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민중들이 10월 항쟁의 주역"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0.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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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항쟁 66주기> 추모제 / "억울한 죽음 다 못 밝혀...재조사, 특별법 제정"


'10월 항쟁' 추모제 참가자들이 참배하는 모습(2012.10.5. 2.28기념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 항쟁' 추모제 참가자들이 참배하는 모습(2012.10.5. 2.28기념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 항쟁' 66주기를 맞아 희생자 넋을 위로하고 명예회복 방안을 논의하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10월 항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10월항쟁유족회>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를 포함한 9개 시민단체는 5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10월 항쟁 정신계승 희생자 추모제 및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상숙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김일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 이명춘 전 진실화해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이 발제자로 참석했고,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 참교육실장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포함한 15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 1946년 대구 시민들은 해방 직후 미군정 '식량정책 실패'를 비판하며 9월부터 총파업을 벌였다. 이어, 10월 1일에는 미국정과 친일파 세력 '축출'까지 요구하며 대규모 항쟁을 벌였다. 그러나, 미군정과 대구지원경찰청은 대구경북에 계엄령을 선포한 뒤 시민들을 '좌익'으로 몰아 우익단체와 함께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005년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름이 확인된 대구 10월 항쟁 희생자는 모두 20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흡한 정부기관 협조와 여론 관심 부족으로 실상을 모두 밝히지 못한 채 지난 2010년 12월 모든 조사는 마무리됐다.

때문에, 이날 발제자들은 10월 항쟁 '재조사'와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상숙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은 "10월 항쟁은 제주 4.3사건이나 여순.순천사건과 달리 역사적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 구분도 명확치 않다"며 "만약 대구경북에서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미군정과 경찰에 희생된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시 경찰 자료와 생존자 증언을 통해 조사한 결과 피해자는 고구마 줄기처럼 늘어났다"며 "위원회는 고구마 줄기 윗부분만 건드린 채 죽음을 다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조사는 다시 이뤄져야 한다"며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이념을 뛰어넘는 정치적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김상숙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김일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 이명춘 진실화해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 참교육실장(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김상숙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김일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 이명춘 진실화해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 참교육실장(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일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은 "당시 항쟁은 극우.친미 세력을 처단하고 자주.민주 근대 국가를 설립하기 위한 민중의 자발적 노력이었다"며 "일제시기 대구경북 독립운동가와 이들을 지지하던 평범한 민중들이 10월 항쟁의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권력을 잡은 반공정부는 이들을 '좌익'으로 몰아 '10월 폭동'이라 부르고 역사를 왜곡했다"며 "왜곡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재조사를 통해 희생자 명예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항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명춘 진실화해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은 "어김없이 10월이 왔고 해마다 유족들은 연로해 돌아가시고 있다"며 "정확하고 빠른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는 대선에서 이를 해결할 정치권과 마음을 합쳐 이 과거사 문제를 이슈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고 얘기하지 않으면 정치인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이제부터라도 현실 운동에서 정확한 희생자 추정치와 조사 방향을 결정하고 관련 특별법 테두리를 만들어 국회의원이나 대선주자에게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사 중인 채영희 대구10월항쟁유족회 회장(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추모사 중인 채영희 대구10월항쟁유족회 회장(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미나 이후, 추모제에서는 채영희 대구10월항쟁유족회 회장과 양용해 한국전쟁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상임의장, 강창덕 민주화운동원로회 회장,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이재식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본부장의 추모사와 참가자 150여명의 헌화, 무용가 박정희씨의 추모공연도 이어졌다.

채영희 회장은 "해방된 내 나라에서 잘못된 미군정 정책에 반발한 조상들은 처참히 죽었고, 우리는 빨갱이 자식으로 낙인찍혀 세상에 엎드려 살고 있다"며 "청산하지 못한 역사로 구천을 떠도는 원혼과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는 국민이 있는 한 이 같은 역사는 과거가 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때문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피눈물의 역사를 희망의 역사로 바꿔야 한다"며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유족 아픔을 치유할 특별법을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0월 항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공연 중인 무용가 박정희씨(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 항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공연 중인 무용가 박정희씨(2012.10.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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