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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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홈페이지에 음란성 광고...성범죄 예방?


“음란성 광고 천지인 언론사 홈페이지를 ‘19금’으로 제한하면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다. 언론은 뉴스로는 성범죄자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면서 법의 심판을 원하지만 정작 언론인이 성범죄자가 된 경우 회사차원에서 보호해준다. 겉과 속이 다른 그들 말을 믿을 수 가 없다. 국회는 좀더 강한 처벌규정으로 성범죄를 예방하고 징벌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법의 보호를 받는다. 법 정의는 어디로 갔는가?“

지난 10여년 동안 흉악한 성범죄는 계속 늘고, 언론보도도 급증하면서 나라 전체를 공포로 몰았고, 그 흐름을 타고 성범죄자에 대한 징벌규정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즉 언론과 정치권은 이 문제 해결에 전도사인 마냥 목에 핏대를 세우고 무엇인가를 외쳐왔지만, 정작 시민들은 ‘언론과 법’의 사회감시기능, 범죄예방기능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이 ‘강력성범죄자= 사회악’이라며 목소리를 키울 때 마다, 은근쓸쩍 자신들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자’에 대해선 슬쩍 넘어가거나 관용을 베풀고 있는 부당한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 2010년 상반기, 성범죄자 처벌 규정 강화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2008년 조두순, 2009년 강호순, 2012년 나주 고종석, 2010년 부산 김길태, 최근 2013년 윤창중, 대구 조명훈 사건까지. 성범죄 사건은 날로 흉악지면서 이들에 대한 징벌강도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시사인>이 지난해 9월 보도한 2010년초 제개정된 ‘성범죄 가해자 처벌 규정’에 따르면 △성폭력범 유기징역의 상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상향되었고, △가중처벌 시 5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게끔 되었고, △ 성범죄자들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도록 했고, △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10년에서 최고 30년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제도 시행 전 3년 이내 출소자들에게까지 이를 소급 적용토록 했다고 합니다. 특히 △ 경찰은 범죄자 얼굴을 공개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습니다.

또한 성폭력 범죄자까지 신상정보를 등록해 온라인상에 공개하게 되었고, 화학적 거세 법안도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강해진 징벌규정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었을까요?

# 언론, 정치권 요리조리 빠져나가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인 언론이나 정치권, 자신들이 그 범죄 가해자가 되었을 때 행동은 이율배반적이었습니다. 언행일치라는 화두는 이미 빛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가 말했던 만큼 현행 법대로 내가 우선적으로 처벌받겠소”라고 나서는 인물은 없었고 모두들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가 5월 12일 보도한 <정치권 역대 성추문>을 보니, △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의원직은 유지했으며, 재선에도 성공했죠. △ 민주당 소속이던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2002년 2월 집무실에서 직능단체 여성 간부를 성추행한 혐의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서 성희롱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 전 지사는 불복하고 여성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2006년 12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역시 그는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 제수 성폭행 미수 사건이 드러나고도 의원직을 내놓지 않고 있는 김형태(경북 포항 남·울릉) 의원, 그는 KBS기자 출신이며, 아직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어떻습니까? 최근 MBC가 사내 직원 성추행으로 정직 2개월을 받은 기자를 런던특파원으로 내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디어오늘> 2013년 6월 12일자 2면
<미디어오늘> 2013년 6월 12일자 2면

<미디어오늘> 등 다수언론 보도에 따르면 “런던특파원으로 내정된 김모 기자는 지난해 1월 31일 같은 부서의 비정규직 여사원 4명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음담패설과 강제로 껴안는 등 신체접촉을 이유로 내부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가 이번에 김아무개 기자를 런던특파원으로 내정하자 노동조합에서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아직까지 경영진은 요지부동입니다.

사실 방송사에서 특파원은 ‘승진’의 의미가 강하기도 하지만, 경영진 방침이 계속 유지되는 한 참으로 코메디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시청자는 MBC 영국 또는 유럽발 뉴스를 시청할 때, ‘직원 성추행 한 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인물의 뉴스 브리핑을 들어야 하며, 해당 인물은 ‘내가 직원 성추행으로 정직 2개월 받은 인물’임을 전세계에 공개하게 되는 것입니다.

# 언론사 홈페이지, 음란성 광고 천국

언론은 대부분 성범죄자들이 ‘아동포르노등 음란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언론사 말대로 아동포르노나 음란물 자체가 성범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음란물 안내판’이라 칭할 수 있는 언론사 홈페이지는 무죄일까요?

<서울신문> 2012년 9월 26일자 8면(기획)
<서울신문> 2012년 9월 26일자 8면(기획)
<서울신문> 2012년 9월 26일자 9면(기획)
<서울신문> 2012년 9월 26일자 9면(기획)

여성가족부가 2012년 3~5월 국내 3216개 인터넷신문(문체부 등록기준, 종합일간지 포함)의 유해성 광고 게재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유해성 광고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지 않아 광고를 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으나 제품과 관련 없는 성행위 묘사, 선정적 문구, 그림, 사진 등을 넣어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광고를 말하는데요.

결과에 따르면 조사해 발표한 유해광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216개 인터넷신문(문체부 등록기준, 종합일간지 포함) 중 176곳(5.5%)입니다. 2011년 조사에서 62건이었는데, 1년새 약 33%가 증가했구요. 유해성 광고 유형은 성기능식품(21.1%), 비뇨기과 (17.3%), 건강보조식품 (15.6%) 등이며, 광고 내용은 성행위-성기 표현 문구 (21.2%0, 성적욕구 자극 문구 (17.7%), 가슴부위 노출 (17.4%) 성행위 등 묘사 (15.8%) 등이었습니다.

예를들어 대구여대생 사건 기사를 메이저인터넷 신문을 검색하게 되면, 범죄를 규탄하는 기사와 그 기사 바로 옆에 묘한 느낌의 상업성 광고가 함께 배치되어 있다는 거죠.

정도는 약하지만 <매일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신문> 인터넷판, 경북대 남재일 교수의 칼럼 <대구 여대생 살해범 그 이후>(2013.6.7)에는 "성폭행은 사회적 좌절감을 불특정 다수에 투사하는 적의가 약자인 여성을 향할 때 발생한다. 가혹한 경쟁 체제, 일상의 폭력적인 갑을 관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왜곡된 남성주의가 그 모태가 될 수 있다. 이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폭행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하고, 그 글 바로 아래에는 <중년여성 처녀때로 질 수축, 오르가즘 해결><명품 C컵 만들기><남편 만족? 나도> 등등의 광고와 함께 여성의 몸이 상품화된 적나라한 사진도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매일신문> 인터넷판
<매일신문> 인터넷판

성범죄를 예방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법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그 해결책이 무엇이든 간에 상식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오피니언 리더그룹 즉 사회적 공기라 할 수 있는 정치권이나 언론은 자신들이 제시한 해법을 스스로 실천하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는 ‘정의의 사도’, 뒤로는 ‘호박씨 까는’ 당신들의 ‘이중적 행동’이 바뀌지 않는한, ‘도시 안정망 확충’, ‘범죄 예방 및 재발방지’라는 시민들의 소망은 폭풍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울 뿐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33]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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