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돈봉투' 논란 속 계속되는 주민들의 '저항'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9.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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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전·경찰·시공사 압수수색...대책위 "유착과 비리, 공사 중단" / 한전 "수사 중, 11월 완공"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청도경찰서장이 한국전력공사 출처로 알려진 돈봉투를 추석 연휴 동안 돌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삼평리 주민들이 "한전·경찰·시공사의 유착과 비리로 얼룩진 송전탑 공사는 명분을 잃었다"며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대구 중구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건설지사 앞에서 한전규탄집회를 열고 "돈만 아는 저질 한전은 폭력과 더러운 매수로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며 "당장 삼평리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비리를 저지른 것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삼평리 주민을 비롯해 시민단체 활동가 등 모두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들은 한전 앞에 오만원짜리 지폐가 붙은 모형 송전탑을 세워 지난 추석 돈봉투 사건을 풍자하기도 했다.   

"돈 든 탑은 무너진다" 추석 돈봉투 사건을 패러디한 삼평리 주민들의 피켓(2014.9.26.한전 대경건설지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돈 든 탑은 무너진다" 추석 돈봉투 사건을 패러디한 삼평리 주민들의 피켓(2014.9.26.한전 대경건설지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경찰서는 지난 2일과 추석 연휴인 9일까지 청도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7명에게 '이현희' 청도경찰서장 이름이 찍힌 돈봉투를 전달했다. 전달한 화폐는 모두 5만원짜리로 1,700만원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청은 이 전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지능범죄수사대를 보내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8~19일은 시공사와 하청업체 사무실을, 16일에는 한전 대경건설지사 건물과 이모 전 지사장 자택을, 15일에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이 전 서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책위는 "청도경찰을 통해 돈으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삼평리 주민들을 매수하려 한 더러운 음모가 발각된 이후 한전과 시공사, 그리고 경찰의 추악한 비리의 먹이사슬이 전국적으로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면서 "폭력과 검은 돈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한전의 송전탑 공사는 이미 모순과 부조리를 극명하게 드러내 스스로 공사의 명분을 잃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한전 대경건설지사 앞에서 한국전력공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물 앞에는 오만원짜리 지폐가 붙은 모형 송전탑이 세워졌다(2014.9.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한전 대경건설지사 앞에서 한국전력공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물 앞에는 오만원짜리 지폐가 붙은 모형 송전탑이 세워졌다(2014.9.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주민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폭력과 매수로 세워진 철탑은 철거되고 공사도 중단돼야 한다"면서 "감춘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송전탑의 진실은 끝내 밝혀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23호기 송전탑 자진 철거 ▷송전선로 지중화 ▷주민에게 사과 ▷지난 6년 동안 삼평리 송전탑 공사 과정의 비리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어 "모든 진실을 밝히고 철탑이 철거돼 한전이 주민들에게 가한 폭력과 불이익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날까지 삼평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창욱 대책위 공동대표는 "경찰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삼평리 할머니들을 매수하려 한전의 돈을 받아 봉투로 돌리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수습하거나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불법을 묵인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의 에너지 국책사업에서 비리가 생겼으니 사업 자체가 명분을 상실했다"며 "추석 돈봉투 사태에 대한 제대로된 수사와 처벌이 있을 때까지 주민들은 끝까지 송전탑 공사에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명복 한전 대경건설지사 차장은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비리라거나 매수라거나 불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경찰의 수사를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돈봉투 사건과 사건과 상관없이 공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11월말경 완공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매들 짓밟고 세운 송전탑 우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2014.9.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할매들 짓밟고 세운 송전탑 우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2014.9.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전은 지난 7월 21일부터 두달째 청도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3기 중 마지막 1기인 23호 철탑은 완공됐고 현재 송전선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체 공정률은 44%에 이르며 11월말 완공할 예정이다. 반면 주민들은 68일째 공사 현장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또 앞서 17일에는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서장과 전모 정보보안과 계장, 한전 대경건설지사 이강현 전 지사장과 오모 송전개발팀장, 윤모 송전개발팀 차장 등 5명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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