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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자녀에게도 가혹한 나라..."최소한의 법이라도"

기사승인 2015.04.20  09: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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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도 교육도, 어떤 권리도 주지 않으면서 떠나지도 못하게...'권리보장 기본법' 시급


베트남인 훙(40.가명)씨는 2005년 산업연수생으로 대구에 온 이주노동자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공장에서 일하며 매월150만원을 받는다. 아내도 2006년 산업연수생으로 대구에 온 베트남인 흐엉(39.가명)씨다. 아내는 아들 황(6.가명)군과 딸 화(3.가명)양이 태어나 육아휴직을 내고 쉬고 있다. 대구에 온지 10년째인 이들 4명의 가족은 남편의 150만원 월급으로만 생계를 이어간다.

월세 25만원 두 칸짜리 원룸에 사는 이들 가족은 첫째 아들의 월 37만원 어린이집 비용과 두 자녀의 월 20여만원의 병원 진료비를 낸다. 보육원 비용이 비싸 막내 딸은 아내가 돌본다. 지금까지 두 자녀에게 든 예방접종비는 222만원으로 모두 개인적으로 감당했다. 우리나라 법상 영유아건강검진비는 국가가 지불하지만 이들 같은 '무등록 무국적 이주 아동'은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한다.

 
 
▲ 훙씨와 흐엉씨 베트남 이주노동자 부부의 아동 양육 문제 / 자료.대구이주민선교센터

훙씨와 흐엉씨도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 미등록체류자기 때문이다. 귀국하고 싶지만 월 15~20만원을 주는 베트남에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어 여전히 한국에 머물고 있다. 자녀들이라도 베트남으로 귀국시키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때문에 두 자녀는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있다. 무등록 무국적 이주 아동은 우리나라에서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자녀 둘다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아내는 병원에서 홀로 아이들을 간호하고 남편은 혼자 생활을 한다. 그러나 미등록이주노동자 신세라 어떤 곳에도 하소연을 못하고 있다.

현재 대구와 경북지역에 사는 이주노동자(안전행정부 2013년 7월 기준)는 8만여명에 이른다. 결혼이민자는 대구 7천여명, 경북은 1만여명이고, 다문화가족 자녀수는 대구 5천여명, 경북은 1만여명이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대구경북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이주민은 지난해 10월 기준 150만여명에 이른다. 통계상으로도 우리나라는 이제 다문화국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주민들은 여전히 노동과 의료, 인권, 교육, 주거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고 있다.  

 
 
▲ '이주민 고충과 그 해결방안'을 주제로 한 '이주인권 지역공동토론회'(2015.4.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지역 이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돌아보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등 8개 단체는 17일 대구 달서구 세인트웨스튼호텔에서 '이주민 고충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이주인권 지역공동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빅하인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베트남 통역간사, 김선규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국장,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헌주 경산경북이주노동센터 소장, 이정향 한국민족연구원 연구위원, 정재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구지부 인권센터 변호사,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이현석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 등 9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1부는 고경수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표, 2부는 권혁장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이 사회를 맡았다.

빅하인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베트남 통역간사는 "무등록 무국적 이주 아동에게 한국은 첫 번째 고향이지만 국내 법상 이들은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신분을 교정하고 의료급여와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등 여야 의원 22명이 발의한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이 제정돼 모든 아동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 (왼쪽부터)고경수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표, 빅하인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베트남 통역간사, 김선규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국장,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헌주 경산경북이주노동센터 소장(2015.4.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선규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국장은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자신의 자녀와 본국으로 귀국하려 해도 아이들이 무등록 무국적 신분이라 여권이 나오지 않아 귀국하지 못한다"면서 "어떤 권리도 주지 않으면서 떠나지도 못하게 하는 이런 기가막힌 현실이 대한민국 이주민들의 현실"이라고 했다.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으로 '고용허가제'를 꼽았다. 그는 "실제 디스크에 걸린 방글라데시아 노동자는 사장이 사업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장 사인을 받아야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것은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헌주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민 병원진료 문제'에 대해 "미등록 신분이라도 사람이 아픈데 치료하지 않아 사망케 하는 것은 야만"이라며 "우리 센터를 찾아온 맹장염에 걸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아구스(가명)씨는 위험한 상황을 넘겼지만, 천안에서 똑같은 일을 겪은 이주노동자는 치료 시기를 놓쳐 숨졌다. 체류비자 없는 이주노동자도 의료보험이 가능토록 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향 한국민족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 2003년 UN총회에서 발효됐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입하지 않아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가 고통받고 있다"며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은 출생등록 할 방법이 없어 아동이 누려야할 건강권과 교육권 등 어떤 기본권 혜택도 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신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을 무조건 방치하거나 강제출국시키는 방안이 아닌 기본권을 보장할 최소한의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재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구지부 인권센터 변호사는 "법률상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 상대방으로 보고 절차와 권익구제 측면에서는 완전히 배제한다"며 "한국 사업주의 권리만 있고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현행 법을 개정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권혁장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 이정향 한국민족연구원 연구위원, 정재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구지부 인권센터 변호사,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이현석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2015.4.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도 고용허가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사업주 허가 없이 이주노동자는 회사 이동 자유가 없다"면서 "이주노동자는 폭행, 폭언, 체불 등 회사에서 각종 피해를 입어도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유입되기 전 하루 빨리 고용허가제도를 폐지해 이주노동자의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민의 절반인 이주여성들이 겪는 빈곤과 성희롱, 폭행 등 각종 차별과 불법에 대해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강 대표는 "2005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가정 52.9%가 최저빈곤층으로 결혼이주여성의 70%는 실직상태"라며 "이주남성보다 이주여성들은 더욱 심각한 빈곤에 놓여 있다"고 했다. 또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47%가 구타나 강제낙태, 아내강간 등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쉼터를 확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현석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는 "미등록이주민 의료를 특정 병원, 단체, 의사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며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이들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빈곤층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돈을 내고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 문턱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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