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단지에 포위된 대구, 탈핵 위한 사회적 합의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8.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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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탈핵 문화제 / 삼척.영덕 신규 핵발전소와 송전탑..."약자 삶 파탄, 당장 멈춰야"


탈핵낙서판에 적은 초.중학생들의 낙서...모두 "탈핵"을 요구하고 있다(2012.8.10.천주교대구대교구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탈핵낙서판에 적은 초.중학생들의 낙서...모두 "탈핵"을 요구하고 있다(2012.8.10.천주교대구대교구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핵, 죽고 싶어? 탈핵 모두 함께 합시다', '우리가 원하는 건 핵 없는 세상' 안연준(14.시지중1)군이 10일 탈핵낙서판에 적은 문구다. 안군 옆에 있던 초.중학생을 비롯한 고사리 손들도 비슷한 내용의 문구를 적었다. 모두 "탈핵"을 요구하는 문구들이다.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탈핵"의 염원을 담은 문화제를 개최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8월 10일 오후 천주교대구대교구 대강당에서 '해 좋아, 핵 싫어 왁자지껄 탈핵 문화제'를 열고 "후쿠시마 대참사 이후 핵발전소와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며 "지금 당장 핵발전소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개최한 '해 좋아, 핵 싫어 왁자지껄 탈핵 문화제'(2012.8.10.천주교대구대교구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개최한 '해 좋아, 핵 싫어 왁자지껄 탈핵 문화제'(2012.8.10.천주교대구대교구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 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후세대에 넘겨주기 위해 우리나라도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울진, 경주, 월성, 부산 고리에 이어 삼척과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고 동해안 일대를 핵단지화하려는 '원자력 클러스터(Atomic Clusters)'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는 대구지역은 세계최대 핵단지에 포위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 "수명이 다된 고리 1호기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며 "가동 중인 발전소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핵발전소 문제는 더 이상 핵시설 부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바로 우리 대구 시민들의 문제이자 전 국민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탈핵 풍자화를 보고 있는 수녀의 뒷 모습(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탈핵 풍자화를 보고 있는 수녀의 뒷 모습(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문화제는 ▷탈핵 풍자화 전시, ▷자전거 발전기 체험, ▷탈핵 영상 상영, ▷원자력 진실 OX 퀴즈, ▷‘대구올레음악단’과 ‘곰네들 누리터 어린이 합창단’의 에너지쏭 부르기 공연,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사무국장 특강으로 꾸며졌으며, 이들 단체는 이를 통해 "핵발전소 위험성"을 알리고 "탈핵"을 강조했다. 

특히, 이계삼 분신대책위 사무국장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주변 대도시로 송전하는 765kV, 345kV의 고압 송전탑 공사가 밀양과 경북 청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전은 핵발전소와 송전탑 입지조건으로 수도권과 먼 곳, 경제적 소득이 낮은 곳, 학력 수준이 낮은 곳을 꼽고 있다. 이는 약자의 삶을 파탄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사무국장(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문화제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사무국장(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이 같은 송전탑 건설은 핵발전소 문제와 같은 맥락에 있다"며 "탈핵을 위해서는 도시 주민들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빛이 환한 대구 시가지를 보며, 여기서 사용될 전기를 위해 수개월째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각났다"며 "탈핵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도와주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재미있는 놀이와 작품을 통해 탈핵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원전에만 의존하는 사회를 벗어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이번 문화제를 마련하게 됐다"며 "어린아이와 탈핵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이번 문화제를 통해 핵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전거 발전기 체험' 코너에서 한 초등학생이 자전거 페달을 밝아 전구에 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자전거 발전기 체험' 코너에서 한 초등학생이 자전거 페달을 밝아 전구에 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문화제에는 시민 80여명이 참석했으며, 김선경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류경원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간사의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이 가운데 새로운 에너지 형태를 제안하던 '자전거 발전기 체험' 코너는 자전거 페달을 밝아 전구에 불을 밝히고, 선풍기를 작동시켜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 시민행동'은 지난 7월 15일 '탈핵 희망버스'를 타고 삼척과 영덕을 찾아 "동해안핵단지 반대"와 "탈핵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구올레음악단'의 에너지쏭에 맞춰 율동하며 노래를 부르는 시민들(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올레음악단'의 에너지쏭에 맞춰 율동하며 노래를 부르는 시민들(2012.8.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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