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억짜리 대구사격장, 6년째 '애물단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1.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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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사] 전자표적기 없어 국제대회 '0', 전지훈련장 외면..."만성적자, 반쪽운영"


대구시가 5백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지은 '대구사격장'이 6년째 애물단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핵심시설 '전자표적기'가 없어 국제대회를 한 번도 개최 못했을 뿐 아니라, 국내 사격선수들 전지훈련장으로도 외면당하는 등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배지숙)는 19일 '대구광역시시설관리공단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시의원들은 대회도 선수도 외면하고 있는 대구사격장의 지난 6년을 한 목소리로 질타하며 "만성적자"와 "반쪽운영" 해결을 위해 "추가 시설투자", "장비보완", "사격장 활성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사격장' 홈페이지에 있는 사격장 조감도
'대구사격장' 홈페이지에 있는 사격장 조감도

기획행정위 행감자료를 보면, 대구사격장의 올해 운영비용은 12억8,3000만원, 경영수익은 10억8,7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적자가 났다. 지난 2011년에도 운영비용 9억5,000만원을 들였다 4억원 적자를 봤고, 2012년에도 운영비용 14억5,100원을 썼다가 6억6,2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3억8,400만원 운영비용을 투입해 3억원 가까이 적자를 겪었다.

올해 2월과 3월 1,800만원을 들여 레이저스크린을 추가설치하고 인테리어 개선공사도 따로 벌였지만 대구사격장의 만성적자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사격장 설립 후 매년 만성적자와 관련해 시의회 행감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대구시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대구시가 사격장을 지을 때부터 국제대회 규격에 맞지 않게 지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는 전자표적기를 갖춘 곳에서만 가능하지만 대구시는 전자표적기 대신 예전 방식인 종이표적기를 설치했다. 때문에 대구사격장은 국제대회 신청 자격조차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는 2010년 대구사격연맹이 운영하던 대구사격장을 대구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하고 전자표적기를 추가 예산을 들여 보완했다.    

대구시의회의 대구시설관리공단 행정사무감사(2014.11.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의 대구시설관리공단 행정사무감사(2014.11.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현재 대구사격장에는 10m 사격장 80개 사대에만 전자표적기가 있고 나머지 25m, 50m 사대 140개에는 여전히 종이표적기가 설치돼 있다. 종이표적기는 총을 쏜 후 망원경으로 점수를 확인해야하고 매번 갈아야 한다. 흐린 날이나 비가 오면 탄착점도 보이지 않아 국제대회 장소로는 불가능하다.
   
배지숙(새누리당) 의원은 "몇 년째 대구사격장의 반쪽짜리 운영을 지적했지만 만성적자는 여전하다"며 "거액을 들여 대규모의 우수한 시설을 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대구시의 방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와 달리 창원시는 국제사격연맹(ISSF) 규정에 따라 전 사대에 전자표적기를 갖춰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하지만 대구는 2020년까지 어떤 국제대회도 개최 못할 판"이라며 "핵심시설 지원을 빠뜨려 반쪽 기능밖에 못하는 현실에 대해 대구시는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광교(새누리당) 의원도 "대구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대구사격장이 6년째 애물단지로 전락해 적지 않은 예산이 낭비됐다"면서 "지금의 시설로는 메이저급대회 개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회 유치를 위해서는 앞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더 큰 적자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왼쪽)이진근 대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2014.11.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이진근 대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2014.11.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이진근 대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청소년과 가족 이용객이 줄어 수입도 줄었다"며 "적자 폭이 감소하고 있는데 국가적 재난이라는 특수 요인 때문에 단기적 적자를 기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올해로 위탁기간이 끝나면 새 민간위탁자를 공모할 것"이라며 "12월 중 민간위탁적격자심의위원회 심사를 열어 수탁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공개모집을 통해 공공체육시설의 공익성과 수익성을 맞출 수탁자가 선정되면 만성적자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 대구시는 국제·국내 사격대회 유치 목적으로 건립비 495억원, 진입도로 건설비 200억원을 들여 북구 금호동에 대구사격장을 건립했다. 부지 19만1,300㎡, 연면적 1만7,000여㎡에 사대 240개로 전국 최대 규모지만 규격 미달로 6년째 어떤 국제대회도 개최하지 못해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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