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청소노동자, 3개월짜리 계약서 안쓰면 해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7.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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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바뀌자 1년→3개월, 7월말 62명 해고위기...노조 "고용승계" / 대학 "업체 권한" / 업체 "관행"


영남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62명이 대량해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6월 대학측과 노조가 고용승계와 점심값 지급 등에 대한 각종 처우개선에 합의했지만, 올해 청소용역업체가 바뀌면서 1년짜리 근로계약서를 3개월짜리로 바꾸고 이에 합의하는 노동자만 고용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고용승계 합의사항을 어긴 위법적 행위"라며 "고용승계를 비롯한 각종 처우개선 합의사항 이행"을 대학과 업체측에 촉구한 반면, 대학은 "고용은 업체 고유권한"이라며 "합의사항 여부도 업체의 몫"이라고 했고, 업체측은 "3개월 고용이 해고는 아니다"며 "업계 관항"이라고 주장했다.

'영남대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촉구 기자회견'(2014.7.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촉구 기자회견'(2014.7.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청소용역업체 '(주)KT텔레캅'는 오는 17일 영남대 제2권역(본관~공대) 청소노동자 신규채용 설명회를 연다. 고용대상은 62명이고 이력서와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8월 1일부터 근무하게 된다. 이 업체는 2012년 영남대와 계약을 맺고 이미 제1권역(캠퍼스 입구~본관) 청소용역업체도 맡고 있다.올해 제2권역 청소용역업체도 KT텔레캅으로 바뀌면서 현재 고용된 청소노동자 62명은 모두 재계약을 해야만 한다. 이들 대부분은 50~60대 여성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째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채용을 앞둔 지난 주 KT텔레캅은 현재 '1년 근로계약서'를 '3개월짜리 단기 근로계약서'로 바꾸는 내용을 노조에 통보했다. 단기 근로계약서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는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7월 31일까지 1년 근로계약서가 만료되는 노동자 62명은 해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노조는 대학본부와 맺은 합의사항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6월 17일 노조와 대학은 청소용역업체가 바뀌어도 현재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인정하고 '연차수당'과 '식대비(7만원)'를 지급하는 한편, '만67세 정년'을 보장하는 처우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적용 기간은 올해 8월부터다.

대학이 제2권역 청소용역업체를 KT텔레캅으로 바꾸면서 계약을 맺을 당시 이 합의내용을 전달하고 지킬 것을 권고해 대부분의 내용이 반영됐지만, 3개월 단기계약이 단서조항으로 붙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합의사항 대부분이 지켜졌고 고용은 노사 문제"라고, 업체 측은 "합의사항을 거의 이행할 예정이고 단기계약은 업계 관행"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도 영남대학교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방안'(2014.7.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4년도 영남대학교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방안'(2014.7.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 소속 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시설지회는 16일 영남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면적인 고용승계 보장"과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5개 대학 청소노동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영남대 담당자와 면담을 갖고 '고용승'계를 비롯한 '처우개선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노조는 "다른 4개 대학은 이미 합의사항을 적용해 청소노동자 처우를 개선했다"며 "영남대만 이를 어겨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을 대량해고 벼랑으로 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업체가 바뀌어서 단기계약 3개월을 운운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대학은 청소업체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스스로 한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순 영남대시설지회장은 "단기계약에 합의 안하면 고용할 수 없다는 말이 해고하겠다는 말이 아니겠냐"며 "1년도 불안한데 석달짜리 계약서를 쓰라니 참 너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지난해 합의한 사항은 대학이 우리에게 한 약속"이라며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런 일을 저지르는 대학과 업체가 야속하다. 대학과 업체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산지역 대학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촉구대회'(2013.4.25.경산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산지역 대학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촉구대회'(2013.4.25.경산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백기수 영남대 시설관리팀장은 "합의사항은 이미 KT텔레캅과 계약을 맺을 때 권고 했고 지키기로 했다"며 "합의사항에 대해 대학은 모든 책임을 졌다"고 했다. 그러나 "3개월 근로계약은 업체 측의 고유 권한 이기 때문에 대학이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한경호 KT텔레캅 경북지역단장은 "제1권역 청소노동자들도 모두 3개월 근로계약을 맺었다. 이는 업계 관행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승계도 3개월 계약에만 동의하면 가능하다"며 "이미 다른 처우개선 사항은 다 지키기로 했다.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 등 경산지역 4개 대학 환경미화원노조는 ▶고용과 정년(만67세) 보장 ▶하루 8시간 기본급과 연장근무 수당 ▶월 10만원 점심값 ▶설, 추석, 여름휴가 기본급 50% 상여금 ▶노조 활동 보장 등의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어 경산 4개 대학 환경미화원노조와 대학 측은 처우개선 최종안에 합의하고 6월 12일 업무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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