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구 6대 복지뉴스
1. 의무급식 주민청구 조례, 날치기 누더기 식물조례로 제정, 대구 1호 주민소환
대구시의회는 지난 9월20일 대구시민 3만2천여명이 청구한 주민청구조례인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유명무실한 누더기 식물조례로 둔갑시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는 9월11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과의 밀실야합을 통해 1분만에 날치기로 누더기 수정안을 통과시켜 지역의회 정치사에서 씻을 수 없는 오욕을 남기기도 했다. 시의회가 누더기로 제정한 조례는 주민청구조례 명칭을 ‘학교급식’으로 바꾸고 내용도 임의규정으로 모두 난도질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중론. 이에 의무급식운동본부는 날치기 식물조례 원천무효와 날치기 통과 주범인 김원구 행정자치위원장 사퇴, 본회의 부결 등을 촉구하며 9일간 단식농성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날치기 식물조례 제정의 책임을 물어 대구에서 처음으로 김원구 시의원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달서구 선관위에 접수했으며, 대선 이후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의무급식운동본부는 2011년 9월7일부터 서명운동을 펼쳐 12월1일 32,169명의 대구시민 서명을 대구시에 접수했다. 늦장처리로 비난을 받은 대구시는 111일만인 올 3월20일 대구시의회에 조례안을 부의했으며, 4월20일 대구시의회에서 첫 심의가 이루어 진 후 계속 유보되다가 6개월만에 날치기 누더기 조례로 통과되었다.
2. 사회안전망 부재, 경쟁교육 심화로 자살도시 오명지난 11월 28일, 대구에서 암말기 진단을 받은 41세 김모씨는 17살과 14살의 딸과 함께 집에서 가스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해왔으나 1년전쯤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벌이도 하지 못하면서 두 딸을 키워왔지만 그동안 신변을 비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부터 지금까지 11명의 청소년이 학교폭력, 성적비관, 가정불화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급기야 201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1월 7일에는 삼수생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사회안전망 부재와 입시, 경쟁교육 심화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난해서, 폭력으로, 입시?경쟁교육 등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은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학생자살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구교육청의 노력은 전국 최고의 경쟁교육도시에서 탈피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암 등 어떤 진단을 받더라도 돈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고 자살을 선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 강화가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한편, 사망률 4위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올 대구시는 광역정신보건센터 내에 ‘자살예방센터’를 지난 6월에 개소한 바 있다.
3. 대구교육청 학생수 기준, 최악의 방법으로 학교급식 확대. 그러나 여전히 의무급식 불모지 지역 대구교육청은 올해 저소득 무상급식 당초 지원계획인 36%에 못 미치자 8월에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 보내 추가인원 할당을 지시했다. 당시 28% 수준에 머무른 저소득 선별급식이 언론의 도마위에 오를 것을 우려한 대구교육청은 스스로 세운 최저생계비 200%이하 기준도 무시한 채 학교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직권으로 얼마든지 대상자를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도 36%에 미달하자, 10월부터는 아예 저소득층 선별급식 대신 학생수 기준으로 보편급식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기존 200명이하 학교에서 400명이하 학교로 확대한 것. 시민사회는 학생수 기준으로 의무급식를 확대하는 것은 400명 이상 학교와의 불평등만 조장하고, 36% 비율 맞추기에 급급해 예산을 소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날치기 식물조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구시의회도 12월 예산심의과정에서 대구교육청의 무원칙한 급식행정을 비난했다. 그러나 대구교육청은 예산에 맞춰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선별급식 방식으로 최저생계비 300%(월소득 450만원)까지 올리고, 보편급식 방식으로 학생 수 기준 500명, 600명까지 확대하면 얼마든지 비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답변해 비난을 자초하기도. 학생 수를 기준으로 의무급식을 확대하는 곳은 대구가 거의 유일하다. 대부분 학년별로 의무급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광주광역시는 초, 중학교 전면 의무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부산과 대전은 내년부터 초등 5학년까지, 서울은 중2까지 확대실시하지만 대구는 전국적으로 의무급식 불모지 지역으로 여전히 남게 되었다. 최악의 방법으로 확대하는 대구교육청의 급식정책은 철학도 없고, 기준도 없는 오락가락한 행정이며, 차별과 불평등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은 내년에도 계속 될 듯. 한편, 대구교육청은 2011년 순세계잉여금으로 1,230억원을 2012년으로 이월시킨 바 있다.
4. 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 파업, 기부채납방식의 민간위탁 한계 드러내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의 노사가 파업 107일 만인 10월1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사태는 수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구시의 민간위탁 정책은 오히려 한계를 드러냈다.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은 운경재단이 대구시에 부지 등을 기부채납하여 설립한 공공병원이지만, 관리책임의 주체는 엄연히 대구시에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3개월이 넘도록 노사문제 해결에 뒤짐만 질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위수탁협약을 연장까지 해 주었다. 바로, 공공병원의 부지를 기부채납받아 건립하다 보니 2002년 최초위탁일로부터 13년 344일, 즉 2016년 5월23일까지 위탁기간을 운경재단에게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반과 임금체불, 노조파괴공작 의혹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위수탁협약 해지가 되지 않은 것은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 공공병원의 운영주체인 대구시 조차 제3자인 양 전혀 개입할 수 없다면, 이는 더 이상 공공병원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향후 민간투자사업의 전면 혁신이 요구된다.
5. 중앙정부-지방정부 힘겨루기. 허약한 보육전달체계 속 무상보육 오락가락정부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0~5세 영유아 무상보육정책을 시행했다가 6개월만에 폐기하고 대신 소득하위 70% 가구에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정치권은 무상보육 실시를 촉구하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대구를 비롯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방재정부담 때문에 무상보육예산의 하반기 고갈을 우려한다며 정부의 근본적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후속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도 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부담을 놓고 힘겨루기나 할 때가 아니라는 것. 이에 따라 올해 50% 지방정부 부담이 내년에는 30% 정도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내년부터 무상보육(누리과정)이 3~5세로 확대되지만 공공시설의 절대 부족과 예산 확보 차질 우려로 학부모의 불만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자녀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학부모가 많고, 상대적으로 유치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시가 무상보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인 국공립보육시설의 확대설치와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을 함께 고민하며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무상보육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허약한 공공전달체계 기반 위에서는 제대로 된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역 보육공공전달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6 쟁점, 실종을 반복하는 롤로코스트, 복지담론지난 2010년 지방선거이후 보편적 복지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지만, 올해 4.11 총선을 앞두고 복지담론이 실종되었다가 다시 대선을 앞두고 재점화되는 등 롤러코스트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선의 최대 화두로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등장했지만, 정책선거는 물론 검증조차 대단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전국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후보에게 쏠림현상이 어느 지역보다 강한 대구는 대선 복지논쟁이 완전히 실종되어 정책검증 자체가 전무하다. 지역주민을 위한 알권리 제공도 당연히 소홀하게 취급될 수 밖에... 보편적 복지제도가 하나도 없는 유일한 도시인 대구에서 복지담론 확산은 한발짝도 앞으로 못나가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