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입국사무소 이주노동자 '과잉단속'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2.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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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 '실명' 위기...인권단체 "단속원 폭력이 원인" / 출입국사무소 "실족에 따른 낙상"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2013.1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2013.1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중국 이주여성노동자가 실명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과잉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는 "폭력적인 강제단속 결과"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한 반면, 출입국사무소는 "실족에 의한 낙상이 원인"이라며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주노동자 인권실현 대구경북연대회의>는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인 18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미시 한 자동자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중국인 이주여성노동자 등모(45)씨가 지난 10월 29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단속직원의 폭력적 단속으로 오른쪽 눈을 실명당하는 등 두개골과 척추뼈 여러 곳이 골절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등씨는 현재 대구지역 한 의료원에 입원한 상태고 두달째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담당 주치의의 최종 진단서에는 "우측 견갑골, 좌측 요골 원위부, 척추 뼈, 늑골, 두개골과 얼굴 뼈, 안와 골 골절, 외상성 혈흉, 일시적 뇌경막 외 출혈 등"이 나타나 있다. 또, "오른쪽 눈의 시력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나와 있다. 등씨는 11월 중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권단체는 중국에 있는 등씨 가족에게 부상소식을 전했지만 '실명'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대구출입국사무소에 '폭력단속' 규탄 피켓을 붙이는 시민(2013.1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출입국사무소에 '폭력단속' 규탄 피켓을 붙이는 시민(2013.1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 8월 16일부터 등씨는 구미시 산동면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해 왔다. 그러나, 이 업체에서 일하던 등씨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16명 전원은 노동비자가 아닌 여행비자(C-3)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대상'이었다. 결국, 지난 10월 29일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이 업체에서 등씨를 비롯한 미등록이주노동자 16명 전원에 대한 단속을 벌였다. 이날 단속과정에는 대구출입국 14명, 고용노동부 2명 등 모두 16명의 단속원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등씨는 여자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한 남성 단속원은 여자화장실까지 따라와 등씨에게 "나올 것"을 종용했다. 때문에, 등씨는 화장실 작은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오른쪽 얼굴과 상반신이 창틀에 끼여 있는 상황에서 계속 단속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몇 분 뒤 등씨는 밖으로 나왔지만 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단속원은 119에 전화해 등씨를 병원에 이송시켰다.

이후, 인권단체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등씨를 위해 당시 상황을 통역하면서 "단속원의 폭력 때문에 실명이 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등씨는 "창문에 얼굴과 상반신을 넣자 단속원이 못 나가게 하려 창문을 세차게 여닫으면서 오른쪽 관자노리 부분을 수차례 가격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는 인권, 뒤에서는 폭력단속"(2013.12.18.대구출입국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에서는 인권, 뒤에서는 폭력단속"(2013.12.18.대구출입국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연대회의는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인 오늘 여전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토끼몰이식 폭력적 단속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대구출입국사무소는 말로만 인권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들은 ▶"진상규명"과 ▶"폭력적 강제단속 중단", ▶"책임자 처벌",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 퇴진"을 촉구했다.

윤일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대구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대구출입국사무소는 몇 차례 사건을 통해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과잉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또 폭력을 행사해 이주여성노동자의 한쪽 눈을 실명케 했다"며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도 사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출입국사무소장 사퇴촉구 기자회견'(2013.12.18.대구출입국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출입국사무소장 사퇴촉구 기자회견'(2013.12.18.대구출입국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이날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일방적 주장으로 상당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판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당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한 결과 등씨 주장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면서 "실족으로 인한 낙상 때문에 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미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다른 공장의 목격자를 확보했고, 병원 진단서에도 타격이 아닌 담벼락에서 떨어져 입은 부상이라고 나와 있다"면서 "부상 입은 것에는 유감이지만 다른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책임 소지는 없지만 부상당한 외국인이 가족의 간병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고, 법무부가 가입한 '출입국단속 손해보험'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지난 10월 29일 등씨와 함께 단속된 미등록이주노동자 15명 전원에 대해 본국으로 강제퇴거(추방) 명령을 내렸고, 등씨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신원보증과 보증금 3백만원 지급을 전제로 2개월 동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비자 발급'을 약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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