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실내무료급식소, 마땅한 곳 못찾고 5개월째 겉돌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2.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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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일대, 비싼 땅값에 님비현상까지...대구철도공사도 '역사 지하, 사용 불가'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동대구역 일대에 노숙인과 쪽방주민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상설 실내무료급식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장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동대구역 일대에 실내무료급식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장소 마련에 진전이 없어 5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대구시 보건복지국의 정한교 자활지원담당은 "권영진 대구시장 공약과 지역 시민단체 요구로 대구시가 직접 장소를 찾고 있지만 신세계백화점 입점으로 동대구역 일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주변 건물 임대나 매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님비현상까지 제기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공사중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2015.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사중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2015.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현재 거리 무료급식이 이뤄지고 있는 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 골목과 가까운 "지하철 동대구역사 내 지하 2층 빈공간을 실내무료급식소로 추진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교통이 편리해 경제적약자들이 이용하기 쉽고 공공성을 띈 장소로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난색을 보여 쉽지 않게 됐다. 지난달 대구도시철도공사 담당자는 "빈공간을 올 6월 PPT룸으로 꾸며 임대 할 계획"이라며 "게다가 역사 내에 음식 냄새가 나면 승객들이 불편해하고 노숙인들의 역사 내 거주 위험도 있어 장소 제공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대구시에 전했다.

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 1번 출구 앞 무료급식소(2015.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 1번 출구 앞 무료급식소(2015.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업 추진이 확정되고 운영 방향도 윤곽이 잡혔지만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노숙인 등 경제적 약자들은 여전히 동대구역 거리에서 저녁 한 끼 식사를 하고 있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설연휴 기간 동안 동대구역 야외무료급식소를 찾은 사람들은 하루 평균 250여명으로 모두 1,500여명에 이른다.  

시민단체 대표로 실무를 맡고 있는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2백여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을 수용할 상설 공간을 민간에서 임대하거나 매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공공성을 갖고 있는 지하철역사 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때문에 앞으로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대구도시철도공사 담당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장소 제공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기존 동대구역 일대에서 급식 활동을 하던 시민단체들이 사업을 제안하고 대구시가 동참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지만 비싼 땅값과 님비현상,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거절로 장소 마련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세계측도 사업이 추진되면 예산 일부를 지원한다고 했고 이에 따라 운영 계획도 세웠는데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위한 공간 마련이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지하철 동대구역 앞 무료급식 봉사단 천막(2015.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하철 동대구역 앞 무료급식 봉사단 천막(2015.2.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대구에는 48곳의 무료급식소가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찾는 동대구역과 대구역, 반월당역, 수성못, 두류공원 일대 무료급식소는 모두 야외에 있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비나 눈을 피할 처마 하나 없이 거리에 서거나 땅바닥에 앉아 한 끼를 먹는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실내무료급식소는 한 곳도 없다.

그러나 서울시와 수원시는 이미 실내무료급식소를 건립해 운영까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물을 매입해 운영은 민간에 맡겼고, 경기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지를 이용해 실내무료급식소를 지었다. 대구에서는 서구청이 처음으로 실내무료급식소를 북비산네거리에 설치해 오는 6월부터 운영한다.

때문에 지난해 10월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고 대구시에 실내무료급식소 설치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대구시는 실내무료급식소가 설치되면 민간에 운영을 맡기고 급식뿐 아니라 자활 상담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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