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돈봉투' 경찰·한전 전원 불구속...대책위 "비리사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1.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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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대책위 "명백한 축소수사, 구속해야" / 11~13일 상경투쟁, 경찰·한전 항의


경북 청도 삼평리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지난 추석 '돈봉투'를 돌린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과 이 전 서장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한국전력공사 직원 등 14명이 각각 '직권 남용',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청도 주민들은 "비리 커넥션 확인에도 경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며 "혐의자 전원을 구속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전 대경지사에서 돈봉투를 비판하는 청도 주민(2014.9.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전 대경지사에서 돈봉투를 비판하는 청도 주민(2014.9.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논평을 내고 "경찰의 이번 수사결과를 보면 비리 혐의가 분명한 이 전 서장과 한전 직원 등을 불구속 입건해 송치하는데 그쳤다"며 "이는 명백한 축소수사로 경찰의 미온적 태도는 혐의자들과 경찰이 다 한통속이라는 주민 분노만 살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경찰·한전의 추악한 비리사슬은 청도뿐 아니라 밀양 송전탑 공사장에서도 확인됐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불구속 입건하는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청도경찰서와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 시공업체에 한정해 수사를 마무리해선 안된다"며 ▷청도 송전탑 돈봉투 살포 관련자 전원 구속 수사 ▷전국 송전탑 공사 관련 비리 수사 확대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청도대책위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동안 "경찰 수사결과 규탄, 돈봉투 관련 혐의자 전원 구속, 송전탑 공사 중단, 에너지 악법 개정"을 촉구하는 상경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투쟁에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 대책위위원회>도 동참한다. 2박 3일간의 일정에는 청도와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모두 2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경북 청도 삼평리 23호기 송전탑(2014.11.5) / 사진.청도대책위
경북 청도 삼평리 23호기 송전탑(2014.11.5) / 사진.청도대책위

11일 광화문광장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같은 날 오후 녹색당이 주최하는 '한국탈핵만민공동회'에 참여하고 저녁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지지 방문한다. 12일에는 한전 본사 앞에서 돈봉투 살포와 송전탑 공사 규탄 피켓팅을, 오후에는 경찰청 앞에서 '수사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항의방문도 한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 만나 '에너지 3대 악법(전원개발촉진법·전기사업법·송변전시설주변지역지원법) 폐지 및 개정을 위한 면담'을 갖고, 면담 후에는 기륭전자 농성장을 지지 방문한다. 이날 저녁에는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와 함께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에너지 3대 악법 개정 운동 선포식'을 벌인다. 마지막날인 13일에는 한전 본사 앞 피켓팅에 이어 쌍용자동차 노조와 코오롱 노조 지지 방문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오는 12월에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등에서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변홍철 청도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청도 송전탑 돈봉투 살포 비리 커넥션은 빙산의 한 조각"이라며 "청도와 밀양에서 유사 비리가 확인됐으니 반드시 전국으로 수사가 확대돼야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는 혐의자 전원 불구속 기소에 그쳐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면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축소수사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청도와 밀양 주민들은 경찰과 한전을 방문해 이를 규탄하는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며 "혐의자 전원을 구속해 진실을 끝까지 규명한다. 국회도 국가의 강제 송전탑 공사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경찰이 건넨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적힌 돈봉투 / 사진. 청도대책위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경찰이 건넨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적힌 돈봉투 / 사진. 청도대책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한전 대경지사에 청도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리자고 강요한' 혐의 등으로 이 전 청도경찰서장을, 이 전 서장에게 1,100만원을 전달한 전 한전 대경지사장 이모씨 등 10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로, 비자금으로 한전 대경지사 직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을 '업무상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모두 14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 전 서장은 지난 8월부터 전 한전 대경지사장 이모씨에게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치료비·위로금으로 3천~5천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한전은 또 시공업체에 이 돈을 부담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수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청도경찰서는 추석 연휴인 지난 9월 청도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7명에게 '이현희' 청도경찰서장 이름이 찍힌 돈봉투를 전달했다. 전달한 화폐는 모두 5만원짜리로 1,700만원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받은 돈봉투를 모두 돌려 보내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자 경찰청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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