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묻힌 국가 폭력의 기억...'시월'은 계속된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0.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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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항쟁 68주기] 대구 추모·문학제 /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으로 과거사 바로잡아야"


"밥 먹으러 오지 않는 이 기다려 60년 넘도록 매일 아랫목에 묻어온 고봉밥을 헛제사상에 올려놓고 대문 열어놓은 채 지내는 밤이 아직 식지 않고...도무지 어둡지 않다"(10월문학제 기념시. 이하석 밥')

하얀 무명 만장에 걸린 글귀마다 아픔이 묻어난다. 곁에 없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 누이, 친우를 부르는 이들의 절절한 부르짖음에 보는 이들이 가슴을 애태운다. 해방직후인 1946년 대구에서 미군정의 식량정책을 비판하다 '좌익'으로 몰려 희생된 2백여명을 기리는 '시월'이 68년째 되풀이 되고 있다.

10월항쟁 희생자를 향해 묵념하는 유가족과 시민단체 대표들(2014.10.1.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 희생자를 향해 묵념하는 유가족과 시민단체 대표들(2014.10.1.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대회사를 낭독하고 있다(2014.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대회사를 낭독하고 있다(2014.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946년 10월항쟁에 가담하기 위해 집을 나선 아버지 채병기씨를 잃은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68년이 지난 지금 일흔이 됐다. 딸은 매년 10월이 돌아오면 아버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그늘진 역사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아버지의 이름으로 국가에 묻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10월항쟁' 67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와 문학제가 열렸다. '10월항쟁유족회'와 '10월문학회' 등 대구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10월항쟁 68주기 행사위원회'는 1일 대구 2.28공원에서 '68주기 10월항쟁 정신계승 및 희생자 추모제・문학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과 양용해 전 한국전쟁후민간인 희생자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 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해 10월항쟁 유족,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제는 김선우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사회로 저녁 6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채영희 회장의 대회사와 양용해 전 상임대표의장과 임성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의 추도사, 결의문 낭독, 마임이스트 조성진씨의 진혼무, 헌화 순으로 이어졌다.

'68주기 10월항쟁 정신계승 및 희생자 추모제'(2014.10.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8주기 10월항쟁 정신계승 및 희생자 추모제'(2014.10.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문학제도 추모제 후 열렸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문학제는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대구경북작가회의) 소속 '10월문학제위원회(위원장 이하석)' 주도로 올해 2회를 맞았다. 이번 주제는 '1946 10월을 넘어 2014 평화를 노래하라'로 저녁 7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작가들의 시와 산문만 전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국에 있는 작가들의 시와 산문을 공모해 전시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는 '10월은 계속 되고 있다'는 제목의 10월문학제기념시집을 펴냈다. 작품에는 고희림 '돌아오고 있다', 박은주 '시월의 꽃',  조선남 '가창댐' 등 48편이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2014.10.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2014.10.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행사위는 "10월항쟁은 자주적 근대국가 수립을 요구한 민중대항쟁이지만 아직도 '대구폭동'이라고 불리며 왜곡은 물론 망각에 놓여 있다"며 "70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참된 역사성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과거사 치유'와 관련해 적극 해결할 것을 공식적으로 내세운 만큼 어둠 속에 묻힌 국가 폭력의 기억을 반드시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사를 바로잡을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때문에 "10월항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해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장에 걸려 전시된 '10월항쟁' 추모시들(2014.10.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만장에 걸려 전시된 '10월항쟁' 추모시들(2014.10.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946년 대구 시민들은 해방 직후 미군정의 '식량정책'을 비판하며 9월 총파업을 벌였다. 10월 1일에는 미군정과 친일파 '축출'을 촉구하며 대규모 항쟁을 벌였다. 그러나 미군정과 대구와 경북에서 지원을 나온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우익단체들를 동원해 시민들을 '좌익'으로 몰아 무력진압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2005년부터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름이 확인된 10월항쟁 희생자는 20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실상을 밝히지 못한 채 2010년 조사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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