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초등 방과후학교 돌봄강사 '민간위탁'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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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학교재단' 148명, 잦은 이동에 무기직 전환도 안돼...노조 "외주철회" / 교육청 "학교재랑"


대구시 동구 A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돌봄강사로 일하는 조모(44)씨는 3년째 비정규직이다. 1백만원 남짓한 월급은 제자리고 휴일근무 수당을 받은 적도 없다. 1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바뀐 건 없었다. 대구시교육청에 억울함을 호소해봤지만 큰 도움은 없었다. A초등학교는 방과후학교를 민간에 위탁했기 때문에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 용역업체 책임이라는 것이다.

조씨의 신분 불안정은 계속됐다. 통상 돌봄강사들이 학교장과 1년짜리 계약을 맺고 적어도 1년간은 한 학교에서 일하는 반면, 조씨처럼 민간위탁 용역업체에 소속된 돌봄강사들은 업체가 요구할 때마다 사업장(학교)을 옮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씨는 지난 1년 동안 4차례나 학기중 학교를 옮겨가며 돌봄강사로 일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위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위해 업체에 휴직을 신청했지만 업체 계약서에 질병휴직제도가 포함돼 있지 않아 권고사직까지 통보받기도 했다.   

"행복한학교재단 외주화 NO" 대구교육청 앞에서 피케팅을 벌이는 돌봄강사들(2014.9.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행복한학교재단 외주화 NO" 대구교육청 앞에서 피케팅을 벌이는 돌봄강사들(2014.9.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의 초등 방과후학교 돌봄강사 '민간위탁'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에 고용된 강사들은 학교장과 계약을 맺은 강사와 달리 1년이상 일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안돼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사업주 요구로 학교 이동도 잦아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공교육의 영역을 민간에 위탁한 우동기 교육감 잘못"이라며 "업체에 고용된 강사에 대해서도 학교장과 계약을 맺은 강사와 같이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고, 차츰 외주화를 철회해 교육감직고용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민간위탁은 학교장 재량"이라며 "노사문제"라고 반박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2011년부터 초등 방과후학교에 대한 민간위탁 사업을 시작했다. 업체는 <대구행복한학교재단> 단 한 곳이다. 행복한학교재단은 SK그룹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대구, 서울, 부산, 울산 등 전국 4곳에서 방과후학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대구교육청과 대구시가 각각 5억, SK 그룹이 10억 등 모두 20억을 출자해 설립했다. 현재 대구 291개 초등학교 가운데 32개 학교가 행복한학교재단과 계약을 맺고 방과후학교를 위탁했다. 행복한학교재단에 소속된 돌봄강사는 19명으로 외부강사까지 포함하면 148명에 이른다. 대구교육청이 직접고용한 돌봄강사는 220여명에 이른다. 직고용 돌봄강사 역시 계약은 학교장과 맺고 있다.

대구교육청 6층에 있는 '대구행복한학교재단'(2014.9.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교육청 6층에 있는 '대구행복한학교재단'(2014.9.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용역업체 행복한학교재단의 외주화와 관련해 계속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학기중 돌봄강사 인사이동과 근로시간 축소,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 유급병가·질병휴직 전무 등이 그 이유다. 교육청과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은 1년 이상 근무하면 '기간제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외주 도급법'상 학교장이 용역업체에 소속된 돌봄강사의 신분을 변경할 수 없어 행복한학교재단 소속 돌봄강사들은 계속해서 비정규직 상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직고용 돌봄강사는 유급휴가가 14일이나 되지만 용역업체 소속 돌봄강사들은 이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용역업체는 또 채용 후 한달이 지나서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로기준법도 위반하고 있다. 이 같은 용역업체의 각종 법 위반에도 대구교육청은 "위탁은 학교 재량", "노사문제"라고 팔짱만 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대구지부>는 지난 15일부터 대구교육청 앞에서 "돌봄강사 외주철회"를 촉구하며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또 25일에는 대구교육청 앞에서 '돌봄강사 외주철회 촉구 집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대구 초등 돌봄강사 3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누구를 위한 돌봄인가" 피켓을 든 돌봄강사들(2013.12.3.경북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누구를 위한 돌봄인가" 피켓을 든 돌봄강사들(2013.12.3.경북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병수 대구학교비정규직노조 조직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초등 돌봄교실이 확대됐지만 대구교육청은 민간위탁을 통해 돌봄강사들의 신분을 불안케 해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였다"고 비판했다. 또 "직고용 돌봄강사와 용역업체 소속 돌봄강사에 대한 처우 차별이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고 위법 사항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청이 외주화를 확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외주를 철회하고 돌봄강사 전원을 직고용해 처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신호우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사무관은 "민간위탁은 충분히 자질을 검증한 업체만 학교와 계약을 맺는다. 또 위탁 결정은 각 학교의 운영위원회와 소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학교의 재량이라 교육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일단 돌봄학교에 대한 민간위탁이 결정되면 돌봄강사에 대한 책임도 업체가 지게 된다. 더 이상 교육청 권한이 아닌 노사문제"라고 했다.

이인희 대구행복한학교재단 상임이사는 "우리와 계약을 맺은 돌봄강사들이 무기계약직은 아니지만 직고용 돌봄강사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처우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신분만 비정규직이지 사실상 계약을 계속 연장해 무기계약직이나 다름 없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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