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에서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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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일방적 흡수통일, 일방적 통일준비는 성공할 수 없다"


지난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이라는 3대 원칙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남북교류사무실설치’, ‘모자지원 사업’등 이른바 통일대박론에 따른 구체적 대북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시동도 걸기 전에 좌초위기에 몰렸다. 포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만2,500여명이 참가하는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이 실시되었고 북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NLL 인근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하였다. 이중 포탄 일부가 NLL 이남으로 떨어졌고 우리군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K-9로 3배의 대응포격을 하였다. 지난 2월 3년 4개월만에 재개된 19차 이산가족 상봉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으로 남북관계에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외려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상륙훈련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대해 북은 사격훈련과 함께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자칫 4월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의 전쟁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6․15공동선언으로 이어졌지만 박근혜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고조로 침몰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흡수통일 배제, 분명히 해야


북은 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횡설수설’이라고 폄하하며 수용 거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은 드레스덴 선언을 이것 저것 끓어 모아 통일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며 독일행사 때의 대북비방을 문제삼았다. 지금까지 보수정정권에서 나온 대북제안중 가장 전향적이라고 평가되던 드레스덴 선언의 거부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남이 한편으로는 대북지원이이니 신뢰회복이니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상륙을 전제로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드레스덴 선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경향신문> 2014년 3월 29일자 1면
<경향신문> 2014년 3월 29일자 1면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드레스덴 선언에서 ‘흡수통일을 배제한다’는 발언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즉 통일대박론이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론이 아니냐는 북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소위 드레스덴 선언의 ‘3대 제안’(인도지원 확대, 경제협력 강화, 교류협력 확대)이 모두 긴 시간과 지속적인 대화를 전제로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통일대박론이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2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 우리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며,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독일 통일의 사례를 든것은 북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이는 2000년 3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던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도 대비된다. 불신이 심한 관계가 변하려면 지속적으로 같은 신호가 필요하다. 한쪽으로는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 제안을 하고 한쪽에서는 상륙을 전제로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더불어 흡수통일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상대방은 대화제안조차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번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 제시가 없었다. 이는 2005년 김정일- 정동영 회담 이후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었던 노무현 정부와 대비된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북핵문제를 모든 남북간 교류·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삼지는 않았다. 이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연계한 이명박 정부보다 비교적 유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라고 북미사이의 협상에 맡기거나 북한에 북핵문제의 폐기를 촉구하는 것으로 우리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만으로 이 문제를 풀 수도 없다. 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 사이에서 6자회담 복귀의 조건과 북핵문제 해결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독일통일의 진짜 교훈은 독일처럼 통일해서는 안된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방문에서 “독일은 이미 통일을 넘어 통합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일이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참고로 해서 한반도에서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하는 것을 여러 가지로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한 우리가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독일통일에서 얻어야할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에서 “역사적인 독일 통일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행동으로 옮긴 당시 동독 주민들의 용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행동으로 옮기는 북한 주민들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왜 서독이 흡수통일을 시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독주민들은 서독을 선택했을까? 이는 사회주의 동독보다 더 복지제도가 탄탄했던 서독의 체제에 대해 동독주민들이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통일과정에서 서독과 동독 사이에 확대되던 갈등 역시 연금제도와 의료보험, 공공부조, 고용보험제도 등 공격적인 복지확대로 해결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통합의 달성에는 바로 이런 서독의 탄탄한 복지제도와 이의 확산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사회의 복지를 확대하고 우리사회가 북한주민들에게 살아볼만한 곳으로 느껴져야 북한주민들의 행동 역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힘의 우위에 따른 급속한 흡수 통일로 인해 독일이 겪은 사회ㆍ경제적 비용, 인간적 희생을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상대에 대한 존중·배려 없이 일방적 통일 준비로는 성공할 수 도 없고 성공하더라도 휴유증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독일통일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한다. 단기적 흡수통일이 아니라면 통일의 길은 남북간 다양한 협력구조 구축과 이를 통해 남북이 윈윈하는 장기적 통일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독일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에서 통일을 시작하였다. 한국과 같이 전쟁의 경험도 없다. 또한 동독은 교회라는 기반이 있었지만 북은 밑으로부터의 평화혁명이 가능한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독일은 통일까지 1년에 1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왕래하였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브란트 수상의 오른팔이자 그의 동방정책을 설계한 에곤 바르 박사는 개성공단 사진을 보며 놀라운 상상력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동방정책을 설계했을 때에도 동독의 영토에 서독의 공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미 한국형 통일방안을 가지고 있다. 독일통일의 교훈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독일처럼 일방적으로 흡수통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이미 마련된 한국형 통일방안의 길인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의 합의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장기적 협력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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