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삼평리 송전탑 공사 다큐멘터리 '촬영 방해'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8.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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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협회, 경찰에 항의 공문 "의도적 방해, 중단" / 경찰 "사전에 협조요청 없었다"


경북 청도군 삼평리 송전탑 공사가 3주째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삼평리 공사현장과 주민의 저항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촬영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경찰에 항의공문을 보내고 "촬영 보장"을 촉구했지만, 경찰은 "협조요청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며 "업무방해가 될 시 촬영을 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13일 권기선 경북지방경찰청장과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에게 항의공문을 보내고,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주민의 모습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미디어 활동가의 작품활동을 "경찰이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촬영 보장"을 촉구했다.

9일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류미례 감독의 촬영을 경찰들이 저지하는 모습 / 사진. 김동은
9일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류미례 감독의 촬영을 경찰들이 저지하는 모습 / 사진. 김동은

특히 이들은 "카메라를 막고 몸을 밀치는 등의 물리적 저지와 현장 밖으로 감독을 드러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현장으로부터 차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감독과 활동가들은 주민 삶과 증언을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며 "사회적 갈등이 있는 현장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우리의 촬영을 방해하는 것은 작품 자체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촬영 방해에 대한 공식적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전체 경찰과 삼평리 현장에 투입된 경찰에게 교육하도록 촉구했다. 경찰청 훈령 제461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제88조에는 "경찰관서의 장은 집회시위 관련자의 인권침해의 예방과 사후 구제를 위하여 증거수집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집회시위 참가자에 의한 증거수집 활동도 보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9일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경찰이 미디어 활동가의 촬영을 막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 사진.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9일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경찰이 미디어 활동가의 촬영을 막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 사진.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현재 삼평리 공사현장에는 '미디어핀다', '푸른영상',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동아리 KPI' 소속 다큐멘터리 감독과 미디어 활동가 등 10여명이 지난달 21일부터 24일째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송전탑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삼평리 주민의 삶을 담은 작품을 제작하는 게 목적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에는 한독협에 소속된 권현준, 류미례, 이동렬 감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동렬 감독은 삼평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송전탑'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올해 초 상영한 적이 있다.

삼평리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미디어핀다 권현준 감독은 "감독들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뺨을 맞고, 경찰이 카메라를 손으로 막고, 욕설을 하는 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며 "20년째 다큐멘터리를 찍은 감독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큐멘터리 감독은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현장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라며 "우리의 촬영을 방해하는 것은 경찰청 훈령에도 위배되고 인권까지 짓밟는 행위다. 당장 중단하고 촬영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최창규 청도경찰서 정보과장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사전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며 "업무방해가 될 시 저지할 수 밖에 없다. 협조요청이 먼저"라고 했다. 또 "일방적인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찍어 작품활동인지 채증활동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최대한 작품활동을 보장하겠지만 업무에 방해가 되는 경우는 저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달 21일 직원 1백여명, 경찰 5백여명을 동원해 2년간 중단된 청도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송전탑 3기 중 2기는 공사를 마쳤고 마지막 1기인 23호 송전탑 공사를 위해 공사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모든 출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13일 현재까지 주민 등 19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현재는 모두 풀려난 상태다. 시민단체 활동가 3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도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현재는 경찰 150여명이 노숙농성을 벌이는 주민과 공사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매일 저녁 공사현장에서 '송전탑 반대 문화제'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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