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스스로 뒤엎는 박근혜 정부, 복지 밑그림 '절망'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0.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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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빈곤네트워크' 17일까지 반빈곤주간 / "기초노령금, 4대 비급여 후퇴...의지도 철학도 없다"


김수현(63)씨는 지난 8월 대구 동구청으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수급비를 매월 10만원 삭감한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들의 월급 인상이 이유였다. 김씨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통보를 받아 수급비 10만원을 삭감당했었다. 당시에는 딸이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였다. 지난 2011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37만원을 받아 왔지만 2년만에 20만원이나 삭감돼 17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김씨는 10년 전 부인과 이혼을 하면서 자식들과의 인연도 끊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지도 못하고 경제적 도움도 받은적이 없다. 건설 현장에서 번 돈으로 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수급비로 병원비에 조금씩 보태쓴 게 다인데, 10년 동안 얼굴도 못본 자식들 때문에 수급비마저 삭감된 것이다. 구청에 가서 항의해 봤지만 자식들과의 연락두절을 입증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자녀 소득이 최저생계비 기준 130%(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한부모 가구는 185%)를 넘으면 근로능력이 없고 같이 살지 않아도 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수급비가 삭감되는 '부양의무제' 때문이다.  

"10년째 얼굴도 못본 자식들 때문에 수급비가 삭감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뭐 이런제도가 다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기 힘든 세상에 그 돈이라도 받아야 병원도 가고 하는데 국가는 어려운 형평에 처한 사람들을 내몰라라하고 있다.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입증하라는 건지 속이 터진다"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시민(2013.10.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시민(2013.10.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UN이 정한 10월 17일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앞두고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를 비판하며 "빈곤철폐"를 촉구했다. '인권운동연대'와 '대구쪽방상담소'를 포함한 11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반빈곤네트워크>는 10일 대구시청 앞에서 '반빈곤주간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를 '반빈곤주간'으로 선포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반빈곤네트워크는 "한국사회 빈곤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지만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소득불평등과 빈부경차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공약 때문에 당선됐지만 스스로의 복지공약조차 손쉽게 뒤엎는 등 기만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빈곤주간선포 기자회견'(2013.10.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빈곤주간선포 기자회견'(2013.10.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대선 당시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 '기초연금제도'가 지난달 수급대상을 65세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로 낮추고 급여액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쪽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노인 부양 책임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떠넘겨 복지를 우리 미래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4대중증질환진료비를 포함한 '4대 비급여'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이 올 6월 '필수의료부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고 후퇴한 것에 대해서도 "4대 비급여 또한 대선 정치적 쇼였음이 드러났고,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 또한 개별 급여 도입 과정에서 후퇴를 예고해 절망적 복지 밑그림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신이자 빈곤해결 의지와 철학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때문에, "이제라도 가짜복지를 철폐하고 정부가 앞장서 불평등한 현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양의무제 폐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 확대, ▶최저생계비 현실화, ▶상대적 빈곤선 도입, ▶안정적 일자리 확충, ▶생활임금 보장,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 최창진 노동당 대구시당 사무국장(2013.10.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 최창진 노동당 대구시당 사무국장(2013.10.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반빈곤네트워크는 오는 11일 오후 3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반빈곤 하루학교'와 '반빈곤 이어말하기'를, '세계빈곤퇴치의 날' 당일인 17일에는 오후 4시 30분부터 2.28공원에서 쪽방가건물 세우기와 최저생계비 물품 전시 등 '반빈곤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복지공약과 경제민주화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당선 요인이지만 현재는 대부분 공약이 엎어져다"면서 "대통령은 모르쇠와 말장난을 멈추고 빈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복지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도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모두 축소되거나 파기됐다"면서 "가난한자들은 5년 동안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진 노동당 대구시당 사무국장은 "복지를 위해서는 분배와 증세를 함께 논해야 한다"며 "정부는 서민은 나몰라라하는 가짜복지를 중단하고 실질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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