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확산, 한 달 새 4개보에 '관심단계' 발령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8.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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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류 최고 21배 증가...환경청 "폭염 탓, 식수 안전" / 환경단체 "지천 확산, 식수 위험"


낙동강에 녹조가 확산되면서 한 달 새 6개 보 가운데 4개보에 '관심단계'가 발령됐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7월 30일 달성보, 8월 2일 강정고령보에 이어, 19일 구미보와 칠곡보에 수질예보제에 해당하는 '관심단계'를 발령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달성・강정고령・칠곡・구미・낙단・상주보를 포함한 대구경북지역 낙동강  6개 보 가운데 하류 달성보에서 상류 구미보까지 한 달 새 4곳이 '관심단계'에 놓였다.

특히, 녹조가 확산되면서 간질환 유발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를 함유한 남조류 개체수도 급증했다. 달성・강정고령・칠곡・구미・낙단보 등 상주보를 제외한 5개보는 지난 12일에서 19일까지 일주일새 2배에서 최대 21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 수면에 녹조가 뭉쳐 있는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녹색 수면에 녹조가 뭉쳐 있는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12일과 19일 수질을 측정한 결과, ▷달성보는 1,548cells/㎖에서 33,292cells/㎖로 21배 ▷구미보는 2,836에서 26,040cells/㎖로 10배 ▷낙단보는 992에서 7,852cells/㎖로 8배 ▷칠곡보는 3,764에서 8,416cells/㎖로 3배 ▷강정고령보는 3,376에서 5,984cells/㎖로 2배 급증했다. ▷상주보는 7일 180에서 14일 2,596cells/㎖로 14배 폭증하다 19일에는 1,716으로 소폭 감소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8.12~19일까지 낙동강6개보 수질측정 표'

수질예보제는 하천 수질 측정법으로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분류된다. 관심은 2주 연속 남조류 500cells/㎖미만, 조류농도(클로로필-a) 70mg/㎥초과일 때 발령된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함안・칠곡・강정고령보 등 3개보에 호소(호수와 늪) 지역 수질을 측정하는 조류경보제를 시범 도입했다. 세 구간 근처에는 각각 경남과 대구시 취수원(문산-매곡취수원)이 있어 식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구미광역정수장이 있는 구미보에는 조류경보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구미광역정수장은 대구 취수원들과 달리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다. 구미광역정수장은 구미보 하류와 칠곡보 상류 사이에 있으며 구미시, 칠곡, 김천 시민 51만여명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오탁방지막을 뚫고 취수구 앞까지 녹조가 형성된 매곡취수원(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탁방지막을 뚫고 취수구 앞까지 녹조가 형성된 매곡취수원(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환경청은 녹조 확산과 남조류 증가에 대한 원인으로 "가뭄과 폭염"을 꼽았다. 강석재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은 "한 달 째 지속된 폭염과 여름철 가뭄으로 낙동강 녹조현상이 심화됐다"며 "일조량도 많고 수온은 올라가는데 비는 내리지 않아 인성분이 과잉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가 생겨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진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면서 "계절이 변하면 녹조는 자연스럽게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동강 전 구간에는 정수가 제대로 이뤄져 독성물질이 발견된 적은 한 번 도 없다. 식수는 안전하다"고 했다.      

초록색 페인트를 던진 것 처럼 곤죽을 이룬 강정고령보(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초록색 페인트를 던진 것 처럼 곤죽을 이룬 강정고령보(2013.7.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녹조덩어리가 떠다니는 칠곡보 상류(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녹조덩어리가 떠다니는 칠곡보 상류(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녹조현상이 지천까지 확산돼 식수원 낙동강이 썩고 있다"며 "시민들이 먹는 물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8월 초 한국수자원공사가 2,100만t의 물을 방류하고, 낙동강 유역에 30~50mm에 이르는 비까지 내렸지만 중상류지역 녹조현상은 심각해져만 간다"면서 "환경당국은 근본 원인은 무시하고 가뭄과 폭염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질예보제에 대해서도 "방어에만 급급한 환경당국의 답답한 자화상"이라며 "4대강사업으로 전 구간이 호소가 된 낙동강에 대해서는 조류경보제를 기준으로 관리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녹조가 상류로 확산되고 있고 남조류 개체수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상 결과보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장의 상황"이라며 "대구경북 시.도민의 식수인 낙동강은 지금 시궁창을 방불케 한다. 더 이상 시기를 늦춰선 안된다. 당장 보 전체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낙동강에 설치된 보를 철거해야 한다. 녹조 대란 해결책은 그 길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대구시당도 이날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오염문제, 보 해체만이 정답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녹조가 낙동강 중상류를 넘어 강의 뿌리인 지천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모터보트 물보라나 모터펌프 물뿌리기 같은 언 발의 오줌 누기식 대응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4대강사업 참사를 바로 잡는 일의 핵심은 인공구조물인 보를 해체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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