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투기사업 변질 우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1.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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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별법' 추진, 규제완화·민간투자 목적 / 노조·시민단체 "제조업 폐업·해고 불보듯"


국회가 전국 노후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노후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구조고도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산단 내 그동안 법으로 금지된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센터, 숙박시설 등을 민간 투자자를 유치해 설립하고, 단순 생산기능에 머문 산단을 '창조경제 구심점'으로 만들어 '제조업을 부흥'시키자는 것이 국회의 주요 입법 취지다. 반면 노조와 시민단체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땅장사나 투기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고, 산단 내 노동자 대량해고와 중소상인 피해도 뻔하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노후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법률안심사소위원회 자료
'노후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법률안심사소위원회 자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17일 법률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구조고도화 특별법안'을 심사했다. 법안은 새누리당 심학봉(경북 구미갑)·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이 각각 올해 5월과 11월 발의했다.

심 의원의 법안 발의 이유를 보면 "기능 약화, 기반시설 낙후, 기업 혁신역량 부족, 근로자 정주여건 미흡" 등 산단 전반 경쟁력 약화를 꼽고 있다. 때문에 "전국 노후 산단 내 1천여곳을 산업통상자원부가 10년 계획기간을 정해 사업을 지휘하고 규제완화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철 의원도 심 의원 안을 바탕으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산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국가산단은 41곳, 입주업체는 49,544개다. 일반산단은 528곳, 입주업체는 24,331개다. 20년 이상된 노후 국가산단은 28곳이고 일반산단은 75곳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홈페이지에 있는 '구조고도화' 사업 개요
'한국산업단지공단' 홈페이지에 있는 '구조고도화' 사업 개요

여야가 함께 입법을 추진하는 '구조고도화'란 산단 내 유휴부지를 산업용지에서 주거·상업 등 '복합용지'로 변경해 민간업체 개발사업 대행을 확대하는 것으로 산통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민간기업 신청을 받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단공은 앞서 대구 신서혁도시에서 '구조고도화 대행사업자 공모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공모는 이달 28일까지며 승인이 나고 고도화가 진행되면 산단 내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숙박시설 등이 들어선다. 국회는 이에 발맞춰 관련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산단 내 일부 기업들이 구조고도화 대열에 합류하면서 노조와 중소상인,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경북 구미시 국가산단의 대표적 반도체업체 ㈜KEC가 이 사업에 뛰어들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EC가 작성한 구조고도화 문건에서 10만여평 부지 중 유휴부지 5만여평에 백화점·지식산업센터·외식타운·호텔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 알려져 "폐업"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산단공 홈페이지에 있는 구미 국가산단 구조고도화 계획
한국산단공 홈페이지에 있는 구미 국가산단 구조고도화 계획

이미 KEC 노조와 구미 중소상인, 시민단체는 <KEC폐업반대범시민서명운동본부>를 꾸리고 한달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17일에는 국회를 찾아 '구조고도화 특별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대표 발의한 심학봉, 김동철 의원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구조고도화 사업은 제조업 육성보다 투기사업으로 변질돼 땅장사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자들은 경영 어려움을 핑계로 연쇄적으로 업종 전환을 하거나 폐업을 할 것이 뻔하다. 제조업 자리에 부동산 임대업자만 대박을 터뜨린다"고 주장했다. 또 "폐업과 업종 전환은 노동자 7백명 대량해고와 중소상인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차별적 규제완화로 서민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구조고도화 특별법안 입법 추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KEC 구조고도화사업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2014.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KEC 구조고도화사업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2014.10.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국회는 가볍게 망치를 두드리지만 의원이 두드리는 망치에 노동자와 중소상인은 다 맞아 죽을 판"이라며 "국회가 제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제조업을 죽이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 이는 KEC뿐 아니라 전국 산단 내 노동자들이 직면할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동철 의원실의 정책담당 비서관은 "노후화된 산단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고 근로자 생활 여건을 개선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2차 부흥을 일으키는 것이 법안 발의 취지"라며 "아직 심사 중인 법이니 우려스러운 부분도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심학봉 의원은 수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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