다)이 자리 잡고 있던 시절로 그 지방 사람들이 무지하고 가난하며, 위생적으로 청결하지 못해 병이 유행한다고 보고서를 작성하면 그만이며 이것이 정부가 원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르효는 왜 무지하고 가난하며, 위생적으로 청결하지 못한가를 따져보았다. 그 결과 병인론과 관련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소들을 강조하였으며, 사회구조에 대한 개혁을 제시하였다.

  청소년기의 딸과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 자녀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읽어 볼 예정이며, 이것을 통하여 자녀가 읽는 책이 제대로 된 책인가도 평가해 볼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책 속의 길] 74
감신 /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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