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쿠테타ㆍ내란수괴' 대통령 기념관 짓자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2.03 1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일환 대구시의원 "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 통합기념관 건립" 제안
권영진 대구시장 "검토는 해보겠다" / 시민단체 "국민과 시민에 대한 모독"


대구시의회에서 대구출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박일환(63.새누리당)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3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대구시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런 도시"라며 "전직 대통령 3명을 위한 '대통령 통합기념관'을 건립해 전시공간을 확보하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대구는 국난극복과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인 고장으로 민족운동의 구심축, 대한민국의 지킴이, 민주주의 수호자, 경제개발 선봉자"라며 "애국애족과 부국의 꿈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역사의 중심이라는 자부심, 민족정신 본고장이라는 자존심이 있는 도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바탕에서 우리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이 국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박일환 대구시의원(2015.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일환 대구시의원(2015.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언제부터 대구는 독재와 수구꼴통, 재앙의 도시라는 부정적 인식이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됐다"며 "대구가 낳은 역대 전직 대통령들도 하나같이 독재자이자 민주주의의 찬탈자라는 오명만 뒤집어 쓴 채 공적은 가려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한민국 근대화 아버지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인 박정희 전 대통령조차 유신독재 상징이라는 오명만 난무하고 있다"며 "혼란한 시대상황을 안정시키고 연이은 경제성장을 통해 국력 기초를 다진 전두환 전 대통령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주화 초석을 다진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군부 쿠데타 주역과 부정축재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아 단죄와 지탄을 받고만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과오가 있다. 국가 지도자 대통령이면 과오로 공적이 묻혀선 안되며 업적은 기념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어 오명을 씻고 시민들에게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오직 대구시의 순수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하고 이 사업이 확정되면 둘째로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를 대구시가 직접 관리해 생가권역 개발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장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 사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박 의원이 제안한 사업이니 자세히 검토는 해보겠다"며 "그 이상의 답은 아직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군부독재가 대구의 자랑이 될 수 없다"며 "박 의원은 어이없는 대통령 기념관 제안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 3명은 반헌법적 군부쿠데타 주역이고 특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로 법적 처벌을 받아 대통령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도 긴급조치라는 초법적 독재로 헌법을 무력화하고 사법살인을 일삼았다. 산업화 공로도 국민의 피땀으로 이룩한 것이지 3명의 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기념관이라면 독재시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희생된 시민을 위한 것이지 이들 독재의 화신들을 위한 기념관은 있을 수 없다"며 "당사자들이 역사적 범죄와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 적조차 없는데 시민들의 세금으로 기념관을 짓는 다는 것은 국민과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은 "전직 대통령 자료는 이미 정부가 국가기록물로 지정해 보관하고 있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열람이 가능한 상태"라며 "여기에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을 들여 특정 인물들에 대한 기념관을 짓는것은 세금낭비"라고 말했다. 또 "3명 모두 쿠데타 주역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한 인물들"이라며 "역사적 가치 정립이 이미 된 상황에서 기념관을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대구공고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공고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2012.6.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17년 경북 구미 출생으로 대구사범학교 교사로 지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31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대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공고를 다녔다. 대구공고는 2012년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을 학내에 지었다 논란이 일어 폐쇄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