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남대ㆍ정수장학회 돌려줘야 진정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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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청구대 강제합병, '박정희 대학'으로... 지역언론 '영남대 탈취' 외면


대선과 관련, 최근 주요 언론매체는 두 가지 쟁점을 부각했다. 그 한 가지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역사관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선은 물론 전체 선거와 관련한 것으로 투표 종료시간이 1971년 이후 오후 6시(재보선만 오후 8시)까지로 묶어 놓은 것에 대한 문제점이다.

먼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역사관과 관련한 것은 박근혜 후보가 지난 달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5.16 쿠데타, 유신독재, 인혁당 관련자 사법살인에 대해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은 박 후보의 이 발언을 ‘사과’로 전했다.

<조선일보> 2012년 9월 25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9월 25일자 1면

이에 대해 보수언론(조중동이 이에 해당하는데 ‘미디어창’에서는 조중동의 보도가 ‘초록동색’이란 점에서 조선일보를 분석 대상으로 한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이 발언에 대해  「아버지를 넘고 가다」(9월 25일 1면)라고 보도, 박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의 무도한 독재행각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듯이 다뤘다. 같은 사안인데도 대구의 메이저 보수 언론인 매일신문은 「“5.16, 유신, 인혁당 헌법가치 훼손”」(9월 24일 1면)이란 제목으로 예의 따옴표 보도(“ ”)로 대신 했다. 매일신문으로서는 내심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라 이런 식으로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매일신문> 2012년 9월 24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9월 24일자 1면

그러나 조선일보든 매일신문이든 박 새누리당 후보의 24일 기자회견의 목적이 ‘5.16은 쿠데타가 아니며’ ‘유신은 나름대로 공이 있고’ 인혁당재건위 사건을 날조해 진보인사들을 사법부 판결이란 권위를 끌어대 무더기로 생명을 끊은 것도 ‘두 가지 판결이 있다’고 했다가 국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민족대이동이란 추석 여론 시장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한 긴급 기자회견 형식의 대응이란 점은 분명히 짚었다.

박근혜 '불통' 눈감고 참모진엔 '매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9.24 회견의 배경은 여타신문도 엇비슷하게 다뤘다. 문제는 보수언론이 박 새누리당 후보 발언의 진정성 여부, 박 새누리당 후보 발언의 배경을 다루는 태도이다. 보수언론은 박근혜 새누리 후보의 긴급기자회견이 있게 된 배경으로 5.16쿠데타, 유신, 인혁당 등 ‘과거사’에 공(功)도 있다고 여전히 멍석을 깔고, ‘그런데도 박 후보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 말을 꺼내지 않았거나, 꺼내는 시늉만 하고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면 그런 참모진은 있으나 마나다.’(조선일보, 9월 24일 오피니언 A35  사설 「박근혜 후보의 ‘박정희 시대’ 사과 이후의 과제」)고 책임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아닌 ‘눈치 보는’ 참모진 탓으로 돌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키기에 나선 보수언론의 초점 흐리기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2012년 9월 25일자 사설(35면)
<조선일보> 2012년 9월 25일자 사설(35면)

'5.16 합리화'

이 사설의 문제점은 박정희 과거사가 우리나라 헌정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국민의 인권을 짓밟았는데도 여전히 ‘공도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점과 함께 참모진으로 하여금 눈치를 보게 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철벽같은 ‘불통’-리더십의 문제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보수언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발언을 ‘실언(失言)’(9월 25일자 1면)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고, ‘리틀 조선일보’라는 매일신문도 「“5.16 쿠데타냐”…박근혜 “아뇨”」(2012년 8월 9일자 6면 정치)라고 따옴표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뇨”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말을 빌려 보수신문들은 정치군인들의 5.16 군사 정변을 합리화하고 싶은 것이다.

<매일신문> 2012년 8월 9일자 6면(정치)
<매일신문> 2012년 8월 9일자 6면(정치)

영남대ㆍ정수장학회 돌려줘야 진정성 입증

이제 초점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으로 옮겨보자.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은 앞으로의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이다. 진정성이 없다면 정치인들의 장기인 세 치 혀의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 심지어 보수언론조차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부산일보를 탈취해 만든 것이란 점에 무게를 두고 정수장학회 문제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발뺌만 하려하지 말고 나서서 풀 것을 지적했다. 그 문제를 풀지 않으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큰 짐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지역신문이 지역 '영남대 탈취' 안 다뤄

그런데 5.16 쿠데타의 주역인 박정희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탈취한 것은 부산의 부산일보만이 아니었다. 대구의 대구대학․청구대학을 심복 중의 심복인 비서실장 이후락을 내세워 장악, 영남대학으로 만든 후 박정희․박근혜 부녀가 출연금 한 푼 내지 않고 교주가 되도록 했는데 영남대학 탈취에 대해서는 이 대학이 소재한 대구의 메이저언론을 자처하는 어느 언론사도 다루기를 회피하고 있다(이 문제에 대해 ‘미디어창’은 「‘박근혜 영남대학교’와 지역언론」 제목으로 3월 8일치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걸핏하면 ‘지역성’을 운위해온 지역신문인지라 독자들이 그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독립운동정신으로 대구ㆍ청구대학 설립

대구대학(1947년 대구민립대학으로 출범)과 청구대학(1948년 대구문리과전문학원으로 출범, 1950년 청구대학으로 개편)은 해방공간 민립대학을 세워 국가동량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교육을 통한 건국운동 차원에서 경주의 최준, 대구의 최해청 양 씨가 각각 중심이 되고 수많은 대구시민․경북도민이 한 푼 두 푼 정재(淨財)를 내어 참여해 설립한 고등교육기관이다. 해방공간 종합대학설립운동을 전개했던 대구시민․경북도민은 교육입국의 피 끓는 뜻을 모아 대구대학과 청구대학 창립을 성사시켰다. 대구시민‧경북도민의 열화 같은 성원을 받아 창립되자마자 대구대학은 이내 대구시민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것은 대구대학이 창립된 해에 창립기념으로 1947년 11월 29일과 30일 당시 키네마(현재 한일극장)에서 「대구대학 창립기념 제1회 연극제공연」을 마련한 사실이 반증한다(대구시보, 1947. 11. 29. 1면). 대구대학 학생들은 함세덕 원작, 추백로 연출 「무의도기행」, 송기웅 원작 「송화강」을 각각 공연했는데 공연의 목적은 대구대학을 창립하도록 참여해준 대구시민의 민립대학 운동에 부응하려는 각오를 표현한 것이었다.

<대구시보> 1948년 2월 25일 2면 / 청구대학의 모체가 된 대구시보의 독립운동국 활동 관련 사고.
<대구시보> 1948년 2월 25일 2면 / 청구대학의 모체가 된 대구시보의 독립운동국 활동 관련 사고.

대구시보 '독립운동국'이 청구대학 모태

청구대학은 당시 대구의 최대 일간신문인 대구시보가 1948년 초 사내에 ‘독립운동국’이란 언론사로서는 전무후무한 조직을 설치, 독립운동 생활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싹이 튼 것이다. 독립운동가 야청 최해청 선생이 국장을 맡아 대학 설립으로 결실했다.

<대구시보> 1947년 11월 29일 1면. 대구대학 창립을 축하하며 시민과 함께 하려는 대학생들의 대구대학 창립기념 연극 공연 광고
<대구시보> 1947년 11월 29일 1면. 대구대학 창립을 축하하며 시민과 함께 하려는 대학생들의 대구대학 창립기념 연극 공연 광고

건학이념 지우고 '박정희 대학' 만들어

대구대학이나 청구대학 모두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투쟁한 독립운동가들과 그에 호응한 대구시민․경북도민이 참여해 건국전야에 창립한 고등교육기관인데 이 두 대학이 1960년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일시 경영난에 봉착하자 ‘재단불충실’을 이유로 이후락 당시 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실세 이사로 ‘맹활약’, 영남대학으로 강제합병하고 ‘최고지도자, 교주’로 정관을 통과시켜 ‘박정희 대학’을 만든 것이다. 당시 정관을 보면 독립운동 정신으로 설립한 두 민립대학의 건학정신은 송두리째 말살되고 만주와 중국 대륙에서 독립운동가 토벌에 분주했던 박정희의 정체불명 ‘애국이념’이 들어앉은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가 '영남대' 언급 안 한 의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9.24 긴급 기자회견 발언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정수장학회, 영남대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원주인에게 돌려주면 된다. 원주인은 설립자 및 그와 함께 한 시민들이다. 정수장학회․영남대는 탈취한 것이 그 동안의 언론보도와 국감자료에서 쉽게 판명되고, 그 때문에 ‘장물’로 불릴 정도이므로 할지 안 할지도 모를 국민대통합위원회에까지 갈 것도 없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즉시 풀어주면 되는 것들이다. 원주인에게 돌려주면 될 정수장학회․영남대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9.24 긴급 기자회견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5.16, 유신, 인혁당 등 관련 기자회견이 낮은 지지율이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갈고 닦은 '신념'이 하루아침에 바뀐다?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거나 ‘5.16과 유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겠나’라거나 ‘인혁당 판결은 두 개’라는 등으로 잇따라 민주주의와 인권, 헌법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면서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한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역사관, 신념이 얼마나 반민주․반인도적, 퇴행적이고 또 철석같은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관․신념을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을 어느 한 부분이라도 뒷받침할 구체적 실천 없이 돌연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뒤바꿨다. 이것은 ‘돌변’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데, ‘이 정도 했으니 이제 국민들은 믿으라’고 하는 모양새 갖추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달리 본다. ‘대통령 후보 준비를 얼마나 해온 분인데 역사관, 신념이 그렇게 빨리 변합니까?’라고 묻는다. 진정성에 국민들은 강한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진정성을 보이는 출발점은 늦었지만 정수장학회․영남대 탈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정수장학회‧영남대학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실천이 따르지 않는 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많고 많은 정치인들의 말의 성찬의 하나일 뿐이다.

'투표시간 연장' 당연한 의제설정 외면

대선과 관련해 언론이 투표시간을 오후 6시로 41년 동안 못 박아둔 것을 시정하라는 지적은 투표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500만~6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의제설정이 아닐 수 없다(한겨레, 2012년 9월 28일, 1면, 「40년 넘게 저녁 6시까지만 투표…“수백만명 참정권 박탈”」). 언론보도에 따르면 투표마감시간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적극적이지만 새누리당은 선거관리․운영의 어려움, 비용 증가, 개표를 국민들이 밤새 지켜봐야 하고 개표종사자들의 다음날 근무에 지장을 준다는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진짜 속내는 투표마감시간을 연장하면 투표율이 올라가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라고 한다. 투표종료시간을 오후 6시로 못 박은 해는 1971년으로, 이 해는 3선개헌, 유신헌법, 통일주체대의원들의 체육관 대통령 선출 등 일련의 박정희 영구집권 야욕이 모습을 드러내는 기간에 해당한다. 국민을 억압, 지지를 받지 못한 박정희 체제가 왜 투표종료시간을 이처럼 짧게 정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보수언론 정체는 '폴리널리즘'

할 수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투표하는 것은 국민주권이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구현된다는 말이 된다. 불규칙한 근무시간 등으로 투표를 하려해도 할 수 없는 국민들의 발걸음을 투표마감시간을 연장해 투표장으로 향하게 한다면 선거의 대표성을 이보다 더 보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 어디 있을까. 위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64.1%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지난해 조사). 이들의 참정권은 무시돼도 좋은 것인가? 이들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중요한 것은 투표마감시간 연장과 관련, 보수언론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론화를 외면하니까 당연히 의제설정이 되지 않고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은 500만~6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국민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악조건에 처해있는 것조차 모르게 된다. 언론독과점이 부르는 국민적 손해-돈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정당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당연히 발휘해야 할 의제설정 기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마이동풍 격으로 외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언론(폴리널리즘, polinalism)이 아닐 수 없다. ‘폴리페서’를 유독 강조하는 보수언론은 먼저 스스로 폴리널리즘임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주권재민을 지지하는 언론이라면 국민을 투표에서 배제하는 오후6시 투표종료를 폐지하는 데 입장과 처지를 떠나 민주주의 지키기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여야 할 때다. 12월 대선에서는 모든 국민이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투표종료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언론은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20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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