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용안정?...현장에선 버젓이 '해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2.0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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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 고용안정 대책에도 계약해지, 신규채용...노조 "학교의 꼼수" / "시정조치"


대구 서구에 있는 A 초등학교 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윤모(45)씨는 이 학교에서 2년째 근무했다. 매년 '10개월짜리' 고용계약서를 쓰며 고용 불안에 시달렸지만, 대구시교육청이 지난달 사서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고용방안을 발표해 "해고 불안에서 벗어났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윤씨는 지난 1월 31일 학교로부터 '2월 28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 '신규채용 공고도 낸다'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은 셈이다. 같은 학교에서 2년 이상 근무했고 사서 자격증도 가지고 있던 윤씨는 "당연히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 해도 학교는 묵묵부답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도서관(2012.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도서관(2012.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구 B 초등학교 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김모(42)씨는 2년 4개월째 사서로 일했다. 김씨도 교육청이 고용방안을 발표하자 윤씨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 4일 학교장으로부터 'C 학교에서 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B 학교와 C 학교 사서를 '맞교환' 해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대신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김씨는 "고용방안 사각지대를 틈타 학교들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서 '맞교환' 채용은 들어보지도 못한 나쁜 사례"라며 "전환 기준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는 점을 악용해 아예 2년 이상 근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 사서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일부 학교들이 이를 어기고 계약해지를 통보하거나 신규채용 등을 계획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방과 후 학교도서관을 찾은 초등학생들(2012.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과 후 학교도서관을 찾은 초등학생들(2012.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달 16일 교육청은 대구지역 학교비정규직 6,809명 중 92.3%인 6,283명을 '일반직 계약 공무원'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학교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비정규직 학교도서관 사서 전체 383명 중 '자격증'을 가진 31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자격증 없는 72명 중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3년 내 자격증 취득을 조건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2월 5일 현재까지 교육청은 세부 사항과 예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학교들은 '계약해지', '신규채용', '맞교환 채용'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사서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을 늦추고 있다. 교육청이 비정규직 해고를 막기 위해 '신규채용 금지' 공문까지 학교로 보냈지만 학교들은 몰래 신규채용과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교비정규직사서노조는 "학교의 꼼수"라며 "교육청의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병선 전국회계직노조 대구지회 사서분과장은 "고용방안 발표 후 후속 대책이 지연된 결과"라며 "방안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전히 비정규직 사용자는 학교장으로 돼 있어 고용승계와 무기계약직 전환도 그들 몫"이라며 "다시 대량해고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교육감은 비정규직을 직고용하고 미흡한 고용방안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교육감 직고용을 촉구하는 '대구학교비정규직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2013.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교육감 직고용을 촉구하는 '대구학교비정규직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2013.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교육청은 "세부 지침 마련 중"이라며 "시정조치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학교장이 사용자이기 때문에 채용 여부를 강제할 수 없다"며 "전원 무기계약직 전환은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외숙 교육과정운영과 학교도서관 담당관은 "고용방안 세부 지침을 조율하는 중이기 때문에 일선 학교는 신규채용을 낼 수 없다. 어긴 학교가 있다면 시정조치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학교에서 2년 이상 일한 자격증 소지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사람들은 부적격자 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각 학교장이 전환 대상자를 계약해지해도 교육청은 제재할 수는 없다"며 "인사권은 학교장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한재천 행정회계과 조직관리 담당관도 "고용방안 발표 후 변수를 막기 위해 신규채용 금지 공문까지 내렸다. 현재는 임금 인상 예상액을 추정과 동시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를 확인하는 중이다"고 했다. 그러나, "채용권은 학교장에게 있다. 때문에, 강제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명령하거나 계약해지를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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