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에너지?...밀양과 청도 할머니들의 절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0.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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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ㆍ시민사회,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앞 기자회견..."송전탑 공사ㆍ핵 에너지 중단"


유서를 쥔 한옥순 할머니와 조봉윤 할머니(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서를 쥔 한옥순 할머니와 조봉윤 할머니(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흙구덩이 판 무덤에서 13일째 밤낮을 보냈다. 나는 더 이상 두려울게 없다. 삶의 터전에 철탑이 들어서면 살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약속했다. 행복은 어디에 있나. 노인들 시체 밟고서라도 송전탑 세워야 하나. 누구를 위한 내일이며 에너지 정책인가. 대통령에게 묻는다"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WEC)'가 열린 13일. 총회 장소인 대구 엑스코 앞에서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 한옥순(66) 할머니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오래된 '유서'를 꺼내들었다. 한 할머니 옆에는 경북 청도군 삼평1리 주민 조봉윤(78) 할머니가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 할머니는 "할매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우리가 싫다는데 왜 그렇게 철탑을 세우려고 하느냐. 왜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나. 그렇게 짓고 싶으면 한국전력공사에, 한전 사장 집에 세워라"고 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두 지역의 할머니들은 총회 장소를 바라보며 "제발 송전탑 공사를 멈춰달라"고 절규했다.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장소 앞에서 "송전탑 공사"와 "핵발전 에너지 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밀양과 청도 주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장소 앞에서 "송전탑 공사"와 "핵발전 에너지 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밀양과 청도 주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밀양 765kV・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10여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은 13일 대구 엑스코 앞에서 '폭력적이고 지속불가능한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과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와 민주주의, 평화 없는 에너지 정책'은 기만"이라며 "▶송전탑 공사 ▶핵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세계에너지총회의 주제인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을 언급하며 "당신들이 말하는 내일은 누구를 위한 내일이고 오늘의 행동은 어떤 것이냐"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의 땅을 폭력적으로 빼앗아 송전탑을 세우는 것에는 아무런 희망도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폭력적이고 지속불가능한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과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폭력적이고 지속불가능한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과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송전탑이 들어서는 밀양, 청도, 대구 달성군, 충남 당진, 울산 울주군, 구미 신동마을과 노후 핵발전소가 있는 부산, 울산, 영덕을 예로 들며 "박근혜 정부의 핵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 이면에는 많은 주민들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며 "특히 지난 2일부터 12일째 공사가 재개된 밀양에서는 한전과 경찰의 폭력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려는 70-80대 어르신들의 처절한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운운하며 화려한 잔치를 벌였지만 진심으로 에너지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우리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진짜 지속 가능한 에너지는 풀뿌리 백성들이 밥을 짓고, 보금자리를 데우고, 어둠을 밝히는데 필요한 기본권이지 기업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장소 입구를 지키는 수백여명의 경찰들과 "핵발전소 이제 그만" 피켓을 든 시민단체 활동가(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장소 입구를 지키는 수백여명의 경찰들과 "핵발전소 이제 그만" 피켓을 든 시민단체 활동가(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밀양과 청도 주민 10여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60여명이 참석했으며 오후 3~6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특히, 이들은 '누구를 위한 내일이고 어떤 행동인가(For Whom Tomorrow and the act of Securing Energy is Prepared)'라는 제목의 영문 기자회견문을 만들어 에너지총회에 참석한 각국 인사에게 배포했으며 한전과 정부, 경찰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앞서, 오후 3시에는 이상옥 녹색당 대구시당 당원이 전신에 녹색페인트를 바르고 "송전탑 공사와 핵발전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행위예술도 펼쳐 보였다. 이 과정에서, 우산을 펼쳐 이씨의 공연을 막던 에너지총회 측 경비직원들과 이에 항의하던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가 마찰을 빚었다. 서 상임활동가는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2시간 뒤인 5시쯤 무혐의로 풀려났다.

'누구를 위한 내일이고 어떤 행동인가(For Whom Tomorrow and the act of Securing Energy is Prepared)'라는 제목의 영문 기자회견문을 읽는 다른 나라 참석자(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누구를 위한 내일이고 어떤 행동인가(For Whom Tomorrow and the act of Securing Energy is Prepared)'라는 제목의 영문 기자회견문을 읽는 다른 나라 참석자(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계에너지총회'는 3년마다 열리는 민간 에너지 국제행사다. 올해는 한국전력공사(KEPCO) 주최로 대구 엑스코에서 13일부터 17일까지 4박5일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동안 총회 회원국가 대표단과 에너지 산업계 최고경영자, 정부 관계자 등 110여개국 에너지 관계자 7천여명이 참가한다. 13일 개막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이번 총회 위원장인 조환익 한전 사장,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김범일 대구시장 등 회원국 대표단 3천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들은 총회 마지막 날인 17일 미래에너지원 확보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에 대한 해법과 정책을 담은 '대구 공동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전과 정부, 경찰 풍자 퍼포먼스(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전과 정부, 경찰 풍자 퍼포먼스(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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