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과거사' 입장 변화, "믿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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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5.16 유신 인혁당, 헌법가치 훼손, 사과" / 피해자 "만시지탄, 진정성 확신 안선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헌법가치 훼손"을 인정하고,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관련 단체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박 후보의 '진정성'에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박 후보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또,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새누리당 홈페이지(2012.9.24)
사진 출처. 새누리당 홈페이지(2012.9.24)

박근혜 "노동자 희생, 인권침해...국민대통합위 설치"

특히, 박 후보는 "아버지한테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과 국가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 목표였다"며 "그 과정에서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 받았던 일도 있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날 기자회견 앞 부분에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회견 뒷 부분에서는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고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그러나, 인혁당 피해자와 관련 단체는 박 후보의 '진정성'에 의문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강창덕
강창덕
인혁당 사건으로 고문을 받고 옥고를 겪은 강창덕(85) 선생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어디까지 진정성을 믿어야 할 지 확신이 안선다"고 말했다. "인혁당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박 후보가 뒤늦게라도 사과한 건 다행이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도 다른 말을 하다 갑자기 이러니..."라고 했다. 박 후보가 지난 10일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라는 발언을 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강 선생은 당시 평화뉴스와 인터뷰에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망언", "자신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박근혜는 대통령의 자격이 손톱만치도 없다"고 격노하기도 했다.


강 선생은 지난 1974년 이른 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구속돼 모진 고문과 함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2년 형집행정지로 출소할 때까지 8년8개월을 복역했으나, 2006년 국무총리실 소속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고,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재심에서 '인혁당 무죄'가 선고되면서 오랜 멍에를 벗었다.

"선거용 아닌가?", "헌법가치 훼손이면 영남대.정수장학회 손 떼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함종호 부이사장도 박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함 부이사장은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이 아직까지 구체성을 가지고 나타난 게 없다"며 "그래서 선거용이 아닌가 하는, 사과의 진정성이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다. 어떻게 행동하는지"라고 덧붙였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은 "부족하다"고 박 후보의 입장을 평가했다. 김 처장은 "박 후보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식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과는 아니라고 본다.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가 5.16이나 유신에 대해 정말 '헌법가치 훼손'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시의 인권피해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정수장학회나 영남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지금 진행중인 각종 박정희 기념사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현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세계가 인정하듯이, 건국이후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저는 이러한 성취를 이루어낸 우리 국민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압축적인 발전의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고, 때론 굴곡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1960~70년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듯이 60~70년대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라는 절대 빈곤과 북한의 무력위협에 늘 고통을 받고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과 국가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 목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 받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 고 하셨고, 유신시대에 대해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고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말씀드린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은 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비전입니다.
 
100% 대한민국은 1960~70년대 인권침해로 고통을 받았고 현재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들이 저와 동참하여 주실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대통합의 위에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쏟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민들께서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참 많은 분들이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이제 국민을 저의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면서 국민의 삶과 행복을 지켜드리는 것이 저의 마지막 정치적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저와 함께, 과거가 아닌 미래로 국민대통합의 정치로 함께 나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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