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 "문창극, 언론인과 국민 얼마나 더 능멸할건가"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 입력 2014.06.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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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노조 위원장 등 "법적대응 운운 파렴치함 보는것도 고통스럽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예전 한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문 후보자가 대학 강의에서 “일본에 사과 받을 필요 없다”고 말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문 후보자에 대한 사퇴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문 후보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 후보자 측은 자신의 교회 강연 영상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은 처음인데, 그 당사자가 또한 언론인 출신이라 언론계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언론계에서도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13일 <문창극 총리 지명자 사퇴하고, 대통령은 사과해야> 사설에서 “이렇게 비틀린 사람은 시민의 위임을 받아 일하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며 “그는 더 이상 시민의 가슴에 못 박지 말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역시 <‘총리 자격’이 아니라 ‘국민 자격’이 의심스럽다> 사설에서 “문 후보자의 총리 자격 문제로 더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닐까 싶다”며 “청와대는 검증 실패의 책임을 자인하고 곧바로 지명을 철회하는 게 그나마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는 길이고 문 후보자도 이쯤 됐으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4년 6월 13일자 사설
<경향신문> 2014년 6월 13일자 사설
 
직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하진 않았지만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문 후보자는 자신이 총리감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고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의 뜻을 한데 모아야 하는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 인사들도 문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기레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사상 첫 기자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라는 문 후보자가 오히려 언론계를 더 망신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언론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국언론노조도 13일 성명을 통해 “자신의 망언에 대해 사과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는, 오히려 망언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자를 왜 우리는 그냥 지켜봐야만 하는가”라며 “도대체 얼마나 더 국가와 역사, 그리고 우리 국민을 능멸하겠다는 것인가 ‘문창극 구하기’에 골몰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가 공언한 국가 개조가 역사와 국가를 배반하고 국민에게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언론사의 검증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운운하는 언론인 출신 총리후보자의 파렴치함도 지켜보기조차 고통스럽다. 청와대는 더 늦기 전에 총리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가한 사실에 석고대죄하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13일 성명을 통해 “총리에 내정된 지 불과 3일 만에 온갖 추태를 다 보여주고 있다”며 “(검증보도에 소송을 하겠다는)이 사람이 진짜 언론인 출신이 맞나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40년 가까이 기자만 했다는 자가 어떻게 검증보도를 한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나설 수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서는 긴 말이 필요 없다. 더 이상 추태 부리지 말고 당장 물러나기 바란다”며 “당신으로부터 굳이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고 당신이 총리 내정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충분히 괴롭고, 부끄럽다. 전국 언론인의 명예와 대한민국의 품격을 그만 훼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 2014년 6월 13일자 사설
<한겨레> 2014년 6월 13일자 사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문 후보자에 대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이제 그만 (언론계를) 망신시키고 사퇴했으면 좋겠다”며 “윤두현 홍보수석도 YTN 내부에서는 ‘차라리 청와대로 가서 우리와 함께 일하지 않아 좋다’고 할 정도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문제는 문창극 후보자가 본인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라며 “그는 잘못된 신념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고, 그 동안 꾸준히 써온 글을 봤을 때, 그런 식의 역사관은 저변에 깔려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언론사에서 30년 넘게 근무를 했는데 (자신의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소송하겠다는 것이 나올 수 있는 말이냐”며 “고소할 수 있는 요건이 전혀 구성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위워장은 아울러 “폴리널리스트를 싫어하지만, 정 언론인을 써야 한다면 우리나라 기자가 만 명은 될 텐데 왜 하필 이 사람이냐”라며 “이전 윤창중이나 윤두현 수석은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권력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고 민경욱 대변인은 기자란 직업을 선민의식으로 해 온 사람인데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쓰려는 언론인 중 보편적인 언론인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이충재 논설위원도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 비판과 감시인데, 그런 식으로 정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며 “더군다나 최근 드러난 과거의 언행은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질도 없다고 보여지고 더군다나 총리로서의 자격이란 관점에서도 함량미달”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2014년 6월 13일자 사설
<한국일보> 2014년 6월 13일자 사설

이 위원은 “그런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30년 동안 언론인으로 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언론의 고유한 기능을 잘 알 것임에도 자신을 비판했다며 소송을 내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작태”라며 “일반 국민들이 지금도 언론인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은데 더 악화될 수 있는 사례가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인들이 권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잘못된 시각이 만들어지는 것도 상당히 우려된다”며 “문 후보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떳떳하게 스스로 그만둬야 하고 박근혜 정부도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언피아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국 언론 전체를 욕 먹이는 한심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도 “(자신을 검증한 보도에) 법적대응을 하고 청문회에서 해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본적으로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대기자 출신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언론인의 기본 자질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 정말 인면수심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언론인으로서 기본자질은 차지하고라도 동시대 한국사회 시민으로서 정말 이해가 안 간다”며 “상식적으로 총리로서는 물론 언론인의 기본 자질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직위를 유지하는 것은 인면수심으로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2014-06-13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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