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의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대체'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8.0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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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타디움몰' 영업부진 이유로 조례 개정 / 상인ㆍ시민단체 "상생정신 잊었나" 비판


대구 수성구의회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성구의회(의장 김범섭)는 지난달 18일 본회의를 열고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매월 2회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대구광역시 수성구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유통기업간의 상생발전을 위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1년 만이다.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 입구에 붙어 있는 공휴일 의무휴업 안내(2013.8.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 입구에 붙어 있는 공휴일 의무휴업 안내(2013.8.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월 이틀 휴업은 변함없지만 지난 1년간 적용됐던 공휴일 휴업은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쳐 평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이해당사자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를 가리킨다. 협의회는 대형・중소유통기업 대표 각 2명,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다. 협의회의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으면 수정 조례안을 시행할 수 있다. 수성구의회는 협의회 의견수렴을 거쳐 "올 연말 시행"을 예상하고 있다. 대구 전 지역 대형마트는 18곳, SSM은 46곳이고 수성구에서 영업 중인 대형마트는 4곳, SSM은 9곳이다.

수성구의회의는 수성구 대흥동에 있는 대구스타디움몰의 "영업부진"을 조례 개정 이유로 밝혔다. 대구스타디움몰(칼라스퀘어)은 대구월드컵경기장 옆에 들어선 대형 쇼핑몰로 지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전 개장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대구스타디움몰과 연결돼 바로 옆 건물에 들어섰다. 당시 "상업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대구시 홍보에 대구스타디움몰에는 130여개의 소매점이 들어섰다.

월드컵경기장 옆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2013.8.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월드컵경기장 옆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2013.8.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 공휴일 의무휴업 적용으로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휴업했다. 이후, 마트를 찾는 휴일 소비자가 줄면서 대구스타디움몰 매출도 떨어졌다. 게다가, 대구시가 대구스타디움몰에 유치하기로 했던 면세점까지 무산돼 대구스타디움몰 소매점 영업부진은 악화됐다. 상인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현재는 30%의 소매점만 남았다.

때문에, 수성구의회는 대구스타디움몰 "회생"을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수성구 내 다른 대형마트들도 평일 휴무를 원할 경우 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해 동의를 얻으면 평일 휴무체제로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개정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임대규(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수성구의원은 "홈플러스 특혜시비가 일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전혀 없다. 상위법에도 걸리지 않는다"며 "스타디움몰 소상공인 영업부진 회생수단으로 수정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최종 여부는 협의회가 결정하고 협의회에는 시장상인 등 여러 입장이 반영된다"면서 "대기업 편들기나 상생외면이 아니다.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횡포에 서민경제 다 죽는다"...골목상권 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구지역 시장 상인들(2012.10.16.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기업 횡포에 서민경제 다 죽는다"...골목상권 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구지역 시장 상인들(2012.10.16.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상인연합과 시민단체는 "상생정신을 잊은 대기업 편들기"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호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은 "영업부진, 적자는 모든 시장상인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걸 해결하려 제정된 게 유통상생법인데 수성구의회는 고민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를 개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스타디움몰 상인이 어려워도 조례를 개정하면 다른 대형마트도 휴일 영업을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생정신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대놓고 대기업을 편들어 황당하다"고 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자체가 상생정신을 잊고 대기업 편을 들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평일휴업이 가능해지면 많은 대형마트들이 다른 요일마다 돌아가며 휴업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통상생법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성구가 스타디움몰만 평일휴업으로 변경시켜주면 특혜시비가 일수밖에 없다. 다른 마트들도 형평성을 이유로 변경을 신청할 것이다. 중소상인만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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