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칠곡보' 물고기 4백여마리 집단폐사, 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7.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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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보에 막혀 호수화 심각, 저산소 탓" / 야당 "은폐 의혹" / 환경청 "조사 중"


4대강사업이 진행된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 지난 9일 동안 물고기 4백여마리가 폐사해 그 원인을 놓고 환경단체와 환경청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는 "4대강 공사로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호수화가 되면서 저산소 상태가 심각해 폐사한 것"이라며 "4대강 수문개방"을 촉구한 반면, 환경청은 "4대강 보를 물고기 집단폐사 원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면서 "원인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몰고기 폐사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환경청과 수자원공사를 비판했다.

낙동강 칠곡보에서 집단폐사한 강준치(2014.7.28) /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낙동강 칠곡보에서 집단폐사한 강준치(2014.7.28) /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대구지방환경청은 칠곡보 하류 100m 구간에서 지난 21~28일까지 20~30㎝ 강준치(잉어과 민물고기) 398마리가 폐사했다고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29일 오전에도 칠곡보 우안에서 폐사한 강준치 30여마리를 추가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간 칠곡보에서만 물고기 4백여마리가 폐사한 셈이다. 현재까지 다른 어종의 폐사는 발견되지 않았다. 칠곡보 하류 20~24㎞에는 문산·매곡취수장이 들어서 있다.

환경청은 강 위로 떠오른 물고기 4백여마리를 현재 모두 수거해 물고기 집단폐사에 대한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25일에는 수질분석 조사를 했고, 26일에는 잠수부를 통한 수중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합동조사에는 환경청과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수자원공사 등 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낙동강 칠곡보 우안에 폐사한채 강물에 떠오른 강준치(2014.7.28) / 사진.대구지방환경청
낙동강 칠곡보 우안에 폐사한채 강물에 떠오른 강준치(2014.7.28) / 사진.대구지방환경청

대구지방환경청은 수질분석 결과 "페놀, 중금속, 불소, 농약 등 특이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칠곡보 하류 4㎞지점에서 수질자동측정망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독성물질 유입은 없었다"고 28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또 첫 폐사가 발견된 21일 칠곡보 녹조상태와 관련해서도 "클로로필-a 농도가 15.1㎍/㎥, 남조류 수가 1035cells/㎖로 조류경보제의 가장 낮은 단계인 '출현알림'이었다"며 "28일까지 분석했지만 pH8.3~9.0, 탁도 2.0~13.1, Chl-a 3.5~7.0으로 측정돼 녹조는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칠곡보 강바닥 용존산소(DO) 측정 결과도 "정상범위(5ppm 이상)인 6.0~14.6ppm으로 나타났다"면서 "산소고갈은 원인이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환경청은 24일과 25일 각각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립수산과학원에 칠곡보 강물에 대한 약독물·병성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가각 8월 1일과 12일에 발표된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4대강 보로 인한 호수화 탓"이라며 "수문개방"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낙동강은 4대강 보가 들어선 뒤 유속이 느려지거나 막힌 상태"라며 "사실상 호수로 바뀌어 강바닥이 모래 대신 뻘과 같은 토양으로 덮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바닥에 유기물이 쌓이면 산소를 소비하고 물고기는 저산소 상태에서 숨이 막혀 죽는다"며 "칠곡보 폐사가  증거"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환경청이 밝힌 것보다 더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을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물고기가 폐사할 수도 있다"면서 "당장 수문을 열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녹색연합도 28일 성명서를 내고 "2012년에도 구미정수장 일대에서 물고기 5천5백여마리가 폐사했지만 환경청은 졸속조사를 벌였다"면서 "특히 조사 대부분이 간이측정기나 자동측정망에 의존하는 기초조사에 그쳐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복해 같은 결론을 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 있는 강정고령보 상류 500m지점, 수심11m에서 채취한 강바닥 진흙(2014.7.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 있는 강정고령보 상류 500m지점, 수심11m에서 채취한 강바닥 진흙(2014.7.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야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환경청과 수자원공사를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자원공사는 21일 폐사 사실을 알았지만 사흘이 지나서야 환경청에 신고했고, 환경청도 6일간 이 사실을 숨겼다"며 "생태계 사고를 쉬쉬하며 은폐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은폐를 지시한 책임자가 환경부 장관인지 청와대인지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4대강 보 설치 이후 4대강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고기 폐사사고의 원인을 시급히 규명하고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 대책과 장기 프로젝트도 병행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반면 장윤현 대구지방환경청 수질관리과장은 "일주일간 4백여마리가 죽은 것을 집단폐사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낙동강에서는 지난 2년간 5천마리가 넘는 물고기가 폐사한 적도 있다. 자연스러운 생태계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보가 원인이라면 낙동강 8개 보에서 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야 할텐데 그렇진 않았다"며 "보를 원인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하루 2번, 10곳에서 칠곡보 수질상태를 분석하고 있고, 폐사 원인도 조사하고 있다"면서 "폐사는 더 발생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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