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일해도 최저시급 못받는 '커피' 알바의 눈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5.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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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4천원, 최저임금의 82%...청년단체 "커피전문점 2곳 고발" / 업체 "가맹점 권한"


"처음에는 2,300원(2007년 최저임금 3,480원) 받았다. 월급은 40만원이었다. 용돈도 이보다 많다"


대구 복현동 경북대 북문에 있는 S커피전문점에서 4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손모(26.복현동)씨는 15일 이같이 말하며 첫 아르바이트 당시를 떠올렸다. 손씨는 2007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대학 앞 커피전문점에서 '29살 이하의 여성을 구한다'는 구인쪽지가 붙어 면접을 봤다. 커피를 좋아하고 일도 쉬워 보여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2주일은 교육기간이라며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일의 양도 생각보다 많았다. 주문 받는 일은 기본이고 음료나 와플,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오픈과 마감 때는 대청소를 하고 매일 30분마다 테이블도 정리했다.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서 앉지도 못하고 일했다. 식사 시간도 없어 김밥을 사와 주방에서 서서 먹었다. 이마저도 시간이 없으면 않으면 다시 카운터 앞에 섰다. 

경북대 북문 D커피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2013.5.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북문 D커피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2013.5.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리고, 40만원 남짓한 첫 월급을 받았다. 시급을 계산 해보니 2,300원이었다. 매니저에게 너무 적은 것 같다고 항의했다. 매니저는 '몇 달만 참으면 올려줄게', '너 하는 거 봐서 올려줄게'라는 말로 달랬다. 두 달 뒤 시급은 2,500원이 됐다. 200원이 올랐다. 평일 6시간, 주말 14시간을 일한 것 치곤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일을 찾기에는 이미 익숙해졌고 항의해도 바뀌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도 비슷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휴학을 할 때마다 계속 커피점에서 아르바이를 했다.

현재 시급은 4,000원. 월급은 60만원 남짓이다. 시급은 처음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법정 최저시급(4,860원)의 82%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야간수당이나 주휴수당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주말 마감이 늦는 날 받는 교통비 5천원이 수당의 전부다.    

"밖에서 보면 커피점이 여유로워 보인다. 4년 일해 보니 그게 아니다. 손님 비위 맞추고 매니저 눈치 보고 정신이 없다. 게다가, 생활비 걱정하느라 매일을 전전긍긍한다. 교통비도 아깝다. 20대들이 알바를 많이 하러 오는데 말리고 싶다. 가난한 알바들을 두 번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구지역 6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 보고 및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 다빈치커피, 슬립리스인시애틀 고발 기자회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6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 보고 및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 다빈치커피, 슬립리스인시애틀 고발 기자회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청년유니온'은 15일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을 이유로 (주)다빈치커피와 (주)슬립리스인시애틀 대표 두 사람을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청년유니온은 고발장을 통해 "두 업체는 지역 커피전문점 입점 수 1,2위를 차지하는 토종브랜드로 사랑을 받으면서 청년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청년을 주 고객층으로 하면서 주휴수당을 체불하는 것은 모순적인 행위다. 진정한 커피산업의 발전을 위해 두 업체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들 단체는 주휴수당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 사례를 모아 온.오프라인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고, 직영매장 앞에서 '임금체불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다.

반면, '슬립리스인시애틀' 본사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인력편성은 가맹점이 결정하기 때문에 본사는 채용인원이나 시급에 대한 결정권 없다"며 "공정거래위원에서 정하는 체결방식에 따라 가맹점에 근로기준법을 유포할 뿐 그 이외 강제권한은 없다. 공정위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기준으로 조사를 했는지 잘 모르겠고 그 내용 또한 신뢰할 수 없다"며 "마치 우리가 젊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 같은 일방적 조사와 고발은 지역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빈치커피'는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통화가 되지 않았다. 

노동청 앞에서 '주휴수당' 지급을 촉구하는 대구청년유니온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청 앞에서 '주휴수당' 지급을 촉구하는 대구청년유니온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청년유니온은 노동청 앞에서 대구지역 6대 커피전문점 임금체불 실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 토종 커피전문점들이 청년과 상생하는 길을 찾고 임금체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지급하지 않은 주휴수당과 최저임금을 당장 지급하고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청년유니온은 3월 22일부터 4월 25일까지 대구지역 6대 커피전문점 61곳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83.6%에 해당하는 51곳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다빈치커피'와 '슬립리스인시애틀', '핸즈커피'와 '코페아커피'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만 각각 1곳과 7곳에서 지급했다. 또, 39.3%에 해당하는 24곳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했고, 대부분이 올해 최저임금의 90%인 4,374원만 시급으로 주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29억원이 체불됐다"고 추정했다.

(왼쪽부터) 서영훈 위원장, 김영록 사무국장, 이건희 교육정책팀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서영훈 위원장, 김영록 사무국장, 이건희 교육정책팀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휴수당'은 유급휴일(주휴일)에 지급받는 임금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때문에, 일주일 중 15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는 무급휴일 하루를 제외한 유급휴일을 받을 수 있다.

서영훈 위원장은 "본사는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노동법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직영매장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근로기준법을 준수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록 사무국장은 "알바 채용 시에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권리를 명시적으로 가르쳐 줘야한다"면서 "잘못된 관행을 고쳐 체불이 발생치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교육정책팀장은 "커피산업의 발전은 커피업체에 종사하는 청년노동권의 존중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지역 업체의 올바른 선택을 기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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