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수정 조례안에 또 '소송'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0.17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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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자체 상대 '집행정지' 신청 / 상인.구청.시민단체 "비양심적...판결 신중해야"


대형마트의 소송을 규탄하는 시장 상인들(2012.10.16.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형마트의 소송을 규탄하는 시장 상인들(2012.10.16.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형마트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조례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지자체가 수정 조례안을 시행하자 또 소송을 제기했다.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는 "도 넘은 행태"라며 비판했다.  

대구지방법원 행정부는 지난 5일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이 대구경북의 13개 지자체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조례안 취소'소송에서 대형마트 손을 들어주고 "조례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별한 기준 없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것은 지자체에 부여한 재량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사전 통지,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불복 여부, 방법, 기간을 알리지 않은 것도 위법하다"고 밝혔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촉구하는 피켓(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촉구하는 피켓(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대구 동구, 수성구, 달서구 지자체 3곳은 대형마트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조례안 집행정지 신청을 낸 지난 7월초부터 3개월 동안 기존 조례안을 수정했다.

특히, 대형마트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이전에 없었던 '구청장 재량'도 명시했다. 법원과 대형마트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을 모두 수정한 셈이다. 때문에, 이들 지자체는 이달 14일부터 관내 대형마트와 SSM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다시 시행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측은 지난 8일에는 동구, 15일에는 수성구와 달서구를 상대로 또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 조례안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번에는 수정 조례안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등을 포함한 내용을 적시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법원이 오는 18일 집행정지 신청 심리를 거쳐 다시 조례안을 정지 시킬 경우, 이들 지자체 관내 대형마트들은 오는 28일 일요일 영업을 재개하게 된다. 이어, 수정 조례안 준비 중인 나머지 대구지역 5개 지자체는 개정안을 완성해도 시행을 할 수 없게 됐다. 

2차 소송 규탄과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차 소송 규탄과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광역시상인연합회', '대구참여연대'를 포함한 10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참여한 <대형마트.중소상인상생대구연석회의>는 10월 16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마트의 2차 소송은 도를 넘은 행태"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규제 조례안이 5월에 겨우 시행됐는데 지난 3개월간 줄 소송으로 모두 무력화됐다"며 "수정 조례안을 다시 시행했지만 이마저 대형마트가 몽니를 부리며 기다렸다는 듯 소송을 제기해 시작하자마자 중단되게 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법원은 대형마트 말장난에 놀아나지 말고, 국회 관련 법안 개정상황을 살펴 천천히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중소상인과 동네가게 손해를 완화하고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판결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도 논평을 내고 "대형마트는 소모적 소송과 법망 피해가기를 중단하고 범사회적 흐름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상생과 동반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김영오 대구광역시상인연합회 회장,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김영오 대구광역시상인연합회 회장,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영오 상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에 빵집, 분식집마저 싹쓸이 하는 등 골목 상권 씨를 말리고 있다"며 "국회는 비양심적 영업 시스템을 제한하는 정책을 하루 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법원이 잇따라 대형마트 손을 들어줘 온 나라에서 조례가 무효화 됐다"며 "취지를 고려치 않고 마트편만 드는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동네 상권도 재벌이 장악했는데 법원까지 재벌 손을 들어주면 현 관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당사자인 해당 지자체 역시 이번 소송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소화 달서구청 경제정책팀장은 "문제 조항을 수정했는데도 소송을 제기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국회 법률 제정이 없으면 소송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수 수성구청 녹색성장과 주무관도 "대형마트가 조항마다 말꼬리를 잡고 억지를 쓰고 있"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구지법 앞에서 항의 행진 하는 시장 상인들(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법 앞에서 항의 행진 하는 시장 상인들(2012.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형마트.중소상인상생대구연석회의>는 지난 8월 6일부터 10월 17일 현재까지 대구 전 지역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촉구하는 국회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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