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할머니 "역사왜곡, 교학사 교과서 절대 안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1.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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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포산고, 시민단체 항의에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철회...경북 성주고도 철회, 재심사


"교학사 교과서 채택철회"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2014.1.3.포산고)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교학사 교과서 채택철회"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2014.1.3.포산고)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에서 거짓말 가르치면 됩니까. 안됩니까. 그런데, 친일과 독재를 가르치는 왜곡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채택하다니요. 이건 정치적 좌우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에요.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는데 이건 아니에요. 우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들을 졸졸졸 따라다녔습니까. 말도 안되는 얘기에요. 내 살아 있는 동안 역사왜곡 교학사 교과서는 절대 안돼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5) 할머니는 3일 '친일・독재 미화'와 '사실 오류' 등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공립 대구포산고등학교를 찾아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철회"를 눈물로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없앨수 있다면 교과서를 불태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1%도 안되는 학교가 교학서 교과서를 채택했고, 이제 대부분이 철회했다. 포산고도 다른 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학교 앞서 매일 시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채영희(69) 10월항쟁유족회장도 "10월항쟁이 폭동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항쟁으로 인정받는데 60년 넘게 걸렸다. 그런데, 교학사는 다시 우리를 '폭동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말이되나. 모든 피해자와 유가족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교학사 교과서는 안된다. 절대 안된다. 철회하라"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대구지역에서 1946년 발생한 10월항쟁에 대해서는 "폭동"으로 서술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포산고를 찾아 "채택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면담을 갖고 있다(2014.1.3.포산고)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포산고를 찾아 "채택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면담을 갖고 있다(2014.1.3.포산고)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구10월항쟁유족회', '5.18부상자동지회', '4.9인혁재단',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전교조대구지부' 등 8개 시민단체는 3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대구 포산고를 찾아 "채택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김호경 포산고 교장과 면담을 갖고 "철회 때까지 학교 앞서 매일 1인 시위나 집회를 여는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택철회 운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포산고는 이날 오후 학교운영위원회를 다시 열어 교학사를 뺀 '비상교육'과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 2종을 두고 재심사하기로 결정했다. 김호경 교장은 "이번 채택에 대해 다시 운영위를 열어 재검토하겠다. 1순위로 결정된 교학사 교과서를 제하고 2, 3순위 교과서로 재심사하겠다"며 "보수와 진보를 넘어 학생들이 올바른 교과서로 공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경사항은 오는 6일 통보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포산고가 이날 '사실상 채택철회' 의사를 밝힘에 따라, 대구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는 한 곳도 없다. 경북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성주고도 지난 2일  채택을 철회하고 교과서를 재심사하기로 했다. 

채택과정과 채택철회 의사를 밝히는 김호경 포산고 교장(2014.1.3.포산고)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채택과정과 채택철회 의사를 밝히는 김호경 포산고 교장(2014.1.3.포산고)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은 "철회를 환영한다"면서 "교학사 교과서는 정치적 우편향이 문제가 아니라 왜곡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며 "다시는 이런 결정을 하는 학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만약 또 다시 같은 일이 불거진다면 역사 교과서 선정과정 전반에 걸친 자료를 학교와 교육청에 요청하고,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규정에 따라 엄벌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산고 학교운영위는 앞서 지난 12월 30일 교과협의회의 평가표를 기준으로 8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교학사를 1순위로 채택했다. 2순위는 비상교육, 3순위는 천재교육 교과서로 선정됐다. 협의회에는 역사교과 교사 3명 전원이, 운영위에는 교장과 교사, 학부모 등 전체 9명 중 6명이 참여했다.

당시, 운영위 문건에는 "평가표에 따르면 3명 중 2명이 교학사를 선정했고, 나머지 교과서들은 정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선정하신 교학사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나와있다.  이에 따라, 포산고는 새학기부터 이미 교과서가 선정된 2학년을 뺀 1학년과 3학년 등 모두 99명을 상대로 교학사 교과서를 통해 역사교육을 하기로 했다.

'친일・독재 미화'와 '사실 오류' 등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일・독재 미화'와 '사실 오류' 등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12개 고교 가운데, 대구 포산고를 포함한, 서울 창문여고와 수원 동우여고, 파주 운정고, 여주 제일고, 분당 영덕여고, 경북 성주고 등 7곳이 3일까지 철회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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