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복지'에 가려진 '빈곤'의 생계를 아십니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0.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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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반빈곤문화제 / 도심에 놓인 쪽방과 최저 생필품..."수급권 확대, 생계비 현실화"


최저생계비 물품을 보는 시민들(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저생계비 물품을 보는 시민들(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라면 4묶음 12,150원, 감자 1봉지 3천원, 소시지 1봉지 1,050원, 쌀 20kg 41,280원, 티셔츠 1장 1만원, 반바지 1벌 4천원. 다양한 가격표가 붙은 각종 생필품이 17일 저녁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입구에 차례대로 전시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1인가구 최저생계비 기준 생필품 목록이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마다 "현실과 동떨어진다", "너무 싸다", "보름도 못산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생필품 목록 옆 "최저생계비 중 가장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품목은?"이라고 적힌 피켓에는 각각 48,608원과 10,416원으로 책정된 직장인과 주부의 한달 교통비 부분에 가장 많은 스티커가 붙었다. 회사원 이동현(29.수성구 범물동)씨는 "버스로 집과 직장만 왕복했을 때 나오는 비용"이라며 "병원이나 마트, 공원, 영화관 같은 다른 활동에 드는 비용은 하나도 반영이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쪽방 가건물을 체험하는 시민의 모습(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쪽방 가건물을 체험하는 시민의 모습(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저생계비 생필품이 전시된 반대편에는 1평 남짓한 3.3㎡짜리 '쪽방촌' 가건물이 들어서 있다. 방 안에는 이불 1장과 전기장판, 밥상, 작은 TV, 밥솥, 밥그릇, 수저 한쌍, 날짜 지난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은 창문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거주지인 쪽방의 현실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집은 희망입니다'라고 적힌 쪽방 가건물 입구의 팻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남루한 모습이다.

반대편 벽면에는 전국 주거취약계측 26만여명, 대구지역 쪽방주민 858명, 최대 밀집지역 중구와 서구, 비주택거주자 파악안됨, 평균 월세15만원, 절반정도 기초생활수급자, 수급비 30%이상 월세 지출, 월세 체납 시 노숙, 하루 식사 평균 2끼(1끼 급식)라고 빨간 글씨로 적힌 통계수치가 가득차 있다.

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정부는 최저생계비가 대폭 상승했다고 홍보했지만 따지고 보면 쥐꼬리 인상"이라며 "의복은 반바지만 2년 동안 8천원, 1년에 4천원짜리 한장으로 버텨야 하고 주거비는 2만1천원이 올랐을 뿐, 전월세가 날마다 오르는데 말도 안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가짜복지정책 비판'을 주제로 한 '반빈곤문화제'(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정부 가짜복지정책 비판'을 주제로 한 '반빈곤문화제'(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UN이 정한 10월 17일 21번째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대구에서 반빈곤문화제가 열렸다. '인권운동연대'와 '대구쪽방상담소'를 포함한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반빈곤네트워크>는 17일 저녁 대구2.28기념중앙공원에서 '박근혜 정부 가짜복지정책 비판'을 주제로 '반빈곤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아요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사회로 저녁 6시부터 7시 30분까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 1백여명이 참석했다. 문화제에 앞서,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는 동성로에서 세계빈곤퇴치의 날과 반빈곤문화제를 알리는 길거리 캠페인이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쪽방 가건물과 최저생계비 물품, 정부의 최저생계비 측정 기준, 내년 최저생계비 내용이 담긴 피켓이 전시됐으며,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의 1년 활동모습이 찍힌 영상물도 상영됐다. 또, 장애인지역공동체 야학 교사들과 이민호 활동가, 황성재 우리복지시민연합 활동가, 민중가수 임정득씨의 각종 문화공연도 이어져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최저생계비 물품은?"이라고 적힌 피켓(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장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최저생계비 물품은?"이라고 적힌 피켓(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사무국장,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사무국장,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사무국장은 "겨울이 온다. 월 15만원을 내지 못해 노숙인이 돼야하는 사람들이 대구에만 1천여명이다. 연대를 넘어 더 많은 시민이 빈민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부터 가짜 아닌 진짜 복지로 가난한 사람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은 "쪽방에 살면서 인권과 주거권을 침해당하는 국내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일을 할 수 없거나 가난해 집을 살 수 없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계속 돈을 빌려줄테니 사라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전체주택의 4%대 밖에 되지 않는 임대주택 공급률을 평균 20~30%대인 선진국만큼 높여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주거복지"라고 강조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한달 보름 전. 우리 단체 회원이셨던 윤영배씨가 2개월 동안 원룸에서 누구 하나 연락이 닿지 않아 고독사했다"며 "다시 그런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살아 있는 우리의 몫이 크다. 박 대통령은 누더기로 만든 복지공약을 이제라도 지키고 복지의 핵심인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해 수급권을 확대하고 최저생계비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1백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문화제에는 1백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2013.10.17.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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