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농지침수', 까맣게 타들어가는 농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4.11 13: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칠곡보> '약목면' 지하수위 상승→작물 피해..."수위 2-3m 낮춰야" / 수자공 "유지"


4대강사업 '칠곡보' 일대 지하수위 상승으로 농지침수 피해가 속출해 농심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16개 구간 중 하나인 낙동강 '칠곡보'. 지난해 6월 완공됐지만 세굴현상(강바닥 패임)과 물받이공 유실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그리고, 완공 10개월째인 4월 10일. 칠곡보 우안인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일대는 갈수기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침수 피해가 발생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보 담수로 강 수위가 높아져 농지로 물이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25m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칠곡보'(2013.4.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5m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칠곡보'(2013.4.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덕산리 농민 전수보(64) 씨는 올 한해 농사를 다 망치게 생겼다. 50-60cm 지표면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심어놓은 감자는 싹도 틔우지 못하고 썩어 버렸고 옥수수는 뿌리 채 썩어 모두 솎아내야 했다. 농지 일부는 전씨가 개인 돈을 들여 성토(흙을 쌓는 작업)도 하고 고랑을 만들어 물을 빼기도 했지만, 일부만 빠져나가고 오히려 고랑까지 물이 차올라 밭 주변에 검푸른 이끼만 무성해졌다.

또, 지난해 장마철에는 농지 옆 우사와 집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원래, 전씨 농지는 2009년 10월까지만 하더라도 농경지 리모델링 구간에 포함돼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듬해 3월 '보상비 과다'를 이유로 대상면적을 54ha로 줄여 고스란히 침수 피해를 입게 됐다.

칠곡보 근처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농민 전수보씨의 감자밭. 고랑까지 물이 차 올랐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칠곡보 근처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농민 전수보씨의 감자밭. 고랑까지 물이 차 올랐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싹도 틔우지 못한 썩은 농작물을 들고 있는 전씨의 부인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싹도 틔우지 못한 썩은 농작물을 들고 있는 전씨의 부인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씨는 "수위 높아져 피해 입는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보 주변에 구멍 있어 물이 질질질 흘러나온다. 심어놓은 것도 다 캐내야 할 판이다. 돈 든다고 미적거리다가 농민만 죽어나가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상적으로 자라는 작물이 하나도 없다"며 "자로 재면 1m도 안되는 곳에 물이 고여 있다. 수분이 항상 차있다. 보이는 것 말고 속을 봐야 한다. 제발 수위를 낮춰 달라"고 호소했다.

약목면 일대 수백가구 농가가 전씨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약목면 관호리에서 소를 키우는 백민기(74)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백씨는 소 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옥수수대 발효저장소를 밭 위에 만들었지만 시멘트벽으로 물이 스며들어 애를 먹고 있다. 저장소는 건조함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펌프로 물을 뽑아 올리고 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약목면 관호리 농민 백민기씨의 물이 가득찬 옥수수대 발효저장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약목면 관호리 농민 백민기씨의 물이 가득찬 옥수수대 발효저장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백씨는 "파이프 박아 측정하니 40cm 밑까지 물이 올라와 있었다. 물이 솟구쳐 진정서도 보내고 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수위를 낮춰주든지 리모델링을 해주든지...참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때문에,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중부물관리센터>와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10일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칠국군 약목면사무소에서 '칠곡보 덕산들 일원 저지대 지하수 영향 조사 용역 1차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농민과 공무원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됐다.

그러나, 설명회에는 당시 4대강사업을 지휘한 국.과장급 공무원과 정부 관계자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새로 부임한 공무원들이 조사 현황과 향후 계획만 간단히 발표해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농민들은 현재 25m에 고정된 칠곡보 수위를 "2-3m만 낮춰달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지만, 수자원공사는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 농민들의 비난을 샀다.

'칠곡보 덕산들 일원 저지대 지하수 영향 조사 용역 1차 주민 설명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칠곡보 덕산들 일원 저지대 지하수 영향 조사 용역 1차 주민 설명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정열(75)씨는 "수위 낮춰라. 아니면 리모델링이라도 해달라. 돈보다 농민 피해 줄이는 게 먼저다. 설명회랍시고 책상머리 얘기만 하면 대책이 나오느냐. 더 이상 믿음이 안간다"고 비판했다. 김성재(63)씨도 "용역 조사 맡기고 그렇게 돈 버릴 필요 없다. 우리 농민도 다 아는 얘기다. 이제 모두 지쳤다. 문제해답은 딱 나와 있다. 지금보다 보 수위 2m 낮춰 달라. 그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도 11일 성명서를 내고 "피해 대책 발표가 아닌 조사 방법 브리핑으로 일관한 부실 설명회였다"며 "칠곡보 관리수위를 2-3m 낮추든지 농지 리모델링을 제대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약목면 농민 전수보(64) 씨, 백민기(74)씨, 최정열(75)씨, 김성재(63)씨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약목면 농민 전수보(64) 씨, 백민기(74)씨, 최정열(75)씨, 김성재(63)씨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정희 한국수자원공사 경북물관리센터 차장은 "칠곡보 수위는 해평양수장과 구미취수장 수위(25m)에 맞춰져 있다. 보 수위를 낮추면 취수도 안된다"며 "양수장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유흥재 한국농어촌공사 칠곡지사 지역개발팀장은 "4대강 보들은 취수장과 양수장 서로 연결돼 하나의 기준에 맞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수위를 낮추려 했으나 돈이 많이 들어 아직 못하고 있다. 우리도 피해자다.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중부물관리센터>와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오는 4월말 2차 주민 설명회를 갖고 내달 22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