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갈마당' 폐쇄 본격화...성매매업소 여성들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4.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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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청·경찰·여성단체 등 폐쇄 TF팀 "단속 강화"/ 업소 "폐쇄 2년 유예, 자활지원" 요구


대구시와 경찰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업소 집결지 '자갈마당' 폐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자, 자갈마당 성매매업소 여성들이 "자활지원을 위한 유예기간을 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구의 대표적인 성매매업소 집결지 '자갈마당'(2015.4.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의 대표적인 성매매업소 집결지 '자갈마당'(2015.4.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기은(41.가명) 자갈마당 성매매업소 여성 대표는 6일 오후 자갈마당에서 기자와 만나 "자갈마당 폐쇄에는 근본적으로 동의하나, 탈성매매를 위한 자활지원책 없는 강제 폐쇄안은 14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2017년까지 강제 폐쇄를 하지 말고 2년동안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 기간 동안 직업훈련 등 자활지원책을 마련해주면 자립을 해 2017년에는 자갈마당을 자진 폐쇄하겠다"면서 "만약 일방적으로 강제 폐쇄를 할 시에는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이준미(41.가명) 자갈마당 성매매업소 여성 부대표도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밀려난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성매매 여성, 주방 이모, 청소 이모들도 살길을 찾아야 하니 2년만 폐쇄를 늦춰주면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때까지는 일방적으로 폐쇄를 하지 말길 바란다"며 "대구시가 지금과 같은 방안으로 밀어 붙이면 우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자갈마당의 유리방으로 가는 통로(2015.4.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자갈마당의 유리방으로 가는 통로(2015.4.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달 20일 대구시, 중구청, 대구중부경찰서, 대구시소방본부,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5개 기관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TF(테스크포스)팀'을 꾸리고, 같은 달 27일 구체적인 폐쇄 방안과 시기를 논의하기 위한 TF팀 1차 회의를 진행했다.

TF팀은 이 회의에서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TF팀 업무를 3개반으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성매매업소 여성에 대한 지원책에 드는 예산 전반을 지원하고, 중구청은 폐쇄 후 자갈마당 환경정비 계획을 세운다. 중부경찰서는 불법 성매매 예방과 단속, 소방본부는 성매매업소 건물의 안전문제를 점검, 여성단체는 성매매업소 여성의 직업훈련 등 탈성매매 이후의 자활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실태조사, 의경 증강 배치.단속 강화, 자갈마당 주변 가로등 설치, 가로수 가지 정리 등 환경정비, 불법 건축물 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폐쇄 이후에는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기존의 공간을 살려서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TF팀 회의는 매 분기마다 열릴 예정이다.

이 같이 자갈마당 폐쇄가 급물살을 타게 된 데에는 자갈마당이 올 4월 개통을 앞둔 대구지하철 3호선 달성공원역과 1km 반경 안에 있기 때문이다. 또 KT&G가 자갈마당 맞은편에 1,200여세대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시공하고 있고  2017년 10월 주민 입주를 앞두고 있어 폐쇄 논의가 시작됐다.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기자회견(2014.9.22.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기자회견(2014.9.22.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게다가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자갈마당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여성가족부도 지난 1월 불법 성매매 뿌리를 뽑기 위한 '성매매집결지 폐쇄 추진 방안'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전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는 이달부터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지역에서 검찰.경찰.지자체.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성매매방지 네트워크 간담회'를 16차례 열고 집결지 폐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박대경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 가족권익팀장은 7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업소 집결지 자갈마당을 폐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행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종사자분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식적으로 유예기간을 확답해주는 것은 어렵다"며 "어쨌든 불법이기 때문에 계속 단속을 하고 하루 빨리 완전폐쇄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국주 중구청 가족복지과 과장은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자활을 위해 TF팀이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그러나 2년 유예를 보장해달라는 것은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생활질서계 담당 경찰은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TF팀 참여를 하면서 더 상시적으로 단속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또 "집결지 폐쇄로 기존의 종사자들이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들어갈 수 있다"며 "추가 범죄에도 신경을 기울 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소장은 "자갈마당은 법을 무력화시키는 곳이자 성매매에 대한 오해와 통념을 재생산하는 공간"이라며 "대구시가 의지를 갖고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자활지원대책 없이 강압적으로 진행된다면 위험요소가 크다"면서 "때문에 이들의 탈성매매를 위한 직업훈련 등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갈마당' 성매매 업소 현황 / 자료.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자갈마당' 성매매 업소 현황 / 자료.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한편 자갈마당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구 중구 도원동 일대에 형성된 100년된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업소 집결지로 전체면적은 12,428㎡에 이른다. '자갈마당'이라는 이름은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한밤 중에 도망가던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기 위해 업소 주인들이 가게 주변에 자갈돌을 깔아놓으면서 생겨난 이름이다. 이후 1980년대에는 넓은 통유리에 붉은 조명을 켠 이른바 '유리방'으로 바뀌었고, 1991년에는 노태우 정부가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출입제한구역'으로 분류했다.

현재 자갈마당 반경 200m 이내에는 수창초등학교를 비롯해 대구문화창조발전소, 도원아파트 등 주택가가 들어서 있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자갈마당에는 성매매업소 35곳이 영업 중이며 종사자는 2백여명에 이른다. 2002년에는 63곳이었지만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후 세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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