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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가슴에 '심장에 남는 사람'으로 살아 계시는 듯

기사승인 2014.03.21  1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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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택 / 『숲사람』(김창환 선생 유고집 | 김창환 | 전교조 경북지부 펴냄 | 2014.2)


지난 2월 23(일)에 김창환 선생 1주기 추모식과 유고집 ‘숲사람’ 출판 기념회가 개최되었다.
유족과 그를 흠모하던 이들이 경향 각처에서 달려와서 안기동 천주교 묘원에서 간단한 추모를 하고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지하 한식당에서 100여명이 함께 한 자리에서 전교조 경북지부에서 묶어낸 유고집 『 숲사람』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추모의 밤은 두 시간 동안 이어졌고, 헤어지기 섭섭한 이들은 김창환 선생이 사시던 ‘노암마’에서 못 다한 아쉬움을 술로 달랬다.

1949년 의성 탑리(금성)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경남 하동 횡천중학교에서 교사가 되어, 경북 예천여고에서 1989년 전교조 결성, 주도로 해임, 구속되었고, 1991년에 제 3대 전교조 경북지부장에 당선됐다. 그 이듬해에 안동시 국회의원 선거에 시민후보로 출마, 낙선하고 복직해서 그토록 바라던 아이들과의 만남도 오래가지 못하고 제 9대 경북지부장으로 불려나오기도 하는 등 지병으로 선종하시기까지 안동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및 전국 공동대표, 안동시민연대 대표, 대구경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 천주교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헌신, 봉사한 그의 빈자리가 너무도 컸음을 나는 실감한다.  

   
▲ 김창환 선생의 생전 모습 / 김창환 선생 유고집(전교조 경북지부 펴냄 | 2014.2.20)
   

수많은 유고 중 가려 실은 67편의 글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톺아 보는데 도움이 되겠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말미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느려터지고 미련스럽지만 내가 서야 할 자리에 서고, 내가 해야 할 말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려고 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개관사정(蓋棺事定)을 좌우명 삼아 스스로 경계를 삼고자 합니다. 개관사정이란, 사람의 시신을 관 속에 넣고 뚜껑을 닫고 나서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훼절하기 쉬운 먹물들이 귀담아 들을 말인가 합니다."라는 그의 준엄한 목소리가 지금, 여기 우리 삶에 회초리를 치고 있음에 흠칫 놀란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와 함께 지켜보며 살아온 나는 그를 지병으로 보내고 나서 아직도 먹먹해서 말을 아끼며 가슴에 담아온 소회를 곱씹어 보지만, 형언할 수 없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몇 자 적어본다.

1989 년 초 겨울에 대명동 성당에서 경북교사협의회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내가 당시 이영희 선생과 김창환 선생 두 분을 경선으로 이영희 선생을 경북교협 회장으로 선출 한 일의 역사적인(?) 만남 이후, 그는 수많은 간난고초를 겪어오면서도 특유의 온화함으로 나의 군소리를 늘 기껍게 받아주신 분이다.

2006년 이었던가!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을 하고 성모승천대축일(8.15)에 예천성당에서 바오로로 세례를 받으시던 날, 달려가 축하하며 정평위원으로 모셨을 때도 기꺼이 받으시고, 안동 평통사 대표를 넘겨드렸을 때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며 고비마다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부르며, 스스로 우리들 가슴에 '심장에 남는 사람'으로 살아 계시는 듯하다. 말미에 그의 시 한편으로 그를 기려본다.

탱자나무

봄이면
여린 잎으로
호랑나비 애벌레 품어 키우더니,
우레와 뙤약볕을 모질게 견뎌내고,
서풍에 엷은 햇살 비껴 부서지면
순금 빛 열매 몇 알 내민다.
겨우내
벌거벗은 몸으로
지독한 가시를 두르고도
진초록 빛깔을 끝끝내 고집하는가.
너는
홀로 서 있기보다
여럿이 촘촘히
어우러져 살기 좋아하여
든든한 울타리로 절로 이름값을 하는구나.
우린 어디에서 무슨 울타리로 살아야하나?
     
 


   





[책 속의 길] 121
김헌택 / 안동 경덕중학교 교사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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