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평화 세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8.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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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500여명 평화ㆍ인권 걷기대회 / 이용수 할머니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선옥(89), 이용수(84) 할머니(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선옥(89), 이용수(84) 할머니(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에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구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4) 할머니는 14일 다시 '바위처럼' 노래를 불렀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공식사죄"를 요구하며 수없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조선의 딸로 모진 고통을 당했지만 이제 바위처럼 살고 싶다.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고 먼저 간 할머니들에게 떳떳하도록 평화세상을 만드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선옥(89) 할머니는 "사랑해요"라는 한 마디를 끝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훔치는 이선옥 할머니를 바라보며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나이가 많고 시간이 없다. 남은 건 사랑뿐이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제4회 대구시민걷기대회'(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제4회 대구시민걷기대회'(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행사에는 시민 1천5백여명이 참석했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행사에는 시민 1천5백여명이 참석했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8.15광복 68주년과 8.14 '위안부 피해자의 날' 첫돌을 맞아 평화와 인권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4일 대구 신천둔치 동신교 생활체육광장에서 < 2013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제4회 대구시민걷기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함께 신천교 일대를 걸으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이선옥 할머니와 중.고등학생 등 시민 1천5백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동신교~희망교까지 왕복 5km를 걸었고 반환점에서는 '평화'와 '인권'이라고 적힌 도장을 손등에 찍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건강 상 문제로 걷기대회에는 동참하지 못하고 사전 행사에만 참석했으며 이순옥 할머니는 시민들이 휠체어를 밀어줘 무사히 걷기대회를 마쳤다.

"공식사죄"와 "올바른 역사교육"을 촉구하는 고교생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식사죄"와 "올바른 역사교육"을 촉구하는 고교생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사과ㆍ배상 ▷한국정부의 적극 대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건립을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2009년부터 대구에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건립을 위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지금까지 자력으로 비용을 모았다. 전체 설립 예상비용은 5억원이다. 이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순악 할머니 유산과 시민 성금으로 2억3천만원을 모아 지난달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예정 부지를 매입했다.

걷기대회에 앞서 사전 행사에는 자유발언과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효성여고ㆍ경산하양여고ㆍ대구여고ㆍ송현여고 모두 4개 고교 역사 동아리 학생들은 부스를 설치하고 위안부 역사관 설립을 비롯한 독도분쟁, 역사왜곡, 신사참배 등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각종 이벤트를 선보였다.

저고리를 입은 하양여고 2학년 학생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저고리를 입은 하양여고 2학년 학생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양여고 2학년 학생들은 흰색, 검은색 저고리를 맞춰 입고 "할머니들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퍼포먼스를 했고,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설립을 촉구하는 피켓도 만들었다. 또, 경산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은 "할머니 사랑해요" 라고 적힌 피켓과 편지글을 이용수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효성여고 '헤르도토스'와 대건고 '다물' 등 각 고등학교 역사 동아리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본정부 책임인정과 공식사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한국정부가 앞장 설 것", "위안부 문제 해결해 평화와 인권의 미래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청소년 선언문'을 낭독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송현여고 역사 동아리 부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송현여고 역사 동아리 부스(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1924~1997)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세상에 증언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는 작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매년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 피해자의 날'로 정했다. 현재 대구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5명, 경북에는 2명, 국.내외에는 모두 57명이 생존해 있다.

안이정선 (58)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위안부 해결 없이 우리나라의 평화와 인권은 없다"면서 "도를 넘어선 행동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정부는 하루빨리 사죄하고 배상해 할머니들에게 죄를 뉘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태도로 앞장 서야 한다"며 "역사관을 건립해 과거를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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