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끝내 '의무' 없는 '학교급식' 조례 통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9.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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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행자위, 지자체 부담 '의무' 삭제 / 시민사회 "밀실야합, 식물조례" 단식농성


대구시의회 김원구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이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안건심사에서 수정안을 가결시키고 있다(2012.9.11.대구시의회 행자위 회의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 김원구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이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안건심사에서 수정안을 가결시키고 있다(2012.9.11.대구시의회 행자위 회의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민 3만여명이 청구한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이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비롯한 핵심 조항이 대부분 삭제되거나 변경된 채 상임위를 통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9월 11일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안건심사를 열고 원안을 수정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행자위 김원구 위원장, 윤성아 부위원장, 김의식, 이윤원, 이동희, 신현자 위원과, 집행기관 대표로 참석한 채홍호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성삼제 대구시부교육감은 모두 "수정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왼쪽)채홍호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성삼제 대구시부교육감(2012.9.11)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채홍호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성삼제 대구시부교육감(2012.9.11)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대구지역 54개 시민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대구운동본부'가 시민 3만1269명의 서명을 받아 조례안을 시에 제출한지 9개월만에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본회의는 오는 20일 열린다.

그러나, 조례 원안의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 명칭은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변경됐고, '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경비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부담한다'는 조항은 삭제됐다. 이를 포함해 원안 대부분의 핵심 조항이 변경.삭제돼 기존 조례안과는 거의 다른 수준의 수정안이 통과됐다.

행자위 위원들이 '의무급식 조례안'을 심사하고 있다(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행자위 위원들이 '의무급식 조례안'을 심사하고 있다(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대구 시장이 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 급식재료의 생산과 수급을 운영.집행한다'는 조항은 '구청장.군수가 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경우 시장은 행.재정적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변경됐고, '지원금 사용내역 학교 홈페이지 공개'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또, '급식경비, 지원방법, 지원규모를 심의.의결하는 친환경 의무급식 지원 심의위원회'는 '심의' 역할로 제한됐고,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3년부터 시행한다'는 조항은 '초.중 모두 2013년부터 지원한다'고 변경됐다.

2분 만에 수정안이 통과되고 행자위 위원들과 집행기관 대표들이 빠져나가자 전형권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가 "날치기"라며 항의하고 있다(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분 만에 수정안이 통과되고 행자위 위원들과 집행기관 대표들이 빠져나가자 전형권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가 "날치기"라며 항의하고 있다(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게다가, 이 과정에서 행자위가 10분가량 정회한 뒤 심사를 재개한지 2분 만에 수정안을 통과시켜 방청석에 있던 시민단체가 "수정안을 공개하지도 않고 통과시키는 것은 날치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행자위 위원들과 집행기관 담당관들은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때문에,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밀실야합으로 날치기 통과한 수정안은 원천무효"라며 "김원구 행자위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또, "수정안은 주민청구조례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난도질한  식물조례를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통합진보당도 논평을 통해 "대구시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밀실 정치하듯 숨어서 논의하고, 형식적인 의례로 대구시민의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해 버린 도를 넘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수정안 통과 후 방청석에 있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항의 하는 모습(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정안 통과 후 방청석에 있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항의 하는 모습(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형권(전교조 대구지부장)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집행부가 수정안을 읽지도 않았는데 수정안에 동의했고, 곧바로 행자위가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시의회와 행자위는 완벽하게 대의기관 심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대구운동본부 집행위원장도 "시민이 지켜보고 있는 행자위가 사기극을 진행시켰다"며 "수만명이 그만큼 애써서 조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밀실행정으로 끝낼 순 없다"고 질타했다.   

장태수 서구의회 부의장은 안건심사 과정에서 성삼제 부교육감이 '학교급식 식품비는 학부모가 부담한다'는 '학교급식법' 8조를 이유로 "의무급식 조례안은 상위법에 저촉돼 시행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부교육감은 '국가 또는 지자체는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 전부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학교급식법' 9조는 빼놓고 말해 위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항의했다.
  
장태수 서구의회 부의장이 성삼제 부교육감에게 항의하고 있다(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태수 서구의회 부의장이 성삼제 부교육감에게 항의하고 있다(2012.9.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김원구 행자위 위원장은 "급식지원계획 수립과 운영에 대해 시장, 교육감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은 '자치단체장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규정을 제정할 수 없다'는 2007년 대법원 판례와 학교급식법, 지방자치법, 예산편성권한 등의 상위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때문에 조례안을 수정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또, 2분 만에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는 "공청회와 면담을 통해 수없이 시민단체와 만남을 가졌고 얘기를 주고받았다"며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기에 공개하지 않고 바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수정안이 통과된 것은 사실"이라며 "의무급식에 대한 조례가 초기단계이니 성숙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1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날치기 통과 규탄, 원천무효 선언, 김원구 행정자치위원장 사퇴, 본회의 부결 촉구 단식농성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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