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새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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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양대 정당 체제와 소선거구제 개혁 없으면 구태 정치 반복


대선이 끝났습니다. 새누리 당의 재집권에 대해 국민의 반은 즐거워하고 나머지 반은 상심할 것입니다. 박근혜는 역시 선거의 여왕이고 이명박 정부가 장악한 언론의 힘도 커 보입니다.

그래도 이번 선거의 성과는 있다

이번 선거는 승패를 떠나서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는 소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여야 모두 이명박 식 정치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안철수 현상을 통해 표출된 국민의 정치 쇄신 요구를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섭섭하신 분은,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너무나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군사정권을 끝내지 못했지만, 노태우 정부는 매우 전향적인 북방정책과 획기적인 토지공개념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는 사실을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전면에 등장한 것으로 볼 때,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탈이명박은 상당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치 쇄신은 어떨까요? 앞으로 박근혜 정권 내내 ‘새 정치’라는 구호와 함께 안철수 대안론이 잠복해 있을 것입니다. 민주통합당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재확인했을 것이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 쇄신은 다음 몇 년간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구태 정치의 문제는 안철수가 나타나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권은 그런 구조에 안주하고 있었고 국민은 ‘정치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정치권에도 안철수에 못지않은 인물이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 기대를 모았던 몇 사람도 현실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급격하게 빛을 잃고 구태 정치의 수렁에 빠졌던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태 정치는 사람보다 구조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구조를 그냥 두는 한, 안철수 아니라 그 누가 정치를 하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새 정치’는 불가능합니다.

구태 정치는 정치 독과점에서 생긴다

대선의 두 후보 모두 공약에서 이런저런 정치 쇄신안을 내놓았고 박근혜 공약만 실천해도 상당히 좋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구태 정치를 낳는 가장 중요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습니다.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구태 정치를 깨트리려면 양대 정당 체제를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구태 정치는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싸움질 정치, 시녀 국회, 따로 정당이 그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뿌리에는 양대 정당 독과점 체제가 있습니다. 2개 정당이 정치를 나누어 점령하고 있을 때, 상대 정당은 언젠가 연합할 수도 있는 정치 파트너가 아니라 반드시 꺾어야 하는 정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이해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이전투구의 싸움질을 하게 됩니다. 집권당이 국회의 다수당을 겸하는 경우에는 국회가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사명을 저버리고 시녀 노릇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적대적인 야당이 국회를 장악할 경우에는 사사건건 반대하는 바람에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맙니다. 또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집토끼보다 산토끼를 유인해야 하기 때문에 두 정당의 공약이 중도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정당이 다양한 국민의 요구와 따로 놀게 됩니다.

그런데도 양대 정당에 의한 정치 독과점은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 흔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도 우리가 쇄신하려고 하는 구태 정치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독과점 구조가 형성되면 그로 인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성이 지배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정당 다양화를 정당 난립으로 매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대야소가 되어야 국정이 안정된다든지 정당 난립은 혼란을 가져온다든지 하면서, 다당 체제를 비난하고 양대 정당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자연 생태는 다양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치 생태의 다양성에 거부감을 갖는 태도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양대 정당 체제와 소선거구제 개혁을

정치 독과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정당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보면, 헌법에서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은 매우 소극적입니다. 웬만해서는 정당을 설립하기 어렵도록 해두었을 뿐 아니라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은 해산합니다. 또 비례대표 배정에서도 큰 정당이 유리합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하였거나 지역구국회의원총선거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각 정당에게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합니다. 소규모 정당에 대한 명백한 차별입니다.

둘째로, 국회 의석의 독과점을 막아야 합니다. 경제민주화의 기본법인 공정거래법의 기준을 원용하자면 1개 정당이 의석의 50%, 3개 정당이 의석의 75% 이상을 차지하면 정치 독과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의석 점유 자체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소선구제를 바꾸어야 합니다.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도 있듯이 소선거구제는 양대 정당의 독과점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선구제의 대안은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제인데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모두 의미를 가지는 비례대표제가 민주주의에 더 충실한 방법이겠지요,

이렇게 한다면 5~7개 정도의 중요 정당이 경쟁하면서 다양한 조합의 연합정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리 실정에서 잠재력을 가진 정당으로는 노동자당, 자본가당, 환경당, 복지당, 정의당, 지방당, 여성당, 청년당, 노인당 등이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대통령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꾸는 것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정치가 여야로 양분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내각책임제는 대통령 선거에 따른 각종 경제적, 사회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내각책임제 말이 나오면 국민의 민도가 낮아서 곤란하다고들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다수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보면 이런 핑계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을 것입니다.






[김윤상 칼럼 49]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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