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기득권의 카르텔을 부숴야

창비
  • 입력 2012.12.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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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김인회 / "이명박정부에서 노골화된 政-檢유착과 검찰개혁의 좌절"


가히 막장이다. 검찰 전체가, 아니 개개인의 검사 모두가 정치화된 듯하다. 잡범보다도 못한 비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무책임하고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신중함도 없다. 검찰을 그렇게 옹호하던, 아니 검찰과 한몸이 되어 검찰을 지키던 새누리당 마저 검찰개혁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정치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한 것은 이러한 행태가 고위직 검사만이 아니라 일반 검사까지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평검사인 윤대해 검사는 이른바 '개혁 위장글'을 발표해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다. 전형적인 정치조작이다. 검사의 비리는 고검의 중견검사를 넘어서 초임검사까지 내려갔다. 권력을 남용하여 약자를 자신의 성적 도구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을 가족인 변호사에게 소개시켜주기까지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기꺼이 팔아넘기는 행태가 평검사까지 확대되었다.

검찰 전반의 정치화, 비리화, 무책임

지도부는 더 가관이다. 조직을 안정시키고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할 지도부가 서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자신에게는 일말의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고 상관을 향해서, 자신의 부하를 향해서 돌을 던지고 있다. 대검 중수부장의 항명성 기자회견에 부장검사들이 배석한 사진과 그들이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부장검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어제까지 자신이 상관으로 모셨던 검찰총장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다. 중견 검사까지 모두 공직자로서의 책임감도, 지도부로서의 신중함도, 윤리의식도 없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잊었다.

이번 사태에는 검찰총장, 대검 중수부장부터 부장검사를 거쳐 초임 검사까지 모든 직급의 검사가 등장했다. 일부 고위직이나 정치 검사의 비리가 아니라 전 검찰의 정치화, 비리화, 무책임이 문제인 것이다. 유쾌한 결론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이다. 이것이 일부 관련자만 도려내는 방법으로 검찰을 개혁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 근본원인은 검찰의 정치화와 권한 집중이다. 검찰에 대한 통제와 감시 시스템이 사실상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초임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할 수 있으며 중견 검사가 오랫동안 뇌물을 받았는데도 경찰이 밝히기까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정부에서 노골화된 政-檢유착과 검찰개혁의 좌절


이명박정부하에서 검찰은 더욱 정치화되고 더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력하다. 조직 자체의 와해에 이를 정도에 이르렀다.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노골화된 정치화의 단적인 예는 검찰에 의한 검찰개혁의 저지이다. 민주정부 2기인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검찰개혁이 시도되었다. 그때 검찰은 조직과 검사의 운명을 걸고 저항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가 그 예다. 그리고 다시는 검찰개혁을 말하지 못하도록 냉혹한 복수를 감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그랬다. 이렇게 검찰개혁은 좌절되었다.

이때 검찰과 국회의 카르텔이 공고하게 형성되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검찰이 손을 잡고 정치검찰 청산, 공직부패수사처 법안(현재의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문민화 등 주요 검찰개혁 과제를 무산시켰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논의를 주도했다. 모든 검찰개혁에 어깃장을 놓았다.

18대 국회 들어서 검찰개혁이 부분적이었지만 다시 논의되었다. 불과 1년 전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때도 검찰은 조직적인 저항을 시도했고 청와대와 국회의 지원을 입어 쉽게 이를 무산시켰다. 검찰과 정치, 국회의 카르텔이 완성된 것이다. 어떤 개혁방안도 공식화되어 추진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혁을 추진해야 할 정치권력은 오히려 검찰을 통한 통치에 의존했다. 정권과 새누리당은 검찰을 이용하는 데 대한 댓가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검찰의 비리, 권한 남용, 위법 수사와 기소가 발생해도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검찰개혁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의 검찰개혁 담당자가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이라는 사실은 이들이 검찰개혁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그리고 이들이 내놓은 개혁방안이 아니라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로 강고한 카르텔을 깨야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서 정치검사들은 출세했고 검사를 그만두더라도 변호사로서 높은 수임료를 챙겼으며 수시로 정치에 개입했다. 재벌범죄를 수사한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 재벌을 변호하는 있을 수 없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과 정치의 카르텔이 재벌을 매개로 하여 기득권의 카르텔로 확대 재편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검찰의 추태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검찰과 정치, 국회, 재벌의 카르텔이 벌이고 있는 추태인 것이다.

검찰의 문제는 일부 검사의 문제가 아닌, 우리 정치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기득권의 문제다. 검찰의 뿌리에는 검찰과 정치, 국회, 재벌의 카르텔, 기득권의 카르텔이 있다. 이 카르텔을 공격하고 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제도를 바꾼다 하더라도 검찰개혁은 실패할 것이다.

시작은 역시 정치다. 국민주권주의에 기반하여 정의와 인권의 기치 아래 검찰을 분해하고 견제하고 통제해야 한다. 정치권이 우선하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정치를 일신함으로써 검찰개혁의 분수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창비주간논평]
김인회 /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창비주간논평] 2012.12.5  (창비 = 평화뉴스 제휴)

2012.12.5 ⓒ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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