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징계 대상자' 원장 선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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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지경부, 승인 거부해야" / 김창규 원장 내정자 "인사위 징계 결정 따르겠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은 당사자를 원장으로 선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창규 원장 내정자
김창규 원장 내정자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3월 1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창규(53) 기획경영본부장을 제2대 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사회는 "연구원의 현안 문제점과 패션 및 봉제업계 소통자 역할을 충실히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또 "김 내정자는 1978년 제일모직을 시작으로 26년간 의류패션업계 영업 및 생산관리 등을 담당하면서 섬유패션분야의 오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는 필드형 관리자"라며 "2004년 한국봉제기술연구소에서 연구개발부장을 거쳐 기업지원 업무를 총괄했고, 2010년 연구원 통합 이후에는 기획경영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소개했다.

지경부 "부적합한 A씨를 적합으로 처리, 징계요구"

그러나, 김창규 내정자는 지난 2011년 연구원의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자격요건이 부적합한 A씨를 적합으로 처리했다는 이유로 다른 간부 3명과 함께 지식경제부로부터 '징계요구'를 받은 상태다. 당시 연구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A씨는 응시자격인 '섬유.패션 관련 학과 학사 이상 졸업자'가 아닌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그러나, 김 내정자 등은 서류전형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A씨를 '적합'으로 처리했다. 특히, 당시 응시자 9명 가운데 A씨를 제외한 8명이 섬유.패션 분야 학위 소지자인데다, A씨가 대구시 패션 관련 담당부서 공무원의 자녀로 알려지면서 '특혜 채용' 논란도 일었다.

지식경제부는 이와 관련해, 3월 11일자 공문(한국패션산업연구원 감사결과 처분요구)에서 "(김 내정자 등이) A씨가 '섬유.패션 관련 학과 학사이상 졸업자는 아니지만 연구원에서 보조인력으로 1년정도 근무해 '유관기관 관련 연구, 기획업무 경험자' 등의 우대 조건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지만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김 내정자를 비롯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또, 연구원에 대해서는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시민단체 "지경부, 김 내정자 원장 승인 거부해야"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는 '징계 대상자'인 김 내정자의 원장 선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8일 성명을 통해 "김 내정자는 대구시 패션 관련 담당부서 공무원의 자녀를 부당하게 채용한 인사비리의 실질적 책임자로, 지식경제부가 연구원에 징계를 요구한 인사"라며 "연구원 원장에 대한 승인권을 가진 지식경제부는 김 내정자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라"고 주장했다.

또, 김 내정자에 대해 "징계를 당할 처지에 있으면서도 원장 공모에 참여하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이사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앞두고 있는 인사를 원장으로 추천한 김시영 이사장 등 일부 이사들의 처사는 연구원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도 18일 성명을 내고 "징계 대상자를 원장에 내정한 연구원 이사회를 결단코 묵과할 수 없다"며 "지식경제부는 김 내정자에 대한 원장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내정자와 이사들에 대해서도 "이런 사태를 자초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내정자를 기어이 원장으로 만들어 보호해야 할 이해관계 또는 감추어야 될 부정이 무엇인가", "시민의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공적기관의 행태가 이토록 몰염치, 부도덕할 수 있는가"라고 성토하는 한편, 연구원을 감독하는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대해서도 "어떤 이해관계와 비리 커넥션이 있는지 철저하게 밝히고 강도 높은 재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 "원장직 수행 못할 징계수위는 아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징계요구를 받았지만 그 징계 수위가 원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사회의 판단 아니겠느냐"며 "인사위원회의 징계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징계 수위는 경고-견책-감봉-정직-해직을 포함한 5단계로, '해직'이나 '정직'이 아니면 원장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게 김 내정자의 입장이다.

김 내정자는 "연구원이 '기관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중간 실무자로서 분명 잘못은 했지만 그것이 해직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사회에서 이런 점을 2시간 넘게 토론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금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김 내정자는 밝혔다.

김 내정자가 지식경제부의 승인을 받으면 오는 4월 1일부터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원장 공모에는 현 우정구 원장과 김 내정자를 포함한 6명이 지원했으며, 이사회는 대구시 공무원을 비롯한 당연직 3명과 업계 관계자 6명을 포함한 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원 노조는 "지식경제부의 원장 승인 여부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한국패션산업연구원(대구시 동구 봉무동)은 2010년 4월 한국봉제기술연구소와 한국패션센터를 통합해 출범한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 지식경제부가 대구시와 경상북도와 함께 출자해 설립했다. 대구시는 2012년 이 연구원에 경상비와 사업보조비를 포함해 37억5천만원을 지원했고 2013년에도 34억원1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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