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5.18광주항쟁 특강 '불허'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6.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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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항의전화 후 '불허' 통보...시민단체 "황당, 강행" / 교대 "증축공사, 주차난"


5.18광주항쟁 특강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던 대구교육대학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의 항의전화를 받은 이후 특강 하루 전 '대여 불허'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교대는 10일 특강 주최 측인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에 '시설물 사용 요청에 대한 회신'을 보내 "교내 주차 공간 부족과 대학원생들의 야간 수업 등 내부구성원들의 불편 폭주, 각종 민원이 제기돼 강의실 사용 요청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특히, "특강이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바르게 알리는데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요청 검토 결과 교육환경시설 부족으로 대여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증축에 따른 주차 공간 포화상태로 최종적으로 대여를 불허하게 됐다"고 밝혔다.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포스터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포스터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는 오는 11일과 18일, 25일 모두 3주에 걸쳐 대구교대에서 '일베에게 상처받은 벗들을 위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를 열기로 했다. 11일에는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을 기억하자'를 주제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18일에는 '박정희와 광주-나의 일베 전투기'를 주제로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강영민씨가, 25일에는 '내 마음속의 5월-기억 속의 광주, 예술 속의 광주'를 주제로 홍성담(1980년 당시 광주 시민군) 작가가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교대 학생회는 5월말 학생처에 특강 신청을 내고 최종 승인을 받아 교내에 행사관련 플래카드를 걸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일주일 동안 '일베' 회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항의전화가 교대 총장실과 학생처, 사무처에 수십통 걸려와 학생처는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는 이유로 학생회에 "특강 승인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때문에,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는 지난 9일 대구교대 사무국과 대구지방보훈청에 협조공문을 보내 특강관련 "대구교대 강의실 사용"을 요청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특별법 제5조(정부는 5.18 정신계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와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법률 제61조(5.18관련 기념ㆍ추모사업 실시)', '국가보훈기본법 제23조(공훈선양사업 추진)'를 언급하며 "왜곡되고 있는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시설물을 사용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무국 역시 대여를 "불허"했으며 보훈청도 "강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베'에 올라온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비난글(2013.6.7)과 댓글(2013.6.10)캡쳐
'일베'에 올라온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비난글(2013.6.7)과 댓글(2013.6.10)캡쳐
 
 
시민단체는 "역사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교육기관이 왜곡세력의 반발로 특강을 불허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당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대근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교대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처음에는 승인을 했으면서 왜곡세력이 반발을 한다고 불허 결정을 내리는 것은 특별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구교대와 보훈청은 반드시 특강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특별법 제정으로 국가기관은 5.18 행사를 지원해야 한다. 일베가 안된다고 해서 교대가 불허할 상황이 아니다. 왜 이런 정치적 판단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두현 5.18민중항쟁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 집행위원장도 "왜곡된 5.18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게 목적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주차난 같은 변명으로 특강을 불허해선 안된다. 항의보다 특별법이 먼저다"고 했다.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특강을 강행할 것"이라며 "마찰은 교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교육대학교 홈페이지
대구교육대학교 홈페이지

그러나, 대구교대 측은 "오해다. 일베 때문에 불허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신진 사무국 시설물 담당자는 "항의전화가 걸려온 건 사실이지만 증축 공사와 주차난 때문에 학생들이 교내 시설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또, "학생회가 아닌 다른 단체가 특강을 신청해 행사 순수성에 의문이 든다"며 "학생들이 주최하는 순수한 행사였으면 허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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